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가 있는 풍경

in #flowerday2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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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학교에서는 저녁 8시 30분부터 30분 동안 간식을 먹는다. 저녁을 5시 30분에 먹으니 그 시간이면 학생들의 배가 출출할 시간이라서 이런 저런 간식을 마련해서 먹는다. 어제 간식시간에 간만에 학생들이 무엇을 먹고 있는지 궁금해서 카페에 가보았다.
학생들이 오순도순 모여서 간식을 먹고 있었다. 내용물은 바나나, 파인애플, 빵이었다. 무엇이 제일 먹고 싶냐고 물으니 과일이 제일 좋다고 한다. 예전부터 몸에 좋은 사과는 하루에 한 개씩을 꼭 먹이고 있다.

사과를 도매로 사오는데 주로 내가 사는 연천 지역의 사과를 사온다. 지구의 온난화 영향으로 대구지역에서 사과를 재배하신던 분들이 20년부터 집단으로 이주해 오셔서 과수원을 하신다. 그리고 사과가 제법 잘 재배가 되고 맛도 제법 좋다.
수업이 시작되면 내가 할 일은 별로 없다. 그래서 지역 여기저기를 걸어다닌다. 걷다보면 사과 과수원을 자주 지나친다. 특히 가을에 사과나무가 빨갛게 열린 모습은 참으로 아름답다.

작년 가을 어느 날로 기억된다. 그날도 걷다가 과수원을 지나고 있었는데 한 쪽에 사과박스에 비닐봉투에 담긴 사과들이 있었다. 아마도 그 사과는 과수원에서 딴 사과인 듯싶었다. 그리고 박스에 메모가 쓰여 있었다. 한 봉투에 만원이라고....

아마도 지나가던 차량을 상대로 장사를 하는데 무인판매대였던 것이다. 혹시 그냥 가져가면 어쩌려고 저럴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그런데 생각을 바꿔보니 그 모습이 참 아름답게 다가왔던 것은 사람을 의심하지 않고 믿음을 갖고 무인판매를 하는 사람들과 그 사과를 양심대로 돈을 내고 사가는 사람들의 마음이었다.

우리는 이상하게도 그런 모습들을 보면 살짝 의심하고 불안감을 갖는다. 아마도 익숙하지 않아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주인은 그런 불안한 마음을 뒤로 두고 사람들을 믿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소소한 신뢰가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큰 밑걸음임을 배운, 즐겁고 소중한 시간이었다. 나에게 그런 소중한 가르침을 주신 주인의 어떤 분인지 궁금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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