[movie 100] 애나 만들기
러시아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지만 독일 재벌가의 상속자 행세를 하며 뉴욕 사교계 거물들을 4년 동안 감쪽 같이 속인 애나 델비. 호텔, 식당, 개인 전용기 등 몇억이 넘어가는 서비스를 무료로 이용했고 은행을 속여 200억이 넘는 거금을 취하려는 혐의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특별히 섹시한 것도, 특별히 매력적인 것도 특별히 착한 것도 아니라는 애나는 뛰어난 패션 감각, 예술적 식견을 비롯한 상류층 문화에 익숙한 태도, 큰 씀씀이로 사람들의 눈을 가리고 재벌가의 상속자로서 살아갈 수 있었다. 애나를 취재한 기자에 의하면 애나는 사람들에게 반짝이는 물건, 현금 뭉치, 부의 표시등을 보여주며 정신을 혼란 시키면 돈 이외의 다른 것들은 보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 방법은 너무도 쉽게 먹혀들었다고 한다.
애나는 '애나 델비 파운데이션(ADF)'라는 사교 클럽을 만들기 위해 맹목적으로 달려간다. 어떻게든 인맥을 만들어서 그 꿈에 접근했지만 결국은 수포로 돌아간다. 재판을 갖는 과정에서 쟁점은 '위험할 정도로 근접했는가?' 애나는 자기가 얼마나 자신의 목표에 근접했는지 자기가 멍청한 사람이 아니란 걸 알려달라하지만 변호사는 형량을 줄이기 위해 대출에 조금도 근접하지 않았고 그저 허풍이었고 치기였다고 주장한다.
돈 많고 노련한 뉴요커들을 한순간에 바보로 만들고, 재판장을 패션쇼장으로 만들고, 200억 투자 출자를 성공 직전까지 가져 갔으며 결국 이 스토리를 넷플릭스에 32만 달러 판 애나의 영특한 만큼은 인정이다. 그 똑똑한 머리를 꼭 사기에 썼어야 했을까? 대학도 나오지 않고 돈도 없는 러시아 출신 여자가 뉴욕에서 성공할 일이 얼마나 있을거며, 뉴요커들을 머리 꼭대기에서 조종하며 유명세를 얻고 판권비까지 받은 걸 생각하면 이 희대의 사기극은 꽤나 성공적이지 않았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