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 100] 이케아 옷장에서 시작된 특별난 여행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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뭄바이 난민촌에 사는 파텔은 엄마와 단 둘이 사는 한모자 가정의 아이이다. 가난한 집에는 파리의 사진이 붙어있고 엄마의 유일한 꿈은 파리로 여행을 가는 것. 병원에서 우연하게 본 이케아의 컬렉션에 반한 파텔은 이케아 매장을 가보는 것이 그의 가장 큰 꿈이 된다. 갑작스럽게 어머니가 심장마비로 죽고 난 후 파텔은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 늘 엄마가 함구하던 아버지가 프랑스에 있음을 알게 된다. 파텔은 어머니의 유골과 위조지폐 100유로, 여권만 들고 수천킬로 떨어진 파리로 떠난다. 그렇게 시작된 여행은 생각지도 못하게 흘러간다. 파리에 도착하자 마자 가장 가고 싶었던 이케아 매장에서 잡지로 봤던 컬렉션을 실제로 보며 들뜬 와중에 파텔은 한 여자를 보고 한눈에 반하고 다음 날 데이트 약속까지 얻어낸다. 하지만 무일푼인 그는이케아 매장에 숨어 옷장에서 잠을 자고 그 옷장은 런던으로 가게 되어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 이동하는 트럭에서 소말리아에서 온 전쟁 난민들을 만나 경찰에 쫒기다 붙잡혀 런던 출입국 관리소에 가게 된 그와 난민들은 바르셀로나로 보내져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양국 사이에서 오도가도 못한 채 공항에 갇히게 된다.

삶이 공평하다고요? 어떻게 사람들이 모든 기회를 똑같이 잡을 수 있겠어요?
기회 같은 건 없어요. 업보뿐이죠. 순응해야 할 운명인 거예요.

유리벽을 사이에 두고 구분지어진 난민과 여행객. 파텔과 난민들을 여행을 기다리며 들뜬 사람들을 보며 자조적인 대화를 나눈다. 난민들이 장악한 공항은 하나의 삶의 터전이 되는데 그 장면 또한 기묘하다. 빨래하고 대량 급식을 나누고, 노래하고 노는 그 공간은 인도 같기도, 아프리가 같기도, 중동 같기도 하다. 공항을 탈출해 장농같이 큰 캐리어에 숨은 파텔이 비행기를 타고 도착한 곳은 이탈리아. 그곳에서도 믿을 수 없는 일을 겪으며 큰 돈을 손에 얻기도 하며 이탈리아 마피아에게 쫓겨 풍선 기구를 탄 그는 리비아의 해적선에 떨어진다. 말도 안되는 기구한 여정 끝에 그는 진짜 원하는 게 뭔지 깨닫게 된다.

지금, 여기를 사는 우리는 언제든 선택을 할 수 있다. 대학을 갈 것인지, 가지 않을 것인지. 꿈을 따를건지, 안정적인 삶을 좇을건지. 여행을 갈 것인지, 저축을 할 것인지. 대부분의 선택은 가정 형편이나, 삶의 태도, 원하는 목표에 따라 달라진다. 어떤 것을 우선시하든 우리에게는 선택할 권리가 있다. 하지만 선택이라는 것이 불가능한 삶도 있다. 영화 속 인도 빈민촌에서 사는 파텔도 소말리아에 사는 전쟁 난민도 그렇다. 삶은 공평한가? 라는 질문의 답은 너무도 자명하다. 절대적으로 아니다. 하지만 공평하지 않다고 해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건 아니다. 꿈을 꿀 수 있고 그 꿈을 이룰 행동을 할 수 있다. 우연한 기회도 중요하지만, 태도와 행동은 기회를 만든다.

영화 자체는 너무너무 유쾌해서 함박 웃음이 배어나온다. 보통 영화를 볼 때면 실제로 일어날 법한 일인가의 여부를 살피며 으레 개연성을 따지게 된다. 상상력 가득하고 황당무계한 이 영화를 보다보면 개연성 운운하는 스스로가 우스워진다.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고, 어떤 일도 일어나도 괜찮은 게 영화의 세계 아닌가. 실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쫓아가다 너무 많은 물음표가 생겨, 모든 것을 놓고 그저 펼쳐지는 이야기 자체를 쫓았다. 구름 위를 둥실둥실 떠다는 것 처럼 가슴이 몽글몽글했고 조금은 씁쓸했고, 하지만 찡하고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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