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 친애하는 둘에게
이 드라마를 보는 내내 춘자와 란을 생각했다. 친애하는 둘을. 춘자와 란을 생각하면 왠지 눈물이 난다. 함께한 시간들이 찬란해서, 함께하지 못한 시간들이 애달파서, 너희를 헤아리고 100% 닿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서, 언제나 위로가 되고 싶지만 그럴수는 없어서.
무언가 상상하는 걸 좋아하지만 상상력을 발휘하고 싶지 않은 지점이 있다. 그 중 가장 끔찍한 건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의 죽음에 대한 상상이다. 내가 사랑하는 부모님이, 조카가, 가족이, 연인이, 내 친구들이..간혹 그런 생각이 몰려들면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옥죄이고 숨이 콱 막힌다.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이야기라 휘휘 지워버린다. 별 생각없이 보기 시작한 서른 아홉이란 드라마는 다소 뻔하고 신파적인 내용과는 별개로 불쑥 찾아올지 모르는 사랑하는 친구들의 마지막을 꽤 구체적인 그림으로 보여줬다.
찬영이 미조에게 맡긴 부고 리스트의 친구들을 한자리에 모아 브런치 리스트로 바꾼 에피소드는 두고두고 마음에 남을 것 같다. 보는 내내 많이 울었는데 마지막에는 울다울다 감정이 고갈되어 눈물이 나오지 않더라.
너희가 혹은 내가 불쑥 죽음과 가까워진다면 나는 먼저 라다크로 가는 편도행 비행기표 세장을 살거야. 에코 리조트도 예약할 거야. 그리고 우리가 있고 싶은 만큼 그곳에서 좋은 공기를 쐬고 설산을 보며 말린 살구를 원없이 먹자. 난 죽음이 코앞에 있어도 술은 마실려고..너희는 안돼. 그리고 많이 웃고 울자. 마구 춤을 추고 노래도 부르자. 그냥 그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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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ccessgr.with (74) 3 years a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