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사일기 #24. 집 나간 고양이에게 따뜻했던 동네
몇 년 전 일이다. 밤 11시쯤 퇴근 후 남편과 함께 집에 돌아오는 길에 집 앞 복도 창틀에서 고양이 한 마리를 발견했다. 아무리 봐도 첫째처럼 보였다.
나 : 뭐지?
남편 : 페니(첫째 고양이) 친구인가 봐!
우리는 층마다 공동 현관문이 있는 오피스텔에 살고 있었고 우리 집은 고층이었다. 그런데 친구라니, 그럴 리 없었다. 아직 첫째를 데려온 지 4개월밖에 되지 않아 얼굴이 덜 익숙했고, 집 밖으로 나갈 방법도 없어 보였지만 아무리 봐도 첫째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창틀에는 물, 고양이 사료, 쥐포, 오징어 담긴 그릇이 놓여 있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싶었지만 일단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조금 있자 복도에서 웅성웅성하는 소리와 함께 그릇을 챙기는 소리가 들렸다. 놀라서 쫓아나가 보니 처음 뵙는 분이 쥐포와 오징어가 담긴 그릇을 들고 계셨다.
나 : 죄송한데 어떻게 된 일인지 아세요?
옆집 사람 : 고양이가 창틀에 앉아있더라고요. 배고플 것 같아 먹을 걸 좀 뒀는데 안 먹었네요.
나 : 와 정말 감사합니다. 저희 고양이인 줄 알고 계셨어요?
옆집 사람 : 지나다니다 창밖을 내다보는 걸 본 적이 있어요.
처음 뵙는 분의 호의가 너무나 감사해서 집에 있던 와인 한 병을 선물로 드렸다. 한사코 거절하셨지만, 그래도 꼭 드리고 싶었다.
그런데 물그릇과 밥그릇이 남아있었다. 이건 또 뭔가 싶어서 ㄱ자 구조로 생긴 복도를 걷다가 이번엔 어느 집 앞에 담요가 담긴 종이상자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집에 사는 분은 고양이 두 마리를 키우셔서 안면이 있었다. 가끔 복도에서 고양이 산책을 시키셨는데 그때마다 우리 고양이들도 쪼르르 창가로 달려가서 구경했기 때문이다.
정말 감사하다며 자초지종을 여쭤봤더니, 아침부터 첫째가 집 앞 창틀에 앉아있었다고 한다. 우리가 이사하면서 버리고 간 줄 아셨다고. 혹시 아닐지도 몰라 일단 집 앞에 상자와 밥그릇, 물그릇을 놓고 고양이를 옮겨놨는데 계속 우리 집 앞으로 가서 앉아있어서 밥그릇, 물그릇을 거기에 뒀다고 하셨다. 그리고 혹시 다음날에도 여전히 거기에 앉아있다면 데려가 키우려 했다고 하셨다.
중앙현관에서 집에 가는 길에 우리 집을 통과해야 하는 집만 6~7채였다. 아침부터 밤늦은 시간까지 그 누구도 경비실에 고양이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점도 정말 고맙고 다행이다 싶었다. 그때의 기억은 너무나도 강렬해서, 지금도 밖에 나갈 땐 고양이가 함께 나온 건 아닌지, 문은 잘 닫혔는지 두 번씩 확인한다.
그날 새벽엔 둘 다 PT가 있었다. 남편은 PT 후에 집에 두고 온 물건을 가지러 기절할 것 같은 몸을 이끌고 집에 다녀왔었다. 그 정신없는 틈을 타 이 녀석이 탈출한 것 같다. 설마 현관문 손잡이를 내리고 철문을 밀었을 리는 없으니.
첫째는 바깥에서 오래 생활한 길고양이라서인지 호기심이 왕성해서 어딜 가던 샅샅이 둘러봐야 직성이 풀리는 아이다. 공원에서 산책을 시켜도 한참을 걷는 것 보면 혼자 내보내면 몇 km는 둘러보고 돌아올 것 같다.
그리고 오늘도 소망한다. 엄마, 나 좀 나갔다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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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분들이 참 정이 많으신 분들이네요~
요샌 공동 주택에서 이웃을 잘 만나야 삶도 행복해지는 것 같습니다~
호기심이 왕성한 첫째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겠네요~^^
이웃을 잘 만나야 하는 것 정말 공감합니다. 지금 집은 외부 현관이 있어서 집에 들어가면서 실수해도 완전히 밖으로는 못나가더라고요. 다만 담장을 한번에 뛰어 오를까봐 걱정돼서(길고양이들이 하는걸 봤어요) 매번 들어갈 때 주의하고 있어요.
산책시키면 좋아하겠군요. 어떤 분이 저더러 해봤냐고 물으시던데, 원하는 애가 없어서...ㅎㅎ
한국에선 매번 공원 근처에 살아서 가끔 산책시켰는데 여기선 길고양이가 많아서 못 시켜요. 저희 집 바깥 정원에만 내보내도 맞고 오더라고요.
산책묘 만나기 힘들죠. ㅎㅎ 저희집도 둘째는 현관 밖에 나가면 세상이 끝나는 줄 알아요. 문앞에 서서도 밖으로는 할 발자국도 안 딛으려고 하더라고요. ㅋㅋ
혹시 산책 시키려거든 하네스가 필수일 것 같아요. 언제 어떻게 달려갈지 몰라서;;
당연하죠. 하네스도 조금 틈 있게 매면 바로 빠져나가요. 달려가는건 뛰어가면 되는데 공원 조경으로 만든 돌 언덕(?)위로 뛰어가려할 때가 있어 난감하더라고요. 그래서 산책 땐 집에서 하네스 메고 광활하게 풀밭만 있는 곳까지 이동장으로 이동해서 거기서 산책시켰어요.
