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C14. 오사카 쓰레기 소각장, 컵라면 박물관(大阪市環境局舞洲工場, カップヌードルミュージアム - 大阪池田)

시코쿠 일정이 끝나고 나서는 시간이 좀 얽혔다. 고베를 안내해준 일본의 지인을 이틀 후에 다시 만나 교토와 오사카를 같이 다니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시코쿠를 이틀 정도 더 걷고 다시 오사카로 돌아갔으면 딱 맞아 떨어졌을텐데.

딱히 순례길을 대체할 뚜렷한 일정도 없었던 탓에 나 혼자 교토, 오사카를 돌아다니고 다시 지인을 만나 교토, 오사카를 더 보지 뭐. 이런 어처구니 없는 결론이 나왔다.

일본 지인이 안내해 준 오사카 스팟은 두 군데, 닛신 컵라면 박물관과 마이시마 소각장이었다. 영어도 짧지, 일본어도 짧지. 중간에서 듣고 알려주는 내용도 귀에 잘 들어오지는 않았으나 하이 하이 예쓰 예쓰 굿 굿 땡큐 땡큐를 연발할 수 밖에. 다녀와서 찾아 본 후 그게 그런 이야기였겠거니 추정할 뿐이다.

다녀와서 찾아본 웹페이지 중 가장 그럴듯한 링크 두 개.
오사카 관광국: 컵라면 박물관 홍보페이지
'예술작품'이 된 쓰레기소각장의 변신, 제주일보, 18.10.10.



여행내내 나름의 베이스캠프는 신이마미역과 도부츠엔마에역 사이의 노숙자 타운에 위치한 라이잔호텔이었다. 시코쿠 오도리 구경을 끝내고 다시 오사카에 가야겠다 생각했는데 충동적인 일정이고 일본어 대화가 안되니 숙소에 빈 방이 있는지 확인도 않고 그냥 갔다.

당연히 자리가 없었고 그 동네의 저렴한 숙소들(숙박료 2000~3000엔 사이의)은 매진이었다. 다행히 라이잔 측의 한국인 직원이 카운터에 가방을 맡아준다고 하여 가방을 거기 두고 숙소 부근 벤치에서 하루를 보냈다. 해가 뜬 후 다시 카운터에 가서 필요한 며칠간의 숙박료를 미리 지불하고, 샤워실을 쓰고 지인을 만나러 나갔다.


지인과 먼저 들른 곳은 오사카 컵라면 박물관, 닛신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닛신의 창립자인 안도 모모후쿠를 기리고자 세운 곳이기도 하다. 입장료는 무료이나, 입장으로는 의미가 없고 소액의 체험비를 내고 나만의 컵라면을 제작할 수 있었다. 지인이 시간을 재촉했던 걸로 봐서 체험권이 아마도 아침일찍 매진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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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핑이나 재료를 몇 가지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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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재를 그림을 그려서 꾸민 뒤에 줄을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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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한 토핑을 주문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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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재를 앞에 두고 레버를 돌리면 면이 툭 떨어져서 포장재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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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사진이 많다는 건, 그만큼 기다림이 길고 지루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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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특별체험코너인데, 예약이 필요해보였다. 면을 만드는 작업을 직접 해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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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도모모후쿠가 처음 컵라면이라는 발상을 냈을 때, 운영했던 식당. 평범한 식당주인이 기업가로 바뀌는 순간을 묘사한 세트장과 박물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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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형 컵라면 자판기인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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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기준으로, 봉구비어가 나오기 전까지는 국내에서 먹었던 어떤 생맥주도 일본에서 먹은 것보다는 맛이 없었다. 아마 가스나 원료, 호스 관리에서 차이가 나는듯한데 특히 거품을 살짝 얼려 내는 이 맥주가 끝내주게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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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의 정체는 모르겠으나 맛이 나쁘지는 않았던 것 같다. 혼자 다녔으면 또 라면에 교자에 생맥이었을 어느 날 점심식사. 여기도 대기줄은 길었으나 지인의 예약 덕분에 맛을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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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사진은 큰 감흥이 없었다. 국내에서 봤던 쓰레기 소각장이나 환경교육 체험시설과 별반 차이가 없었기도 하고, 설명을 듣느라 카메라를 꺼낼 정신이 없었다. 들어도 기억 못하고 알아듣기 힘들었던 내용인데, 차라리 그거 흘려듣고 사진을 찍었으면 사진이라도 남았겠지.

이 당시는 신박하다, 대단하다고 느꼈다. 소각열은 전기에너지로 재활용하고, 정화를 잘 해서 내보내고, 외관은 예술작품처럼 만들었고, 내부는 체험공간으로 활용하고.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햇지만 요즘 대구의 처리시설과 비교해보면 우리도 얼추 따라잡았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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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과 헤어지고, 혼자 도톤보리에서 강물을 따라 죽 걸었다. 근대화 시기 지어졌다는 도서관에 잠깐 들렀다가 숙소에 돌아와서 티비를 틀었는데 대통령의 얼굴이 나온다. 한참 쳐다보고 있으니 독도에 왜 갔느냐부터 쓰키야마 아키히로라는 말도 들리고, 도꾸도와 다케시마도 들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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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비디오가 있길래 카운터에 가서 한국인 직원에게 비디오테잎을 빌릴 수 있느냐 했더니 무료란다. 테이프를 빌려주면서 '한국 사람들은 도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둥, 사치가 심하고 민폐를 끼치고 어쩌고 유학 N년차가 느낄만한 일본의 좋은 점과 한국의 비합리적인 점'들을 내게 쏟아붓는다. 피곤했다. 가방을 보관해줘서 고맙다고 했더니 아 그건 한국사람끼리 당연히 도와야 하는 일이라며 괜찮단다.

뭔가 일본에서는 한국적이라며 욕 먹을 것 같고, 한국에서는 일본물이 들었다면서 욕먹을 것 같은 그 애매한 스탠스가 묘했다. 그는 일본에 정착했을까, 귀국했을까. 피곤했고, 빌린 비디오보다 뉴스가 더 재미있어서 영화를 보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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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여기 완전 제 취향이네여 ㅎㅎ
가보고 싶네여 ㅜㅜ

라면박물관 말씀이시죠? 체험 후 비닐랩핑까지 끝내면 기성품처럼 보이긴 하더라고요. 집에까지 갖고와서는 아까워서 먹질 못하고 수개월 모셔뒀던 게 생각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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