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W I STOPPED BEING A JEW 세요

in #dclick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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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은 개인과 개인, 개인과 집단, 집단과 집단 간 상호작용의 결과이다. 정체성은 동질감으로 묶이기도 하고 때로는 배타성의 원인이기도 하다. 타잔이 제인을 만나지 못했다면 목청껏 소리 지르며 밀림의 왕으로는 살았겠지만, 사회 구성원으로서 개인의 정체성을 갖지는 못했을 것이다. 나이, 종교, 인종, 지위, 성격, 가족 구성원 등 태생적이든, 인위적이거나 의식적이든 사회 안에서 구현된 언어만이 정체성을 규정할 수 있다.

개인의 정체성은 한 개인이 다른 개인이나 집단과 구분 지어지는 내면적인 특성이다. 그래서 현대 사회는 개인 정체성의 확립을 자아실현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여기며 그렇게 실현된 자아를 개인주의라는 이름으로 신성불가침의 영역에 봉헌했다. 침범해도 안 되고 침범당해도 안 되는 이 영역이 사회 통념을 넘어 통합의 이데올로기로 발전하여 이제는 생물학적 인간의 본능처럼 인식되기도 한다.
개인의 정체성이 우주의 중심이란 생각은 그것이 사회 각 영역의 자양분을 공급받아 성장한 결과이겠지만, 반면에 사회의 질서와 토대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말과도 같다. 어느 시대나 그 시대를 사로잡은 이데올로기는 인간 본연의 고뇌에 찬 정신적 산물이라서 과거부터 면면히 이어 내려와 미래에도 변치 않을 지고지순함의 결정체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한 시대의 정체성은 결국 그 시대를 넘지 못한다.

개인의 정체성이 갖는 개별적인 차이는 정체성이 의미하는 집단적 성격을 감추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한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대부분이 동일한 정체성을 선택해야 한다. 집단의 이런 정체성은 자연발생적일 수도 있고 폭력적일 수도 있고 바이러스 감염처럼 은근할 수도 있는 다양한 경로를 통해 나타나지만, 곧 영속적일 것 같은 견고한 집단성을 얻는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 시대에 인문, 사회, 역사의 관점과 개념을 생산하고 주도하는 세력이 서구 사회임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들이 채택한 카테고리가 기준이고 그 기준의 시작은 당연히 유럽이다. 유럽 사회를 지탱해 왔던 정체성은 종교와 민족주의인데, 여기서 민족주의는 종교의 후퇴에 따른 정체성의 혼란을 효과적으로 정리한, 비교적 최근의 개념이다. 요즘은 통신과 모바일 기기의 발달로 정체성이 갖는 집단주의의 경향조차 해체되고 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서구식 근대 민족주의는 우리 삶을 강력하게 규정하고 규제하였다. 민족과 국가라는 전혀 다른 의미가 합쳐져 민족국가라는 정체불명의 조직이 태어났다. 애국심을 기반으로 하는 민족주의와 궤를 함께하며 가끔 순수로 위장하여 집단성에 동의할 것을 촉구하기도 한다.

HOW I STOPPED BEING A JEW (저자 : 슐로모 산드)
원제와는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유대인, 불쾌한 진실"이라는 다소 불쾌한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 슐로모 산드는 이스라엘 텔아비브 대학에서 종신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학생들에게 현대 역사학을 가르치고 있다.
스스로 유대인이기를 포기한다는 간략한 선언서이기 때문에 유대인의 근현대사나 현재적 의미를 밀도 있게 다루지는 않는다. 유대인이며 이스라엘인인 저자가 이스라엘인이면서 유대인이 아닌 이들의 차별에 눈을 뜨고 나아가 유대인의 정체성은 무엇인가를 역사적 실례와 함께 조명한 책이다. 그는 이스라엘 건국 이후 유대인의 실체는 모호해지고 가변적으로 되었으며 이제는 유대인임을 규정할 아무런 정체성도 남아있지 않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그는 반유대주의와 시오니즘 양극단에 "나는 유대인이 아니야."라고 선언한다.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만든 유대인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거부하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며, 내가 가진 정체성을 나는 얼마나 잘 대면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좀 더 솔직하게 내 정체성을 까발리고 싶었으나 나는 정체성이라는 담론에서만 머물 뿐 내 안으로 깊이 파고들어 가지 못했다. 내 실체를 마주하는 것을 스스로 무서워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렇게 해서 무엇하랴, 나는 그리 돼먹은 인간인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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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이지 스팀잇이 출간되었습니다(+M-shape도요~)

안녕하세요. 포해피우먼입니다. 오늘은 반가운 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아기다리고기다리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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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성은 오랜 세월을 통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겠지요.

오랜 시간이 걸리면서도 또 조금씩 변하기도 하겠죠.. 현대처럼 사람의 정체성이 다양한 시기도 없었을 것 같네요.

근디..
타잔이 제인을 만나서
나중에 결혼 했대요?
제인을 찾아서 시내까지 막 온것 같기는 한대..ㅋㅋㅋㅋ

타잔(더 레전드)라는 영화를 보면 결혼해서 영국에도 갔다네요...ㅋㅋ

정체성;; 애매모호하네요 ㅠ

자신의 정체성을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별로 없을거에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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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하실때 언제든지 신청하세요.^^

핫 감사합니다. 언능 사용해야겠네요..

글잘읽고 보클 하고 갑니다 ~~^^

상호 보클로 훈훈한 스팀잇을...

정체성이 뭔지...
희미해져 가는 단어인 듯 한 느낌이 드네요.

살다보면 어찌어찌 몸에 체화되는 거겠죠..ㅎㅎ

나의 정체성...평생 살아가면서 느끼는 화두죠.
유대인이 나는 유대인이 아니라고 하면서 이스라엘에서 살아가다니, 시대가 바뀌기는 했나 봅니다.

유대인이 아니라고 하면서 이스라엘에서 교수로 살 수 있는 이유를 잠깐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에도 유대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이 20%나 있다고 하네요..

정체성,, 평소에 의식하진 못해도, 결정적인 순간엔 드러나 행동의 방향을 결정짓곤 하죠. 유대인이 아니라고 한 선언이 담긴 책, 흥미롭네요.ㅎ

번역본의 제목이 좀 자극적이긴 한데 경험에 바탕을 둔 사실적 내용입니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음모론적 시각은 전혀 없구요..

보클하고 가요~~
좋은하루 하세요~~

보클 감사합니다. 행복한 저녁 되십시오.

세상이 발전하고 교류가 많아지면서 민족적인 정체성이 많이 모호해진 세상이긴하네요!!

앞으로 더 모호해지겠죠. 민족 정체성이 그리 중요한 건 아닐거라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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