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르륵 또르륵 통통 7 은팔찌

in SCT.암호화폐.Crypto4 years ago (edited)

7

“오빠, 어제 바래다줘서 너무 고마웠어요.”

미영이가 먼저 말을 건넸다.

“어? 어, 그래. 잘 들어갔어?”

“네. 덕분에요. 저기 그리고 우리 매일 같이 가는 거죠?”

“그야 당연하지. 바로 옆 동넨데 같이 가면 좋지.”

“정말요? 헤헤. 신나라.”

미영인 세상을 다 가진 사람처럼 환하게 웃으며 좋아했다. 이수는 그런 미영이를 보며, 미영이에게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미영이가 자기를 좋아해서가 아니라 마음에서 우러나온 생각이었다. 어느새 이수도 미영이에게 조금씩 빠져들고 있었다.

미영인 만두를 열 통이나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이수는 열 통을 혼자 들고 가는 건 무리라며 같이 들어주겠다고 했다.

“열 통이나? 혼자 못 들어. 내가 들어다 줄게.”

“정말요? 헤헤. 와~~~ 신난다. 우리 오빠 엄청 착하네요. 정말 들어다 주실 거죠?”

미영인 너무 좋아서 팔짝팔짝 뛰며 좋아했다.

“응. 당연하지.”

“오빠, 내가 좋아서 들어주는 거죠? 내가 키가 작아서 혼자 못 들까봐서가 아니라.”

미영인 반드시 그 이유여야 하듯 물었다. 이수는 미영이가 혼자 못 들까봐 들어주려 했지만 미영이의 좋은 기분을 망치고 싶진 않았다.

“응.”

그렇게 둘은 나란히 만두 다섯 통씩 들고 작은가게로 걸어갔다. 이수는 만두 담당자를 찾거나 말거나 자리를 비워버린 것이다. 그만큼 미영이가 좋았다. 자리를 비웠다고 혼나더라도 미영이가 혼자 만두를 들고 가게 놔둘 순 없었다. 작은가게에 도착해서 만두를 내려놓자 미영이가 이수를 바래다주겠다고 했다.

“오빠 혼자 가면 심심하니까 제가 바래다줄게요.”

“아니야. 난 괜찮아. 나 바래다주면 너 돌아갈 때 혼자 가야 하잖아.”

“괜찮아요. 오빠가 만두 들어줬으니까요. 나도 오빠한테 뭔가 해주고 싶어서 그래요. 어서요. 네?”

미영인 이수의 팔을 잡고 흔들며 애교를 부렸다. 이수는 그런 미영이가 너무 예뻐서 마음이 살살 녹아버릴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둘은 다시 종로를 가로질러 큰가게로 향했다. 일 하려고 아르바이트를 하는 게 아니라 연애질 하려고 아르바이트 하는 것 같은 모습의 두 사람은 마냥 행복해 했다.

둘은 일하는 내내 서로에 대해서만 생각하느라 바빴다. 이수는 일하다가도 미영이 얼굴이 떠올라 방긋 웃었고, 미영이도 일하다가 이수가 떠오를 때마다 미소를 지었다. 빨리 10시가 되기를 기다리던 중, 열 시가 다 된 시간에 한 남자가 작은가게로 찾아왔다. 미영이가 전에 사귀던 남자 기형이었다. 미영인 너무 놀라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미영인 얼른 기형이를 옆 골목으로 데리고 갔다.

“여긴 왜 왔어요?”

“왜? 내가 못 올 곳엘 왔나? 너 바래다 주려고. 우리 다시 사귀기로 한 거 아니었어?”

미영인 너무 당황스러웠다. 기형이가 다시 사귀자고 쫓아다니긴 했어도 아직 확답을 하지 않은 미영이었다. 그리고 자신이 확답을 하지 않았음을 후회했다. 이수와 이렇게까지 가까워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기에 기형이의 행동을 무시하던 미영이었다.

“제가 대답을 아직 안 했잖아요.”

“꼭 대답을 해야 하나? 내가 다시 사귀자고 했고, 넌 대답이 없었으니까 우리 다시 사귀는 거 아니었어? 내가 잘못 알았던 거야?”

