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맞춤육아] 그림책리뷰2 - 꿈에서 맛본 똥파리

달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 작품이 중하냐, 재밌게 읽어주는 게 중하냐. 뭣이 중한디.

<꿈에서 맛본 똥파리>는 제게 이런 고민을 안겨준 작품입니다. 이 책을 쓰고 그린 백희나씨는 구름빵을 만든 한국의 대표 그림책 작가인데요. <장수탕선녀님>, <알사탕>, <달샤베트>, <이상한손님> 등 다작의 작가이기도 합니다. 좋았던 작품이 많았던 만큼 상대적으로 범작들도 있습니다. 제 기준으로론 '똥파리'가 백 작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범작입니다. 동생 올챙이들에게 파리 잡아주는 개구리 오빠의 이야기. 아주 별다른 내용도 아닐 뿐더러 '오빠'가 해결사로 나오는 것도 좀 그렇고.. 여튼 그리 매력적인 작품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반전! 우리 아이에겐 압도적 최애 그림책이 <꿈에서 맛본 똥파리>입니다. 왜 그럴까요.

이 평범한 비주얼의 큰오빠 개구리.

잡은 똥파리를 동생 올챙이들에게 나눠줍니다.

요 장면을 읽어주는 사람이 따라하는 게 이 그림책의 묘미입니다. 요걸 따라하면 아이들은 너무나 좋아합니다.

요 장면도 잘 표현해야 합니다. '파리'의 입장이 되서 온 몸이 혀로 휘감기는 듯한 느낌으로 '척!'하고 연기를 해줘야 합니다.

큰오빠 개구리 열일하고 있습니다. 이쯤되면 아이들도 자지러지고 난리납니다. 요 장 읽어주다가 읽어주는 사람도 탈진합니다. 그렇게 탈진한 큰오빠 개구리가 꿈에서나마 똥파리 통째로 삼켰는데, 정말 맛있었다가 이 그림책 내용입니다.

이 책을 첫째 아이 돌 정도 때부터 2년여간 참 많이 읽어줬습니다. 둘째 아이도 이 책을 좋아하죠. 여러모로 손 때가 많이 묻은 그림책입니다.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생각해보니, 이 책을 '범작'이라고 평했던 것을 정정하고 싶네요. 이 책은 그림과 의성어를 통해 구연자와 아이가 즐겁게 소통할 수 있도록 잘 기획된 훌륭한 그림책입니다. 아무리 대단한 철학을 담고 있어도 아이가 느끼지 못하면 의미가 줄어들죠. 또한 아이를 위한 그림책이라곤 해도 작가들은 읽어주는 어른에게 어떤 인상을 줄 것인지를 나름 신경쓸텐데요. 이 책은 무엇보다 아이의 입장에서 무엇에 즐거워하는가를 고민한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특히 육아인들에게 아이들과 즐겁게 소통할 수 있는 책이란 점에서 추천하고 싶네요. 오늘 큰오빠 개구리 흉내 한 번 내보는 것이 어떨까요?

*눈맞춤육아 콘텐츠
아이들의 역할 놀이를 관찰하다 감동 받은 사연
용의주도한 육아란 무엇인가
그림책리뷰 - 고함쟁이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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