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르륵 또르륵 통통 6 회수권

in SCT.암호화폐.Crypto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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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는 믿을 수가 없었다. 미영이와 같은 동네라니. 이런 우연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나오는 억지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미영이도 믿기 어려울 정도로 행복했다. 이수와 같은 동네에 산다는 게 거짓말 같아 너무 신기했다.

이수와 미영이. 둘은 설레어서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도 모르며 일했고 곧 퇴근 시간이 되었다. 이수 머릿속엔 미영이와 함께 버스를 타고 집에 갈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미영이 머릿속은 이수와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설레임으로 가슴이 벅찰 정도였다.

‘내게 하트가 그려진 편지를 써준 미영이와 함께 집에 가면 어떤 느낌일까?’

이수는, 작은가게에 이수를 좋아한다는 여자가 미영이라는 걸 확신했다. 그리고 미영이와 함께 할 시간을 생각하니 심장이 거침없이 두근거렸다. 그리고 마치 속이 아린 것 같은 느낌이 왔다. 아픈 것 같기도 했다.

‘이 느낌이 좋아하는 마음일까?’

이수는 마음의 아린 느낌이 이상하고 아프면서도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이게 사랑인가 생각했다. 아직 몇 마디 나눈 적도 없는데 사랑은 좀 과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아린 느낌을 즐겼다.

이수가 소휘에게 이 사실, 그러니까 알고 보니 미영이와 같은 동네더라는 말을 했더니 소휘가 이수보다 더 좋아했다.

“정말? 와~~~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지? 헤헤. 축하해. 이제 집에 갈 때마다 데이트 하겠네. 난 오늘부턴 혼자 갈 테니 걱정하지 말고 미영이랑 잘 해봐.”

알았다고, 고맙다고 말하는 이수를 보낸 소휘는 이상하게 허전함이 느껴졌다.

‘난 훈이 오빠를 좋아하는데, 이 허전함은 뭘까? 내가 이수랑 너무 친했나? 너무 오래 붙어 다녔나? 마치 친구를 뺏긴 느낌 같아. 내가 설마 이수를 좋아하는 건 아닐 거고. 그냥 서운해서겠지. 이제부턴 전철역까지 혼자 가야 하니까.’

소휘는 두 달여 동안 이수와 함께 전철역을 오가며 놀았던 생각들이 떠올랐다. 이젠 추억이 되어버릴 것이라고 생각하니 많이 서운했다. 쉬는 날마다 만나서 영화도 보고 커피도 마시며 수다를 떨었는데, 그런 친구를 미영이가 뺏어가는 것 같기도 했다. 그러면서 소휘는 일하는 내내 조금씩 헷갈렸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아직 훈이 오빠가 맞지? 오빠와 데이트 해본 지는 오래 됐지만, 내가 사귀는 사람은 오빠니까. 그럼 이수는 누구지? 절친? 베스트 프렌드? 아~~~ 나도 날 잘 모르겠다.’


이수는 일하는 내내 미영이 생각만 했다. 이수 머릿속에선 소휘가 완전히 지워진 것 같았다.

‘버스에선 어떤 대화를 해야 하지? 좋아하는 음식이나 색을 물어봐야 하나? 어느 학교에 다니는지, 형제는 몇인지도 물어봐야 하나?’

이수는 만두 가마 앞에서 이런 저런 생각을 하다가, 눈앞에 있는 편의점의 캔커피가 보였다. 그러자 무엇엔가 이끌리듯 편의점으로 다가가서는 ‘HOT’라고 써져 있는 유리 안에서 캔커피를 사서는 앞치마에 잘 보관했다. 겨울이라 추우니까, 미영이의 차가운 손을 따듯하게 해줄 생각이었다.

이수는 퇴근하자마자 따뜻한 캔커피를 주머니에 넣고는 작은가게로 달려갔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아르바이트생들이 퇴근하고 나오는 중이었다. 지현이가 먼저 이수를 발견하고는 눈을 흘기며 갈 길을 갔고, 미영이가 마지막으로 나왔다. 미영인 두 손을 마구마구 흔들며 이수를 반겼다.

