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32

in SCT.암호화폐.Crypto3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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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리에서 훤칠하게 뻗은 은행나무의 줄기를 바라보는 것이 마냥 좋다. 나무가 제법 크면 꼭 한번씩 손바닥을 대고 한참 있거나 쓰다듬어 주는 습관이 있다. 그냥 철기둥에 손을 대는 것과 다르게 살아있는 나무는 무언가 느낌이 있어서 좋다. 공해가 심한 도시에서 이렇게 튼튼하게 자라고 있는 은행나무를 보면 고맙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물론 은행나무만 그런 것은 아니다. 플라타너스도 있고 메타세콰이어도 있고 느티나무도 있고 벚나무도 있다. 아! 버즘나무도 있구나. 버즘나무는 도시의 혼탁한 공해와 소음 때문에 모습이 그렇게 된 거 같고 상처의 딱지가 벗겨진 후 뺀질거리는 피부를 만지는 느낌이라 더욱 안스럽고 미안하게 느껴진다. 병원에 아르바이트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데 정류장 옆에 이렇게 울퉁불퉁한 근육질의 은행나무가 훤칠하게 뻗쳐 있는 모습에 그냥 사진을 담고싶었다. 이런 은행나무를 보면 마음이 든든해지고 의지하고 싶어진다. 사람 손이 별로 타지 않아도 잘 자라는 식물들은 약재로서의 가치도 뛰어나다. 모든 악조건을 견뎌내는 생명력 때문이다. 꼬리꼬리한 열매는 폐에 좋고 오리발 닮은 잎은 혈액순환 개선제로 특히 뇌혈류 순환을 촉진시킨다고 한다. 어떤 한의사는 수험생이나 노인성 치매 예방으로 이용되는 총명탕에 이 은행잎을 첨가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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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 도서관의 버스 정류장에 있는 은행나무 밑에서 아기 은행나무가 자라났다. 이 애기 나무의 팔자는 기구하다. 아마도 잘려나갈 것이다. 사람이 많이 다니는 아스팔트 혹은 보도 블록의 돌틈에서 이쁘게 자라난 민들레나 이런 애기 나무의 미래를 생각하면 애틋하다. 은행나무의 수정은 독특하다. 포유동물의 정자처럼 꼬리가 달려서 난세포를 향하여 꼬불꼬불 헤엄쳐서 수정을 한다고 한다. 그렇게 어렵게 해서 태어난 생명인데 누구는 성목으로 자라나고 누구는 잡풀로 여겨서 잘려나가니 인생이나 나무나 불교에서 말하는 진리처럼 모두가 고된 삶인 것은 마찬가지다.

일체개고(一切皆苦)

삶이 고달프고 쓰니까 단것이 땡기는가 보다. 어쩌면 쓴 소주를 즐기는 이유가 쓰고 고달픈 인생을 단련하기 위해서일까? 작년에 재미있게 보았던 이태원 클라스에서 손현주가 아들에게 쓴맛의 술을 즐기게 되면 인생의 쓴맛을 이해했기 때문이라던 말에 핵 공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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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나무 수정 과정은 첨 알았네요.
신기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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