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_생각빗자루] 내 옆에 쪼꼬미

in #growthplate3 years ago (edited)

2018년, 나는 평화로웠다- 내 옆에 ‘쪼꼬미’를 축복하기.
얼마 전 송년회에서 카드 한 장을 뽑았다. 그 카드에는 ‘평화’라는 단어가 크게 쓰여 있었고, 하단에 매우 작은 글씨로 평화의 의미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었다.

‘분쟁과 다툼이 없이 서로 이해하고, 우호적이며, 조화로운 상태’

2018년 한해 나는 유래없이 평화로운 삶을 살았다. 나는 ‘나’와 분쟁과 다툼 없이 ‘나’를 이해하고 ‘나’에게 우호적이며, ‘나’와 조화로운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나에게는 내 귀 옆에서 속삭이는 ‘쪼꼬미(little me)’가 있었다. 그 쪼꼬미는 시시때때로 나를 괴롭히는 목소리였다. 잠잘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매 순간을 함께 하고 있었기에, ‘쪼꼬미’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더 많았다. 우연한 계기에 선명하게 ‘쪼꼬미’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쪼꼬미’는 모기의 윙윙 소리처럼 작지만, 거슬리고 불쾌하며 불안감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내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쪼꼬미’의 활동은 이러했다.

늦잠을 잔 날 아침엔 ‘쪼꼬미’는 이렇게 속삭였다. ‘젠장, 이렇게 늦게 일어나다니! 정말 게을러 빠졌구만! 오늘 하루는 종쳤어!’ 그러면 스멀스멀 작은 불쾌감과 죄책감 그리고 패배감이 올라왔다.

또, 훌륭한 역량을 드러내며 질투 날 정도로 일 잘하는 선배를 볼 때 ‘쪼꼬미’는 이렇게 말했다. ‘넌 어느 세월에 저 정도 될 래. 너도 선배 경력정도 되면 저렇게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 선배는 박사 학위도 있고, 영어도 잘 하고, 무엇 보다 뛰어난 통찰력과 언변력이 있는데.. 넌 아주 매우 많이 부족해… 더구나 넌 아직 박사도 아니 잖아~ 너, 잘못하면 이대로 나이만 든다~!’

이런 말들은 북채가 되어 내 마음 속 불안의 북을 두들겨 댔고, 검고 끈적이면서도 냄새내는 질투의 웅덩이로 나를 몰아넣었다. 그러면 ‘쪼꼬미’는 이내 다른 목소리 톤으로 ‘넌 참 속이 좁구나’라고 질책하며 질투하는 내 속의 수치심을 들춰냈다.

가끔 ‘쪼꼬미’는 막말도 서슴지 않았다. 작은 실수라도 하면, ‘역시, 넌 멍청해. 머리가 나빠. 어쩜 그렇게 근시안적이니. 정말 센스지능 빵점이야!’

많이 먹은 날에도, 거울을 보는 순간에도 ‘쪼꼬미’는 속삭이기를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많이 먹다니. 또, 다이어트는 물건너 갔구만’, ‘자기관리 좀 해. 주름이 자글자글하고, 모공이 늘어진다야.’

뿐만 아니라, ‘쪼꼬미’는 타인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멈추지 않았다. 그 주요 대상은 남편이었다. ‘쪼꼬미’는 내게 남편이 게으르고 한심하며 무책임한 사람이라고 매우 자주 환기시켜주며, 그런 남편과 살 바에야 혼자 사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며 훈장질을 했다. ‘쪼꼬미’의 그 말에 설득 당한 날엔 남편에 대한 분노로 부글거리는 마음을 삭이기 힘들어하며 잠을 청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쪼꼬미’가 일으켜 놓는 마음 속 분탕질을 조금씩 더 선명하게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쪼꼬미’가 좋아하는 패턴이 있음도 이해했다. 처음엔 ‘쪼꼬미’가 짜증스럽고 혐오스러워서 쫓아버리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쪼꼬미’ 목소리는 이상하게 더 커졌다. 또 ‘쪼꼬미’를 애써 무시하려 했지만, 그것 또한 성공적이지 못했다.

대신에 ‘쪼꼬미’가 분탕질 하는 마음을 매 순간 알아차리며 청소를 시작했다. ‘쪼꼬미’가 마음 속에 매우 작은 죄책감의 소용돌이를 일으키고 있다면, 그 죄책감을 알아차리고 그 감정을 느끼고 있는 ‘나’를 축복했다. 죄책감은 ‘내 것’이 아니라 그냥 경험하고 지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이 그냥 흘러갈 수 있게 허용했다.

명상을 하면 어둡고 끈적거리는 감정들이 다양한 형태로 보이거나 느껴지기도 했다. 감정을 화두로 깊게 명상에 들어간 날엔 오래된 감정 찌꺼기 집합체를 만나고 청소했다. 그런 작업이 거듭될 때 마다 더 깊게 평화로워지고, 가벼워졌다. 미래에 대한 불안이 점점 더 옅어지고, 알 수 없는 용기들이 솟아났다. 나를 제외한 어떤 누구도 내 삶에 컨트롤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다.

이전에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눈치 보지 않고 당당하고 편안하게 내 목소리를 냈다. 또 애써 나를 드러내지 않아도 편안했다. 다른 사람이 나를 인정해주지 않아도 이전 보다 괜찮았다.

비교하는 마음이 올라오면 그 비교하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축복했다.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면 인정받고 싶은 마음이 올라오는 것을 바라 보았다.

어느 때 보다 나 자신과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내가 가진 한계와 실수, 그것으로 인해 일어나는 부정적인 감정까지도 완전하지 않지만 웬만하게 수용하고 편안해졌다. 그러고 나니, 타인들에 대해서도 더 관대해졌다. 다른 사람들이 덜 미웠고, 이전보다 더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이런 평화로움들이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 알 수는 없다. 언제나 오르락 내리락 하는 법이니까. 고양된 의식 상태에 있다가도 다시금 소용돌이 속으로 빠지기도 하니까..

그러나 2018년은 ‘나’와 정녕 평화롭게 지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한 선물같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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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잡한 시장속을 걸어나와 공원 속 벤치에 앉아
하늘 바라보는 기분이 들게 합니다
고맙습니다

오! 멋진 표현이네요.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녀님, 오래기다렸습니다. 바가바드기타도 나머지(16장과 17장) 연재해주실꺼죠? 스팀시티 텀블러도 보관중이에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마음 한켠이 무거웠어요. 12월 가기전에 가능하면 다음 주 중에 완료할게요~ ^^ 그저 감사합니다~

바가바드기타 릴레이 때문은 아니죠? 천천히 하시면 됩니다:-)

쭈꾸미인줄 알았는데 마음속으 또다른 나 이군요.^^

쭈꾸미 ㅎㅎㅎㅎ 그렇게 볼만도 하네요. ㅎ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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