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100] 나빗가루 립스틱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3 years ago (edited)

기억이 온전하기 위해서는 기록이 수반되어야 한다. 기록없는 기억은 마모되거나 편향적으로 재구성된다. 유일하게 부분적으로 일기를 썼던 티베트, 인도 여행의 기록은 볼때마다 늘 낯선 지점이 있다. 때로는 등장인물을 잊고, 작고 큰 사건을 잊고, 들었던 말, 했던 얘기를 잊는다. 기록을 보고 또 보면서도 낯선데 기록이 없는 기억은 더 거세게 깎여져 나가 감정의 진폭이 컸거나 인상적인 일만 남아있다. 하지만 기억이 전부 사라진건 아니다. 어딘가에 묻혀있었던 것 뿐이라 문득 문득 잊었던 기억이 툭 튀어 나올 때가 있다. 베니스의 이상한 클럽 얘기를 담은 짧은소설을 보고 델리의 아쇼카 클럽을, 길가다 훅 스치는 쾌쾌한 냄새를 맡고 그라다나 오아시스 호스텔에서 만났던 모녀를, 이 노래를 들으면 훈자의 기억이 튀어나온다.

짧았던 여름 지나가고 함께 나눈 이야기들
숨죽여 취하며 울었던 노래들 모두 다 기억해요
기억해요 기억해요 기억해요.

늘 아름다운 순간은 짧았던 여름이었다. 기억해야만 하는 순간들을 잊는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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