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C05]시코쿠 순례길 1번~(四国お遍路)

in SCT.암호화폐.Crypto3 years ago (edited)

반도역에 내린 게 12시 45분. 지금 같으면 구글 타임라인이 잘 기록해주겠지만 무작정 가다가 해지면 잘 곳을 찾아보고 걷다기 힘들면 대중없이 쉬고 좀 여유가 생기면 카메라 좀 만지작대다보니 제대로 남은 정확한 기록이 없다. 사진 속의 시계가 시간을 알려주니 다행이다.

절은 총 88개. 짧게는 3일, 길게는 5일 정도 걷는다고 생각했고 일본어를 전혀 모르니 전화로는 숙소 예약을 하기 힘들어 해가 졌는데 잘 곳이 없으면 노숙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꾸역꾸역 챙기다보니 큰 배낭이 가득찼다.

배낭을 들쳐매면 머리까지 올라오는 걸로 보아 65리터짜리 같기도 한데 브랜드도 없는 싸구려 가방을 대구 변두리 가내수공업 공장에서 산 거라 그것도 확실치 않다. 가방 껍데기의 고무부분은 며칠만에 삭아서 끈적해졌다. 그런 가방이었다.

중간에 코인 락커 같은 게 있어서 잠시 큰 짐을 내려놓을 수 있으면 쓰려고 작은배낭도 따로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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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안내도. 1, 2, 3번 절이 서로 가깝다. 1500년 전에 이렇게 가까운 거리에 절을 3개나 지었다고? 패밀리마트도 이런식으로는 점포를 내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주교 식으로 말하면 우연히 기적이 가까운 곳에서 연달아 일어났겠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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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구석구석 작은 불상이 많다. 부처도 종류가 많은데 이런 건 주로 지장보살이라 했다. 어린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부모가 짓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요즘은 사람이 사망하는 교통사고가 일어난 자리에도 종종 짓는다고. 지장보살이 내 자식을 저승에서 살펴주시니 추운데 고생하신다고 옷도 지어 입히는 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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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대부분의 가게가 폐점이다. 쉬는 게 아니라 아예 장사를 접은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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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몬수학도 일본에서 왔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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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절, 영산사(Ryozenji, 霊山寺)가 가깝다고 마을 한 복판에 기둥을 세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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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에서부터 엄청난 거리를 걸어 절 입구에 도착했다. 구글지도로 확인해보니 도보 9분 거리. 역세권 사찰이라 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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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네 절에서는 사천왕이 지키는 입구를 지나면 대웅전에 대장 부처(석가여래, 본존불)가 있고 약사여래나 지장보살, 관음보살 쯤이 본존불 옆에 서 있거나 작은 건물에 따로 모셔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조금 더 특이하면 산신각이나 칠성각에서 산신령이나 단군을 모시는 정도. 매우 정형화 되어있다.

시코쿠에서 둘러본 불상은 절마다 개성이 강해서 대장 부처가 칼을 들고 있거나 말을 타고 있거나 하는 등 모양새가 다양하고 절 여기저기에 애염명왕이니 부동명왕이니 하는, 퇴마록에서나 듣던 인물의 석상도 많이 보인다. 절 한 켠에 뜬금없이 작은 불상이 있는 경우도 종종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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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 입구에서 마당으로 들어가는 길에 시주 금액과 이름이 쓰여진 돌기둥이 있었다. 절 마당에는 무덤을 대신하는 부도탑 같은 것들이 많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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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절에서는 납경장과 지팡이를 샀다. 원래의 '납경'이라는 의미와는 다르지만 절마다 사무실이 있어서 납경장을 내밀면 '여기 다녀갔다'는 징표로 책의 각 페이지에 멋진 붓글씨를 쓴 후 도장을 찍어준다. 이걸 88페이지 다 모으는 것을 '순례길 한 번 다 돌았다'는 의미의 결원이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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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마다 납경시간이 정해져 있고 보통 오후 5시가 넘으면 문을 닫는다. 아마 첫날에 3번절까지 납경을 받고 4번절 앞에서 걸음을 멈췄던 것 같다. 가다가 길을 걷는 할머니께 '민슈쿠(민박집)이 어디인지'정도를 물었는데 할머니는 민숙 주인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나를 연결시켜주었다. 그런데 내가 뭘 알아들을 수가 없어서 통화가 길어졌고 서로가 난처해졌다.

아마 그 중 민숙 주인 할머니가 가장 열정적으로, 긴 시간을 할애하여 집요하게 하신 말씀은 '아침 먹고 갈꺼냐'였다. 이제 고한이라는 말이 밥이라는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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