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이와 디오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2 years ago

잔 카이디 - 레이와 디오

영화관에서 일하는 10대 소년 디오는 쇼핑몰 야간 경비로 일하는 아버지 레이와 둘이 살고 있다. 두 사람은 생활 주기가 반대라 마주칠 일도 적지만, 둘 다 말수가 적은 데다 아버지의 폭력과 이혼 등의 가정사로 인해 더욱 멀어진 사이다. 디오는 극장에 새로 출근한 안나에게 호감을 느끼지만 안나는 디오를 외면한다. 한편 레이는 떠난 부인이 자신에게 돌아올 거라 믿지만, 그녀는 새 남편과 함께 중국 본토로 간다고 말한다. 결국 노름빚에 시달리던 레이는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 노동 환경과 생활 환경, 그리고 정서적인 환경에 이르기까지 레이와 디오 부자는 코로나 팬데믹과 무관하게 이미 사회적 거리 두기를 완벽하게 실행하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조상의 유골함이 옮겨진 것을 모르고 헤매는 아버지 레이와 그런 그를 한심하게 바라보는 아들 디오의 눈빛은 이 작품의 단면이라고 할 만큼 인상적인 장면이다. 이 영화로 장편 데뷔를 한 잔카이디 감독 못지않게 레이 역의 린쥐와 디오 역을 맡은 황사오양의 연기도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한다. [전진수]

<버닝>의 모호함에 대해 계속 생각하던 때였다. <레이와 디오>는 모호함과 생략이 많았고, 그래서 이 영화를 버닝과 비교하며 감상했다. 버닝은 영화 내내 친절하고 자세하게 설명하지만 결정적 장면에서 선택을 생략해 여운을 준다면, 이 영화는 계속 모호한 분위기로만 진행되기에 파격적인 결말이 관객에게 의아하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이 작품을 보면서 창작자의 태도에 대해 돌아보게 됐다. 스스로 모호한 상태에서 작품을 만들고, 그것을 관객에게 알아서 해석하라고 판단을 미루는 것은 아주 게으르고 오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자신이 만들어낸 세계에 대해 고민한 후에, 그 이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야만 관객에게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분명 이 작품은 별로였는데 트레일러를 보니 이렇게 좋았나? 싶은 마음이 든다. 이미지로 와닿는 대만의 분위기가 좋았던 것도 같다- 라고 생각하게 된다. 트레일러 영상이 본 영화보다 나은 것 같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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