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꿈이 뭐니?] 꿈은 이루어졌다.
[너 꿈이 뭐니?]프로젝트
자신의 꿈에 대해 얘기한다.
지금은 어디까지 왔는지 얘기한다.
3명의 스티미언을 지정한다.
태그는 #flightsimulation
(멀린(@mmerlin), 하늘(@flightsimulator)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 프로젝트)
[너 꿈이 뭐니?]
라고 제목에 쓰고서는 멍하니 깜빡이는 커서만 바라보고 있다.
시간이 간다...
마땅한 제목은 떠오르지 않고... 계속 시간이 간다.
그러다 번득 하고 머리를 스쳐가는 생각하나.
'어짜피 나는 글을 그렇게 잘 못쓰자나... @garden.park 님이나 @bookkeeper 님 @jamieinthedark 님 또 나를 지목해준 @vegetate 님 같은 분들 처럼 잘 쓸리가 없는데 왜 고민을 하나...'
그렇다. 워낙 글 잘쓰시는 분들이 많은 이곳인데, 잘 써보리라는 마음 정도면 충분할것이지 뛰어난 글을 쓰겠다는 생각은 애당초 가능하지 않다.
1장 : 꿈이 장래희망인 줄 알았다.
어린이 travelwalker는 꿈이 매우 뚜렸했다. 철이야 있을리가 만무한 나이였을 때도 누가 물어보면 매우 단호하게 나의 꿈은 '과학자' 라고 말했었다.
어린아이가 꿈의 명확한 의미를 이해하고 있었을 리가 없었고, '커서 뭐가 될래?' 하는 물음이 꿈을 묻는 것인 줄 알았다.
엄마들이 그러하듯 무엇에든 소질을 보일까 하여 그림도 피아노도 주산도 가르쳐 보고 했었지만, 그 많은 유혹에도 너무나도 일관성있게 내 어린시절에서 학창시절까지의 꿈은 계속 '과학자'였다.
과학입국 이라는 사상을 주입하던 시절에 유년기를 보낸 나로서는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었을 것이다.
당시의 나는 과학자가 되면 뭔가 대단한 것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마징가를 만든 남박사나 태권브이를 만든 김박사 처럼. 사실 그 박사님들이 외주 생산관리의 달인들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한참 뒤에나 하게 되었지만.
통상의 이야기라면... 이쯤에서 꿈이 바뀌어야 하는데... 놀랍게도 어린이 travelwalker는 자라서 꿈을 이룬다. 정말 과학자가 되었으니까.
2장 : 꿈이 이루어졌다?
공부를 곧잘 했던 학창시절의 나는 고3시절 잠시 의대의 유혹에 흔들리긴 했으나, 결국 공대로 진학을 결정했다. 한줄로 적었지만, 매우 복잡한 사정이 담겨 있다. 집안 형편등으로 내가 그냥 공대로 가겠다고 결정했을때, 부모님은 매우 미안해 하셨지만, 사실 나는 그렇게 아쉽지 않았다. 원래 내 꿈은 '과학자'였으니까.
우습게도 나는 수학을 매우 싫어하는데, 공대를 갔다. (잘 못하는 건 아니다. 잘 못했으면 애당초 공대를 못갔겠지) 아마 그래서 수학을 가장 안할 만한 과를 선택했던것 같은데 그게 화학이었다.
큰 이벤트 없이 학부를 마치고 매우 자연스럽게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이상하게도 별 고민이 없었던것 같다. 마치 그렇게 하기로 되어있었던 것 처럼 대학입학과 동시에 이미 대학원 진학이 결정되어 있었던 것 같다.
두번째 위기는 대학원을 졸업할 무렵에 찾아왔다. 석사를 마치고 또 당연한듯 박사진학을 생각했었는데 미국으로 유학을 가고자 했던 내 생각과 나를 붙잡으려 했던 지도 교수님과의 갈등이 생겼다. 난 그만 회사 연구소로 도망쳐버리고 말았다. 연구원이 되어 회사생활을 시작했고, 대학원에서의 생활과 크게 다르진 않았지만 대략 '과학자'의 모습으로 살게 되었다.
연구원이지 과학자 인가 애매한 상태에서 결정적으로 내가 과학자의 꿈을 이룬 사건이 있었는데, 첫차를 구입하고 첫 보험을 들었을 때 였다.
나는 운전이 초보였는데, 보험 설계사분은 보험이 초보셨던가 보다. 보험가입이 끝나고 내게 보내온 보험증서 직업난에 당당히 '과학자' 라고 적으셨다. 연구원이라는 직업이 통 생각이 안나셨던가 보다 싶었지만, 누군가 내 직업을 과학자라고 부른 것은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머 결국 과학자의 꿈은 이룬 셈이다.
3장 또다른 꿈을 꾸다.
