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의 성지

in SCT.암호화폐.Crypto3 years ago (edited)

아내와 함께 차를 몰고 퇴근하는 길에 '신천황제 떡볶이' 본점을 만났다. 신호대기 중, 무심히 고개를 돌리는데 '본점'이라는 단어에 필이 꽂혔다. 신천황제 떡볶이라.. 언젠가 맛있게 먹어본 이름인듯 한데 싶어 갓길에 차를 대려니 자리가 없다. 다음 골목에서 우회전 하려고 마음먹었다.

다음번 골목에 닿기도 전에 '황떡 본점'이라는 놈이 또 눈에 띈다. 아 이거 좋아서 큰일났네. 떡볶이 본점이 두 개나 나란히 붙어있다고? 황떡을 먹을까 신천황제떡볶이를 먹을까.

셔틀에서 리버가 내리듯이, 드랍십에서 마린이 내리듯이 내 차에서 아내가 내리고 나는 골목을 찾아 차를 몰았다. 아내가 떡볶이를 받았다는 연락을 받고 P턴으로 다시 아내를 태워 가던 길을 간다.

아 이거 냄새가 좋아서 못 참겠다. 무슨 기름을 썼는지 튀김에서는 치킨 냄새 비슷한 맑고 향긋하고 고소한 냄새가 올라오고 떡볶이에서는 달콤하면서 매콤한 냄새가 뿜어져 나오면서 차를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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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와서 봉지를 열어보니 애걔, 이거 윤옥연 할매떡볶이랑 비주얼이 똑같네. (사진이 똑같아 보이는 것은 아마도 기분 탓일 겁니다. 사진을 재탕하지 않았음을 맹세합니다).

먹어보니 맛은 다르다. 윤옥연 할매 떡볶이가 후추를 들이부은 맵고 맵고 매콤하고 아릿한 맛이라면 이건 그래도 달고 매콤하며 새콤한 맛이다. 내 입에 훨씬 더 맞다.

먹다가 곰곰히 생각해본다. 신천할매떡볶이, 신천시장 윤옥연떡볶이, (신천시장에서 이전한) 황떡, 신천황제떡볶이. 왜 대구 태생의 떡볶이 본점에는 '신천'이라는 키워드와 연결된 가게가 많은걸까. 물론 달고 떡볶이나 중앙 떡볶이 등신천과 관계없는 이름이 있긴하다.

칠성시장에는 소규모 식품공장이 많고 그 중에는 오뎅이나 만두를 찍어내는 제조, 도매상도 제법 있다. 신천시장은 칠성시장과 가깝다. 그래서 칠성시장에서 만두나 오뎅을 떼다가 대충 튀기고, 나름의 시그니쳐 소스를 풀어낸 국물떡볶이에 찍어먹을 수 있도록 세트로 판매하는 가게가 많이 생길 수 있었다.

싸구려 튀김만두와 튀김오뎅은 모두 동일하니 고유의 맛을 지닌 국물떡볶이로 승부할 수 밖에. 이런저런 가게가 우후죽순 생겼다가 사라지는 과정에서 나름의 이름을 알린게 신천시장 떡볶이 류가 아닐까 싶다. 이상 나름의 결론을 얻은 바, 일명 뇌피셜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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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런 성지가 있었나요?ㅎㅎ 저도 나중에 꼭~~ㅎㅎ

떡볶이 본점 두 개가 나란히 붙어있어서 그렇게 표현했는데 꼭 가봐야될 정도는 아니고요ㅋㅋㅋ프랜차이즈 지점에서 먹어도 똑같은 맛이 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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