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한번 더 살아보다 - 존 윌리엄스, 《스토너》

in #dclick6 years ago (edited)


우리는 성공한 위인들의 이야기를 듣고 자라왔습니다. 빛나는 학문적 업적을 이루었다거나 혹은 죽음을 맞이하더라도 엄청난 성과를 이루고 떠난 사람들. 그런 사람들의 일화에 우리는 감동받고 나 자신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살아갑니다. 결국 사람마다 인생의 목표는 다를지라도 누구나 성공한 삶, 인기 많은 삶을 원할 것이고 그렇게 되리라는 믿음을 잃지 않습니다.

책의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는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특별한 교육의 혜택을 못 받던 중, 우연히 대학에 진학하게 됩니다. 농사에 대한 전문적인 공부를 할 수 있으리란 부모의 기대를 안고. 하지만 그의 학업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게 됩니다.

“셰익스피어가 300년의 세월을 건너 뛰어 자네에게 말을 걸고 있네, 스토너 군. 그의 목소리가 들리나?” 윌리엄 스토너는 자신이 한참동안 숨을 멈추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부드럽게 숨을 내쉬면서 허파에서 숨이 빠져나갈 때마다 옷이 움직이는 것을 세심하게 인식했다. (…) “이건 사랑일세, 스토너 군.” 슬론이 유쾌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네는 사랑에 빠졌어. 아주 간단한 이유지.”

그는 이렇게 문학의 길로 접어듭니다. 이대로 학문적 업적을 남기면서 훌륭한 문학작품을 남긴 학자가 된다면 정말로 해피엔딩이겠지요. 어렸을 때부터 농사일만 알았고, 나이가 들어서는 문학 공부만 했던 그에게 사랑의 감정이 몰아쳐 그는 결혼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한달 만에 실패라는 결론이 나지요. 그의 부인은 예민하고, 평생동안 그와 거리를 두면서 감정적인 견제를 하여 그를 힘들게 합니다. 그가 사랑한 딸 또한, 불안한 가정환경으로 스토너가 희망하던 모습으로 자라지는 못하였죠.

스토너의 문학에 대한 역량과 교육자의 자질은 누가봐도 훌륭합니다. 하지만 높은 직위의 교수로 올라가지 못하지요. 학과장인 동료 교수와의 갈등으로 인한 것인데, 스토너는 동료 교수에게 이렇다고 할 적의를 갖고 있지 않았지만 상대방은 그렇지 않았기에 그의 학문적 성공은 평생 발목을 잡힙니다.

괴롭다못해 이제는 어떠한 감정도 없는 아내와의 관계를 끊지 못한 상태에서 진정 그를 이해하고, 그와 맞는 사람이 그의 앞에 나타납니다. 하지만 불륜. 여기서 두 사람은 모든 관계를 끊고 도피하여 행복한 삶을 살게 될까요? 그렇다면 해피엔딩이겠지요. 주변에 여러 사람이 얽혀 있는 상황에서 두 사람만의 사랑을 유지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서로를 위해 헤어지기로 하지요.

이런저런 굴곡을 거치면서도 묵묵히 생활을 하는 그의 앞에 죽음이 다가옵니다. 병의 존재를 알고 인생을 정리할 때까지의 시간은 짧기만 합니다. 하지만 그의 주변 사람들의 태도는 이전의 그것과 다를바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는 그대로 생을 마감합니다.

넌 무엇을 기대했나? 그는 다시 생각했다. 기쁨 같은 것이 몰려왔다. 여름의 산들바람에 실려 온 것 같았다. 그는 자신이 실패에 대해 생각했던 것을 어렴풋이 떠올렸다. 그런 것이 무슨 문제가 된다고. 이제는 그런 생각이 하잘 것 없어 보였다. 그의 인생과 비교하면 가치 없는 생각이었다. 그의 의식 가장자리에 뭔가가 모이는 것이 어렴풋하게 느껴졌다. 눈에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들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들은 좀 더 생생해지려고 힘을 모으고 있었지만, 그는 볼 수도 들을 수도 없었다. 자신이 그들에게 다가가고 있음을 그는 알고 있었다. 세상의 모든 시간이 그의 것이었다.