그렇게 시작한 '과학자'의 길은 이십년을 바라보게 되었다. 내가 하는 일이 싫다고 생각해 본적은 없지만, 언젠가 부터 이것이 나의 꿈이 었던가 나는 꿈을 이루었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로보트태권브이의 환상은 처참히 깨어진지 오래되었고, 김박사를 꿈꾸던 소년은 거대 기업의 약팔이 부속품 중년이 되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외국계 거대 기업에서 일을 하는 관계로 세계 이곳 저곳을 다녀볼 기회를 많이 갖게 되었다. 원래 호기심이 많고 여행하기를 좋아하는 나로서는 그 기회가 달콤할 수 밖에 없었는데, 그렇게 지내다 보니 의심없이 확고했던 어린 시절 내 꿈에 대해 회의가 들기 시작했다.
뭔가 한가지 맘에 드는 일이 생기면 맘에 족할때 까지 파고 드는 성격탓에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면 어느 정돈 끝장을 보곤 했다. 볼링에 취미를 붙였을때 한달 알바비를 탈탈 털어 공을 사고 아예 볼링장에 출근 도장을 찍으며 살았고, 사진에 취미를 붙였을때 육개월에 한번씩 카메라를 바꾸고 그걸하려고 적금을 들고, 오디오를 시작한 후로는 동호회며 샵이며를 누비고 다녔다.
세상에는 재미있는 것들이 너무도 많았고, 내가 둘러본 세상은 내 생각보다 훨씬 컸다. 내가 이루었다 생각했던 것들은 사실 한줌 알량한 성취도 못되는 것이었다.
회사의 부속품으로 살아간다는 것, 그것은 내 인생을 담보로 안정된 밥을 얻는 것이다. 그것이 개인의 창의력을 발휘하여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무엇인가를 만들어내는 '과학자' 일리가 없다는 것은 어쩌면 시작 부터 분명했던 일임에도, 그렇게 많은 시간을 월급의 마약에 취해 '정신승리'로 버텨왔던 것이다.
이제 나는 내 인생의 주체를 회사로부터 월급으로 부터 찾아오려고 한다. 좋아했던 글쓰기를 하고, 사진을 찍고 여행을 다니며 내 나름의 형태로 사회에 기여하고 내 삶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려 한다.
아직은 정확히 모양이 정해지진 않았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생산을 하고 소비를 할 것이고, 주변과 소통하고 어울려서 살것이다. 지금까지는 누군가 다른것을 위해 생산하고 소비했다면, 이제는 나를 위해 생산하고 소비할 것이고, 그 것을 통해 내 주변에 나눌 것이다. 내 인생을 더 깊이 바라보고 더 충실하게 살 것이다. 이제 꿈은 '과학자'라는 직업의 틀을 벗어나 한사람의 인간으로서 주체를 갖는 삶이라는 다소 추상적인 명제로 바뀌었다. 틀을 깨는 데 참 많은 시간이 걸렸다.
4장 맺으며
어느 정도 시간이 흘러야만, 나이를 먹어야만 보이는 것이 있다. 조금 더 일찍 알았더라면, 그 때 알았더라면 하는 후회는 사실 부질없다. 보일 수 있을 때가 되어야, 알 수 있을 때가 되어야 보이고 알게 되는 것이니까. 다만, 그 시기가 사람마다 조금 빠르고 늦는 것일 뿐.
나는 이제라도 깨달을 수 있어서 또, 아직 시도할 수 있을 만큼 젊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내 꿈에 대해서 내가 살아가는 방법에 대해 다소는 늦은 혹은 상대적으로 빠른 고민을 하는 시간동안 스팀잇을 만났다. 정신 빼앗기기 딱 좋은 포맷이랄까. 좋아하는 것들이 복합적으로 잘 모여 있는데, 돈 까지 준다고 하니 더 그랬다.
그러나, 정신만 빼앗긴건 아니었다. 지난 한달간 스팀잇에서 생활하면서 내가 가지고 있던 고민들의 실체를 많이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글들을 많이 접할 수 있었고, 새롭게 정의된 내 꿈의 명제가 터무니 없는 것은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를 얻기도 했다. 내가 스팀을 해서 고래가 되어 일일일닭을 하며 부귀영화를 누리겠구나 하는 꿈이생겨서가 아니라, 걷는 속도가 달라도, 혹은 걷는 길이 달라도 사람이 살면서 추구하는 궁극의 끝자리 어디엔가에는 비슷한 가치가 있구나 하는 것을 깨달아서다. 결국 중심에는 사람이 있다.
나는 꿈을 이루지 못할지도 모른다. 아니 달리보면 이미 꿈을 이뤘는지도 모른다. 이러면 어떻고 저러면 어떻겠는가... 지금 내 눈앞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남아 있고, 내가 할수 있는 힘이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Fin.