‘이 일을 어쩌면 좋지? 이수 오빠가 알면 큰일인데.’

미영인 우선 기형이를 보내야 한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오빠, 오늘은 그냥 가요. 제가 연락할게요.”

“왜? 너 다른 사람 생긴 거야? 너 사귀는 사람 없었잖아.”

“그냥 있어요. 저 좋아하는 사람 따로 있어요. 그러니까 그냥 가주세요. 네? 제발요.”

“치. 뭐야? 날 가지고 논 거야? 니 엑스오빠도 알아? 너 이러고 다니는 거?”

“내 일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오빠는 가세요. 제발 부탁할게요.”

미영인 열 시가 넘었을까봐 그래서 이수가 자신한테로 오고 있을까봐 조바심이 났다.

이수는 열시 땡 하자마자 앞치마를 집어던지고 작은가게로 달려갔다. 그런데 가게에 미영인 없었다. 이상하다 싶어 주위를 둘러보니 옆 골목에 미영이로 보이는 여자와 한 남자의 뒷모습이 보였다. 이수는 둘을 가만히 지켜봤다. 목소리는 잘 들리지 않아서 무슨 대화를 하는지는 몰랐다. 조금 있으려니, 대화가 끝났는지 남자가 먼저 걸어 나왔다. 그러고는 이수와 눈이 마주쳤다. 이수는 처음 보는 사람이 자신을 노려보자 당황스러웠지만, 미영이가 아는 사람 같아서 가만히 기다렸다. 그러자 남자가 이수의 멱살을 잡았다.

“오빠, 왜 이래. 오빠.”

뒤따라 나오던 미영이가 놀라며 남자를 뜯어말리기 시작했다. 남자는 한대라도 팰 것처럼 주먹을 쥐고는 이수에게 위협을 줬다.

‘뭐지? 무슨 일이지? 이 사람은 누구야?’

이수는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오빠~~~ 놔! 놓으라고!”

미영이가 몇 번을 놓으라고 소리친 끝에 남자는 이수의 멱살을 놓았다.

“오빠, 조금만 기다려줘.”

미영인 이수에게 조금만 기다리라고 말하고는 남자와 함께 다시 골목으로 들어갔다.

“저 놈이야?”

기형이가 먼저 물었다.

“응, 오빠. 나 부탁인데, 정말 부탁인데, 나 저 오빠 너무 좋아해. 아니 사랑해. 첫눈에 반했어. 그러니까 나 놔줘. 응! 제발 부탁이야.”

기형인 말이 없었다. 고개를 푹 숙이고 한참을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그래. 네 부탁대로 해줄게. 네 앞에 이젠 안 나타날게.”

“고마워. 정말 고마워.”

“대신, 저 새끼가 네 눈에 눈물 나오게 하면 가만 안 놔둔다.”

기형은 말을 마치자마자 골목을 걸어나왔다. 그러곤 이수 앞에 서서 아까와는 다르게 점잖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아깐 미안했다. 그리고 남자로서 말하는 건데, 미영이한테 잘 해줘.”

이수는 이게 무슨 상황인가 싶었지만 ‘네.’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남자는 이수의 대답을 듣고는 미영이에게 인사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남자가 사라지고 나서야 미영이가 골목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오빠, 미안해요.”

미영인 울었는지 얼굴이 젖어 있었다. 그리고 훌쩍이고 있었다. 이수는 그런 미영이의 모습이 너무 가여워서 안아주고 싶었다. 하지만 머릿속이 복잡해서 아무것도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저 남자는 누구지? 미영인 왜 울지?’

“오빠, 화났어요? 미안해요.”

“아니야, 화 안 났어. 괜찮아. 그런데 저 사람은 누구야?”

“아는 오빠에요.”

미영인 전에 사귀던 사람이라고는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순수하게만 보이는 이수에게 자신의 예전 모습을 보여주기는 싫었다.

