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싱글 남녀의 데이트 상대를 찾아준다고?
아이폰 사용자라면 iOS 11에서 신규로 추가된 도큐먼트 스캔 기능을 유용하게 사용하시고 계실 것입니다.
기본 기능인 메모에 추가해서 종이 문서를 사진 촬영을 통해 스캐닝 해서 pdf로 변환한 뒤 첨부하는 기능입니다.
이 기능은 OS에 기본 기능으로 탑재되기 전에는 다양한 앱을 통해 제공되던 독립 기능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폰에 기본 기능이 되면서 관련 앱들이 설 땅이 없어진 상황입니다.
이처럼 다양한 기능들을 OS 내의 기본 기능으로 흡수하며 3rd Party의 역할을 대체하는 사례는 다양하게 있습니다.
또 다른 유형으로는 대부분 사용자가 이용하는 서비스가 그 영역을 확대하면서 동일 서비스를 제고하던 중소 규모의 개발사의 입지를 위협하는 경우입니다.
카카오가 단계적으로 주문 서비스를 일반 음식점까지 확대하는 배달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라는 계획을 밝힌 것이 이에 해당합니다.
현재 토종 서비스인 배달의 민족과 다국적 서비스인 요기요가 관련 시장을 양분하여 각축을 벌이고 있는 판세를 카카오가 심하게 흔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미 대리운전과 콜택시 분야에서 강력한 파급력을 선보였던 카카오의 배달 서비스 진출은 관련 업계를 긴장하게 만들기 충분해 보입니다.
배달의 민족은 발 빠르게 카카오의 강력한 경쟁사인 네이버와의 제휴를 확대하여 이에 맞불을 놓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사실 카카오톡이 가진 고착화된 회원 기반으로 보면 진출해서 성공하지 못할 서비스 분야가 없어 보입니다. 금융과 콘텐츠 분야와 더불어 전자상거래의 다양한 모델을 통해 이미 수익화에 대한 자신감이 붙은 상황입니다.
SNS가 무료로 제공되며 얻은 회원의 정성적인 정보를 기반으로 광고 시장에서 수익을 올리는 것은 이미 익숙한 사업 모델입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양날의 검을 휘두르며 광고 시장에서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는 마크 저커버그는 그러나 회원 상호 간의 매칭을 통해 또 다른 서비스 모델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현지시간으로 5월 1일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F8) 기조 연설에서, 올 하반기에 데이팅 기능을 출시하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최근 페이스북의 개인 정보 유출로 청문회 출석을 하는 등 곤혹을 치른 그가, 오히려 개인 정보를 적극 이용하는 데이팅 서비스 진출을 발표한 것은 매우 이례적입니다.
가장 민감한 개인 정보를 이용해서 남녀의 만남을 매칭하여 추천하는 데이팅 앱은 정보와 감성이 만나는 접점에 자리 잡은 서비스라고 볼 수 있습니다. 페이스북은 이러한 데이팅 서비스를 통해 개인 정보의 취급에 대한 강화된 페이스북의 신뢰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페이스북의 이와 같은 데이팅 서비스 진출 소식은 기존 업체에게는 커다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미 발표 직후 데이팅 서비스의 리딩 업체인 매치의 주가가 22%나 폭락한 것을 보면 그 파급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대형 기업이 신규 서비스 분야의 진출을 위해 진행하는 M&A에 선택되는 일부 피인수 업체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위의 사례들과 같이 OS나 대형 서비스가 자신이 운영하는 동일 서비스를 신규 기능으로 추가하는 것은 재앙과도 같이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결국 사업모델의 피봇팅을 유연하게 할 수 있는 조직 구축과, 극심한 경쟁관계를 회피하며 작은 회사의 강점을 살려 신속한 사업 전개와 독창적인 모델로 인해 선점 효과와 진입장벽을 쌓아나가는 전략만이 유효해 보입니다.
하지만 후발로 동일 서비스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대형 업체의 난상 공세에도 불구하고, 기존 고객들의 이탈 없는 성원으로 스스로의 위치를 굳건하게 지키는 업체들의 선방을 지켜보는 것 또한 큰 기쁨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예외가 없다면 시장은 너무나 획일적이고 자본 집중적인 독과점의 양상으로만 치닫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서비스 분야를 놓고 다양한 업체 간의 선의의 경쟁이 과열되는 것은, 유저들에게는 더없이 유리하고 즐거운 일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