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정리, 서류가방만 든 채 떠난 짧은 여행

목금토,
혼자서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지금은 서울로 올라가는 기차 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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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나의 생활방식, 만나는 사람들, 주변환경, 그리고 나의 생각들까지 모두가 엉망인 것 같았다. 마치 극락과 나락을 쉴 새 없이 오고가는 조울증 환자같기만 했다.

그래서 목요일 출근 후, 대표님께 양해의 말씀과 금요일 연차를 쓰고 갑작스러운 여행을 떠났다. 본래 나의 성격이 (긍정적/낙천적이라기 보다는) 예민하지 않고, 구김살 없고,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는 걸 대표님께서도 잘 아시기에, 솔직하게 모든 걸 말씀드리니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격려의 말씀도 해주셨다.

자리로 돌아와 가방을 주섬주섬 챙기고 퇴근을 했다. 그리고 여행을 시작했다. 챙긴 것이라고는 핸드폰과 지갑, 이어폰, 혹시 모를 업무를 대비한 노트북 뿐이었다. 덕분에 출근용 서류가방을 들고 여행을 하게 되었다.

친한 친구들에게도 일절 말하지 않았고, 가족들에게 조차 말하지 않았다. 나의 갑작스러운 여행을 아는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알게된 직장사람들 몇몇과 항상 나의 안부를 물어주고 아껴주는 고마운 친구 한 명 뿐이었다.

간간이 업무를 위한 카톡 외에는 메신저도 하지 않았다. 그렇게 좋아하는 사진찍기도 자제한 채, 오롯이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들을 보냈다.

하루는 비행기를 타고, 하루는 기차를 탔다. 하루는 바다를 봤고, 하루는 풀벌레 소리만 가득한, 고요한 시골의 캠핑장에서 지냈다.

캠핑장에서는 사소하지만, 재밌는 에피소드도 있었다.

캠핑장에서 '불멍'을 하고 싶어서 숯과 번개탄을 준비해달라고 했다. 사장님이 장난스럽게 번개탄은 꼭 밖에서 피우라고 하셨다. 그러고는, 세상은 생각보다 아름답다는 진부한 멘트를 날려주셨다.

나도 모르게 피식했다.

하긴, 불편한 출근복장에 서류가방을 든 남자 혼자, 손님도 별로 없는 캠핑장에 와서 번개탄을 찾으니... 이상한 생각이 드셨나보다. 난 정말 '불멍'만 할 생각이었는데.

이 순간이 이틀동안 진심으로 웃었던, 유일한 순간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지금의 나에 대해 많은 반성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렇게 2박3일동안 바다에서, 캠핑장에서, 비행기에서, 기차 안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요즘의 나에 대한 많은 생각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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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생각이 많이 정리되진 않았지만, 일단 반성은 많이 했다.

이 반성과 후회의 시간이 딱 오늘까지였으면 좋겠다. 솔직한 심정으로 자신은 없지만, 그래야 할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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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도 비가 많이 온다고 한다. 그래도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대청소도 하고 빨래도 할 생각이다. 그러면서 다시 예전의 '별 생각없던' 나로 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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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