그는 작은 성공과 실패를 여러 방면에서 반복하고 결국은 남들이 보기에 부러울만한, 특별한 삶을 살지 못합니다. 저도 기쁜 일과 슬픈 일을 겪으며 인생의 많은 부분을 소비했습니다. 그 와중에 하지만 무의식적으로 앞으로의 인생은 화려한 것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지 못했죠. 하지만 스토너의 일대기를 접한 순간 갑자기 나의 인생 또한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른다는 느낌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책을 보셨던, 그리고 보실 분들은 대부분 스토너의 일생을 저와 같이 느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자 존 윌리엄스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습니다.

인터뷰를 거의 하지 않았던 그는 어느 인터뷰에서 자신의 주인공에 대해 다음과 같이 논평했다. “나는 그가 진짜 영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을 읽은 많은 사람들이 스토너의 삶을 슬프고 불행한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의 삶은 아주 훌륭한 것이었습니다. 그가 대부분의 사람들보다 나은 삶을 살았던 것은 분명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그 일에 어느 정도 애정을 갖고 있었고, 그 일에 의미가 있다는 생각도 했으니까요. 내가 보기에 이 소설에서 중요한 것은 스토너가 자신의 일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입니다. 훌륭하고 명예로운 의미의 일 말입니다. 그는 일 덕분에 특정한 정체감을 얻었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스토너의 인생이 성공적인지 그렇지 않은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이 책을 통해 느껴본 삶의 허탈과 허무, 그리고 먹먹함이 결국 인생이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스토너 (Stoner)
저자: 존 윌리엄스
출판사: RHK (알에이치 코리아)
출간: 2015-01-02


@bree1042 님의 스토너 북리뷰가 있네요. 브리님은 원서로 보셨으니 같이 보시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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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diatrics님 주 1회 독서 후 서평쓰기 챌린지 #12 미션완료입니다! 이 글에 3/3만큼 보팅하고 갑니다 :)

주변 환경이 녹녹치 못한 와중에서도 이룰거 다 이루고
간거 보노라면 자기 하고 싶은거 하는게 가장 중요하구나
라는걸 실감하게 되네요

@sindoja 자기 하고 싶은거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 공감합니다😊

공감합니다. 성공과 실패 이분법적인 시각을 버리게 되네요

@jyinvest 그 말씀이 맞는 것 같아요. 이분법적 시각을 버리는 것!

삶의 완성이 어떤 건지 좀 알게 해주나요?
저자가 주인공의 삶이 훌륭하다고 했다고요.
흠... 언젠간.... 아마도 조만간 읽어봐야겠어요.

@dozam 삶의 완성이 어떤건지 알려주기는 좀 어려울 것 같아요. 오히려 불완전함을 더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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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스토너가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성공 여부를 떠나, 마음을 다해 삶을 대한 그의 태도 때문에요.

@bree1042 님 글을 나중에 읽었는데, 참 좋더라구요. 감사합니다!

그렇죠. 인생이란게 내 마음대로 되지 않죠. 50년 넘게 살면서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이제는 소소한 일들에 감사하며 살려고 노력하죠 ㅎㅎ. 엄청난 꿈을 꾸면서 앞만 보고 달렸던 시절도 있었지만요. 결국은 남이 봐서 성공한 인생이 아니라 얼마나 가족과, 또 내 자신이 행복했는가가 중요한것 같습니다. ㅎㅎ 잘 읽고 갑니다.

@rtytf 소소한 행복이란 것이 어찌나 힘든지😅 매번 느낍니다!

@pediatrics님 곰돌이 자다 깨서 보팅 왔어요. 그럼 전 다시 꿈나라로~ @gomdory 곰도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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