“어, 오빠! 많이 기다렸어요?”

“아니야. 방금 왔어.”

이수는 대답을 하며 따뜻한 캔커피를 미영이에게 건냈다.

“이거 주머니에 넣고 손 넣으면 손 하나도 안 시려.”

미영인 어떻게 이런 생각까지 했는지 너무 고마워 눈물이 날 정도였다. 눈물이 나올 것 같은 눈으로 이수를 보자 이수가 말을 이었다.

“어서 받아. 그리고 주머니에 넣어.”

“오빠… 고마워요.”

미영이의 눈망울은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촉촉해졌다.

“얼마 안 해. 편의점에 있길래 하나 샀어.”

“그래도 너무 고마워요. 저 생각해서 산 거잖아요. 오빠 너무 고마워요.”

이수와 미영인 버스정류장으로 걷기 시작했다. 이수는 걸으며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둘 사이의 간격은 주먹 하나 들어갈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달 듯 말 듯… 한 거리. 이수의 심장도 미영이의 심장도 심하게 두근거렸다. 그래서 이수가 조금 거리를 두면 미영이가 다시 거리를 좁혔다. 이수는 두근거림을 참을 수 없이 다시 거리를 벌렸지만 미영이가 다시 거리를 좁혔고, 그 바람에 두 사람의 팔이 닿기도 했다.

피부도 아닌 옷깃이 스쳤을 뿐인데도 이수의 느낌은 오묘했다.

‘이 느낌은 뭐지? 마치 전기에라도 감전된 것 같아.’

이수는 이 오묘한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옷에도 자신의 세포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을 할 정도로 예민해졌다. 그렇게 버스정류장에 도착한 둘. 둘은 잠깐 어색한 시간을 가졌다.

“저기, 이거 받으세요.”

미영이가 먼저 어색함을 깨며 말했다. 미영이가 내민 건 회수권이었다.

“어, 나 회수권 있어.”

“그냥, 오늘은 우리가 처음으로 함께 버스를 타는 날이니까 제 회수권으로 타세요.”

“어? 어. 고마워.”

이수가 회수권을 받자 미영이가 활짝 웃었다. 그리고 이수가 미영이의 쪽지를 받았을 때처럼, 두 사람이 하나의 회수권을 잡는 순간 둘 사이에 전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얇은 회수권 종이 한 장을 통해 둘의 감정이 교환되는 것 같았다.

“고맙긴요. 오빤 나 손 시리지 말라고 캔커피도 준비해줬는걸요.”

다행히도 둘의 어색한 시간을 줄여줄 버스가 바로 도착했다. 그리고 둘은 맨 뒷자리에 나란히 앉았다. 겨울밤은 캄캄했고, 버스는 빠르게 달렸으며, 이수의 팔과 미영이의 팔은 서로 맞닿았다. 두꺼운 겨울 외투를 입고 있어도 서로의 온기가 전해지는 것 같았다. 이수의 팔에선 미영이의 온도가 느껴졌고, 미영이의 팔에선 이수의 온도가 느껴졌다. 둘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침묵의 시간을 이어갔다. 그러다가 가끔 좋아하는 색을 물어보기도 하고 좋아하는 음식을 물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둘은 서로의 팔에서 전해지는 온기를 느끼며 버스가 밤새도록 달리길 바랬다.


소휘는 혼자 걸었다. 이상했다. 이수 없이 혼자 전철역까지 가는 길은 너무 길게만 느껴졌다. 길에 보이는 반지 가게를 지나며 이수와 하나씩 낀 우정반지가 생각났다. 소휘는 손가락에 자리잡은 반지를 보며 이수를 생각했다.

‘잘 하고 있겠지? 그런데 이수와 나는 친구 사이일 뿐인데 뺏긴 것 같은 이 기분은 뭐지?’

소휘는 자신의 마음이 너무 이상해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길을 걸으면서도, 지하철 안에서도, 지하철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면서도 답을 찾지 못했다.


