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풍경 / 이경화]

in #eg6278802 years ago

[가을 풍경 / 이경화]

손끝으로 톡 건드리면
파란 슬픔이 왈칵 쏟아져 내릴 것 같은
맑은 하늘 호수에
양떼구름 정처 없이 방랑의 길을 떠난다

바지랑대 위에서
한가로이 졸고 있던 고추잠자리 떼
쪽빛 하늘에 군무를 이루며
자유로운 영혼의 날갯짓이 눈부신
낭만의 계절이다

한낮의 고요한 적막감은
시련에 젖은 꽃잎에
애수의 그림자를 드리우고
바람의 가슴 깊은 곳에서 시작되는
갈잎의 노래는 고독함이 묻어난다

뜨거운 열정이 식어버린
계절의 모퉁이를 돌아서
추억이 내려앉은 거리엔
어느새 그리움의 언어들로 덧칠을 한다

먼 산의 덩치가 날로 야위어가고
풀벌레들이 부르는 한밤의 소야곡이
심금을 울리면
사색에 빠진 불면의 가을밤은
또 이렇게 깊어만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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