@mmerlin님, @flightsimulator님이 쏘아올린 작은 공을 @zzing님이 잘 토스 해주시고, 그것이 퍼져 나가는 길목에서 제게 패스 해주신 @vegetate1981님 이하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재미있는 주제 주셔서 감사드리고, 썩 쓸만한 글을 못쓴것도 조금은 죄송스럽네요 ^^ 그래도 열심히는 썼습니다.
이제.... 제가 3분을 지목 해야 할텐데요.... 너무 많아서 다 이름 부르고 싶은데... 그래서 4분을 모실까 합니다
@bbana : 비비아나님~ 부탁드립니다.
@gaeteul : 개털님~ ^^
@kaine : 오그레님, 도와주세요~ ^^
@hjk96 : 반님, 기대할께요~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이런것이군요.... 으음.... 일단 그래도 꿈을 잘 이루어가고 계시네요.... 규칙 갘은거 살펴보고 저도 절 한번 돌아다보는 시간을 가져야 겠네요 ^^ 감사합니다
응답해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좋은 글 기대하겠습니다 ^^
travelwalker 님 저 지목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ㅠ
챌린지에 제 이름이 지목된다는것 만큼 기분 좋은건 없는것 같아요. ^-^
제가 필력이 부족해서 자신은 없지만 다른 분들 글 쓰신것 쭉 읽어보고 한번 도전해볼게요 : )
하고싶은게 무엇인지 알고 그걸 이룰수 있는 시간이 남아있다는 것은 참 행복한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
어려운 부탁 흔쾌히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눈 반짝이며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ㅎ
공부 잘하는 공대 오빠 였겠군요. . ^^
꿈을 이뤘다 이루지 못 했다
라는 결과의 중요가 아니라
이루기 위해 노력 한 그 결과가
아름다우네요😊
지목한 보람 있습니다. 호호홍 . . ㅋ ㅋ
앗... 방금 수정했는데 읽어버리셨군요... 제가 야채님 아이디에 숫자를 빼먹어가지고... 죄송합니다 ㅜㅜ 그래도 아마 다른 야채님은 안계실 거니까 괜찮겠지요? 헤헤
덕분에 재미있게 글썼습니다. 좀 더 잘썼으면 좋았겠지만... 이정도가 최선입니다 ㅋ
그 아이디 쓰는 사람 없을겁니다. .
아. . 놀고먹는거 좋아하면 쓰려나? ㅋ ㅋ
별거 다 미안해하십니다 .
이정도라 더 좋습니다. . ㅎ ㅎ
더 잘썼으면 더 거리둘지도. . 쿄쿄쿄. . ㅋ
제 노트에 적어봅니다. 제 마음을 울리는 문구네요.
트래블워커님처럼 저도 하고 싶은 거 있을 때 마음껏 해볼 걸 아쉽습니다. 항상 너무 두려워하고 위축되어 살았던 것 같거든요. 요새는 하고 싶은 거를 맘껏 해서 신이나요:)
좋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도 안늦었지요... 무엇이든 도전하고 즐기는 삶 되시기를 응원합니다 ^^
ㅎㅎㅎ 저도 꿈 과학자 였습니다! 다시 할수있으면, 저는 과학 하고 싶습니다.
지금이라도 다시 하실 수 있지 않을까요? ^^ 너무 늦은때라는 건 없으니까요.
보일 수 있을 때가 되어야, 알 수 있을 때가 되어야 보이고 알게 되는 것이니까.
이 부분 너무 와닿네요...
서두르지 않아도... 때가 되면 보이고 알게 될 것이라는 말이 위로가 되네요..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함께 천천히 걸어가시죠~ㅋ
1일 1글 보팅지원하러 왔습니다 :) (5/7)
공감가는 부분이네요. 부질 없는 후회를 최근 들어서 많이 하고 있었는데, 썩 쓸만한 글을 못쓰신거 아닙니다. 정말 좋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오늘도 감사합니다. 칭찬해 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군요 ^^
어릴적 꿈을 이룬다는 것도 쉽지않은데... ! 꿈을 이뤘다는 것만을도 멋진 삶이 아닐까 싶네요!
누구나 지난 시간을 돌이켜 보면 부질 없음을 느끼지만... 지난 시간 보다 앞으로의 시간이 더 중요하듯... 행복한 꿈으로 채워 가시길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꿈을 이룬것이 맞는지 조금 헷갈리긴 합니다만, 그래도 어릴적 꿈은 이룬셈이니 좋은 것 같습니다. 활기찬 주말 되세요~
꿈이야기 들으니 참 좋네요 어린시절 기억도 나고요.
저도 글쓰면서 오랜만에 옛날 생각 한번 해봤네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와....지금 과학자이신 건가요?!!
뭔가 되게 멋져보이고 범접할 수 없는 느낌이에요:)
멋있으세요~~~
음... 과학자의 너울을 쓴 회사원이라고 하는 편이 더 맞겠죠? ㅎㅎ
그리 멋지진 않답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