불안할 것 같은데 그래도 나가고 싶어하는 고양이가 드무니
좋을 것 같네요. 저도 혹시 랙돌 오면 산책 시키려구요. 개랑 비교해도 중형견?정도는 되니 하네스 쉽게 벗지 못할 듯...ㅎㅎ
집에서 혼자 못 빠져나가는거 잘 확인하고 나가셔야 돼요. 꽤나 제대로 채웠다고 생각했는데도 꿀렁꿀렁 빠져나가더라고요. 요새는 바깥 산책 대신 중간 정원에서 햇빛쬐는걸로 퉁쳤어요.
그리고 산책 중에 만날 수 있는 꽃 ex. 진달래, 철쭉은 독성이 있으니 피하셔야되고요. 국화, 데이지 이런 것도 안돼요.
그리고 집에 아이들이 많아서 산책 안시키시는게 좋을 것도 같아요. 혹시나 뭔가 옮았다가 퍼지면 감당하시기가..
저희는 정말 가끔 산책 시키고, 산책한 날은 꼭 목욕 시켰어요.
액체처럼 꿀렁꿀렁 잘 빠져나가는 냥이들...ㅎㅎ 그러게요. 목욕 자주 시키는 것도 피부에 좋지 않고...체급 차이로 힘을 뺄 궁리를 해봤는데 아무래도 감염 가능성 생각하면 산책이 답은 아닌 듯 해요ㅠㅎㅎ
합사하는 과정은 저보다 잘 아실테고, 펠리웨이 멀티캣 이용해보세요. 효과가 있긴 한지 그걸 바깥 유리창 옆 콘센트에 꽂아놓은 동안은 유리창을 사이에두고 길고양이랑 싸우는 것도 안하더라고요.
이렇게 산책 좋아하는 고양이를 개냥이라고 하던가요? 산책냥인가..ㅎㅎ
호기심 많은 고양이라.. 생각만 해도 귀여워요.ㅋㅋㅋㅋ
가끔 오피스텔 같은 곳에 살면 이웃간의 정이라곤 없을 거 같아 삭막한데..이런 사람들 보면 그래도 아직 세상이 따뜻하다는 생각 많이 하게 되는 거 같아요 ^^
산책냥이요. 개냥이는 도도할 것 같은 이미지와는 달리 사람 옆에 착 달라붙어있길 좋아하는 아이들을 말해요.
맞아요. 한 번도 인사 나눠본 적 없는 분들도 도와주셔서 진짜 감사했어요.
산책할수 있는 고양이 종이 따로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고양이도 대부분은 산책을 엄청 무서워할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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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가까이서 찍으신거 보니 사람을 많이 무서워하진 않나봐요 :)
같이 있던 아내가 쓰담쓰담^^;
저도 아무 것도 없을 때 미안하더라고요. 다음에 고양이 많은 곳에 산책 나갈 땐 건사료 좀 챙겨서 가려고요.
산책냥은 축복(?)이라고 하던데 ㅎㅎㅎ
맞나요? ㅋㅋ
by효밥
ㅋㅋㅋ 같이 걸으면 좋은데, 강아지와는 달리 공원에 있는 암석위로도 뛰어 올라서;;;;; 따라갈 수도 없고 난감했던 적이 몇 번 있어요. 그래도 가끔 꽃밭에 앉아서 꽃향기 맡는걸 볼 땐 뿌듯했어요. :)
나올려고 고개부터 디미는 모습이 귀엽네요. 많이 건강해졌나봐요..
아팠던게 거짓말이었던 것 처럼 많이 건강해졌어요. :) 밥도 잘 먹고, 매일 프로바이오틱스 한 알을 먹여야하긴 하지만, 그러면 화장실도 잘 가고요!
이쁘네요 집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동네도 신고하거나 쫓아내지 않고 그렇게 지켜주고
고양이도 집앞에 있는 모습이 보기 좋네요 :)
저도 좀 신기했어요. 데려올 때 이미 2살 이상이었고 함께한지는 4개월 쯤이라 나가게 된다면 어딘가로 도망갈꺼라고 생각했었거든요. 그런데 다른 집 앞에 데려다 둬도 바로 돌아왔다고 해서 고양이한테도 고마웠어요.
좋으신분들만 살고 계시네요.
우린 고양이가 같이 살고 있다는것을 비밀 로 하고
살아요. 우리집 아이들은 산책이 불가능한데
첫째는 산책도 할수있네요.
어떻게 보면 첫째는 길에 살았던 것과 관계 없이 원래 성격이 그런 것도 같아요. 친정이랑 시댁에 데려다 놓아도 들어가자 마자 온 집안을 탐색하고, 이사를 하거나 새로운 큰 가구가 들어오면 둘째는 며칠은 숨어다니는 반면, 첫째는 엄청 열심히 구경하고 다니거든요. 그 호기심에 나가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고양이님과 함께 산책하는게 상당수의 집사님들께 꿈과 같은 일이라고 들었긴 한데...
혼자 나가는게 문제군요-ㅅ-;;
조심히 잘 댕기길 빕니다...
여기선 집 밖으로 나가도 외부 현관이 따로 있어서 거기 밖으로는 못 나가요.
얼마전엔 같이 병원 다녀 오는 길에 차 안에서 이동장 문을 열어뒀는데, 내린다고 문 열 때 이동장 문을 닫는걸 깜빡했지 뭐예요 -_-;;;;;;;; 신나서 같이 뛰어내려서 뛰어가려다가 제가 깜짝 놀라서 큰 소리로 이름을 불렀더니 '얼음'하는 것 처럼 멈췄어요. 멀리 안가서 다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