이수와 미영인 버스에서 내렸다. 정류장에서 미영이 집까지는 대략 10분 거리였다. 그리고 다시 5분을 더 가면 이수네 집이었다. 둘은 버스에서 내려서도 대화가 없었다. 차가운 겨울바람만이 둘 사이를 스치고 지나갈 뿐이었다. 1분 정도 걷다가 미영이가 먼저 말을 걸었다.

“오빠.”

“응!”

“저기, 저요. 오빠 손 잡고 걸어도 돼요?”

미영이가 수줍은 표정으로 물었다. 그러곤 이수가 대답하기도 전에 이수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둘은 서로의 손에서 따뜻한 온기를 느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편안함이 몰려왔다.

그리고 이수는 믿을 수가 없었다. 여자와 손을 잡다니. 태어나서 처음으로 잡아본 여자의 손이었다. 이수의 손보다 작았지만 이수의 손보다 따듯했다. 그리고 부드러웠다. 믿을 수가 없었기에 현실이라고 느껴지지도 않을 만큼 황홀함을 경험했다. 자신에게 일어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꿈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다음날. 소휘는 이수의 전화를 기대하지 않았다. 아르바이트 가기 전에 만나서 놀자는 연락을 자주 하던 이수였다. 하지만 이수는 이제 미영이의 남자가 돼버렸으니, 자신에게는 관심이 줄어들 거라고 생각했다. 역시나 아르바이트 시간이 다 될 때까지 이수의 전화가 없었다.

소휘는 가게로 가는 전철 안에서 이수를 생각했다. 기분이 나빴다.

‘치. 여자 생겼다고 전화도 안 하냐? 그래, 잘 해봐라. 절대 깨지지 말고 결혼까지 가라. 치.’

하지만 소휘의 마음은 가게에서 이수를 발견하자마자 금새 바뀌고 말았다. 이수의 얼굴이 눈에 들어오자마자 입이 활짝 열리며 이수를 부르고 말았다. 훈이 오빠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이수야, 하이~~~”

“어? 어. 안녕!”

“헤헤. 어제 어땠어? 둘이 얘기는 많이 했어? 손은 잡았어?”

“어?”

“손은 약한가? 어디까지 갔어? 뽀뽀?”

“아니야, 아직. 아직은 그런 사이 아니야.”

“뭐야, 둘이 이제 사귀는 거 아니야?”

“손… 까지… 잡았어.”

소휘는 둘이 아직 뽀뽀를 안 했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으면서도 자신이 왜 기분이 좋은지 기분이 나빴다.

“글치, 첫날부터 뽀뽀하기엔 진도가 빠르긴 하지. 헤헤.”

소휘는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의 이런 마음이 싫었다. 그러자 그때야 훈이 오빠가 눈에 들어왔다. 훈이는 주방에서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럼 난 이만.”

소휘는 간단하게 인사하고는 훈이에게 달려갔다.

이수가 앞치마를 하고 나오자 작은가게 주방장이 지나가다가 말을 걸었다.

“참, 너네 어제 같이 같다며? 쪼끄만 것들이 알려주지 않아도 연애는 잘도 한다니깐. 미영인 내가 딸같이 아끼는 애니까 잘 해. 미영이 눈물에 눈물 나게 하기만 해봐. 콱! 나한테 죽을 줄 알아.”

“네? 네.”

협박 아닌 협박을 하며 작은가게 주방장이 사라지자 이수는 자신의 자리인 만두가마로 갔다. 만두를 찌며 시계를 보자 미영이가 멀리서 보였다. 만두를 가지러 오는 미영이. 미영이의 얼굴은 어제와는 또 다른 표정이었다. 수줍은 표정과 즐거운 표정이 적당히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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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수권이 ㅎㅎ
요즘도 있는지 모르겠네요

없어진지 아주아주 오래됐죠. ㅎㅎㅎ

여자복이 많은 이수....

벌써부터 많다고 생각하면... ㅎㅎㅎㅎㅎ 뒤에 더 나와요.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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