둘은 버스정류장으로 걷는 내내 대화가 없었다. 그리고 버스를 타고서도 대화를 하지 못했다. 버스 맨 뒷자리에 나란히 앉아 정면만 주시하는 두 사람. 이수는 그 남자가 누군지 궁금해서,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 수 없어서 말을 못했고, 미영인 이수의 눈치만 보고 있었다.

“화 많이 났어요?”

“아니. 화가 날 이유는 없어. 난 그냥 그 사람이 누군지 궁금해.”

미영인 이수의 말이 마음을 찌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과거를 보여주긴 싫었다. 그리고 대답 대신 팔찌를 풀었다.

“오빠, 이거 생일날 친구들이 돈 모아서 해준 팔찌에요. 이거 오빠 줄게요. 제 이름 이니셜도 적혀 있어요. 팔찌 오빠에게 준 거 친구들이 알면 저 가만 안 놔둘 거지만, 그래도 오빠 줄게요. 오빠에게 주고 싶어요.”

미영인 은팔찌를 이수에게 내밀었다.

“이 소중한 걸 왜 나한테 줘?”

“받아주세요. 그래야 제 마음이 편해질 것 같아요. 절 위해서 받아주세요. 네?”

이수가 주저하자, 미영인 이수의 손목에 직접 팔찌를 채워졌다. 그러곤 살며시 이수의 손을 잡았다.

“여자 팔찌지만 꼭 하고 다닐 거죠?”

미영이가 이수의 눈을 보며 물었다. 미영이의 얼굴은 걱정과 근심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금방이라도 울음이 터질 것 같기도 했다. 이수는 그런 미영이에게 자신이 너무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미안해졌다. 자신이 미영이를 슬프게 한 것 같아 너무 미안했다.

미영이가 이수의 팔에 살며시 기댔다. 그러곤 이수의 손을 잡지 않은 다른 한 손으로는 팔찌를 매만졌다.

“오빠, 나 오빠가 너무 좋아요. 처음 본 날 반했어요.”

“어? 어.”

“오빠.”

“응!”

“아까 말 안 하고 있으니까 조금 무서웠어요.”

“내가 무서웠어? 미안해. 나 화 전혀 안 났어.”

“괜찮아요. 제가 잘못한 거니까요. 이제 오빠한테 아무런 잘못도 안 할 거에요. 오늘이 마지막이에요.”

미영인 이수의 팔을 더욱 안으로 끌어당겼다. 그러곤 살며시 눈을 감았다.

둘은 버스에서 내려지마자 손을 잡고 걸었다. 마치 두 손은 처음부터 하나였다는 듯, 자석같이 꼭 맞잡고 있었다. 바람이 매섭게 불자 미영이의 머리칼이 날렸다. 그러자 미영인 이수에게 바짝 붙으며 바람을 피했다.

“이렇게 오빠 옆에 붙으니까 바람이 덜 와요. 헤헤. 좋다!”

“어? 어.”

“오빠, 고마워요. 다 이해해줘서. 그리고 내 마음 받아줘서.”

미영인 이렇게 말하곤 갑자기 이수를 두 팔로 안았다. 아니, 두 팔로 이수를 안으며 이수 품 안으로 폭 들어갔다. 미영이의 얼굴이 이수 가슴에 폭 안겼다. 그리고 미영이의 작은 어깨가 이수의 품 안으로 들어왔다. 그러자 이수도 미영이를 두 팔로 안았다. 둘은 서로의 그렇게 서로를 안고 서로의 체온을 느꼈다. 그러자 바람이 더 세차게 불어댔다. 그리고 겨울밤의 시린 바람은 눈을 몰고 오기 시작했다. 바람과 함께 눈이 날리자 미영인 얼굴을 더 깊게 묻었다.

“오빠, 이렇게 안겨 있으니까 너무 따듯해요.”

이수는 하늘을 올려다 봤다. 눈이 날리는데도 오리온자리가 보였다. 저 높은 곳에서 반짝이는 오리온이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이젠 네가 사랑받을 차례야.’라고.


다음날, 출근하려고 막 집을 나서려는 이수네 집에 전화가 왔다.

“이수야,,, 나... 소휘야. 나,,, 나 좀 도와줘. 나... 가출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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