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뒤예측했다주장] 오늘 금융위가 증시안정 대책을 내놨다

in #dclick6 years ago

지난 뒤에 "그거 내가 예측했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꼭 있습니다. 사실 부질없는 주장이죠. 그런 말은 누가 못하겠습니까. 그런데 제가 오늘 그 주장을 하려고 합니다. 대단한 예측도 아니고, 예측 자체가 중한 것이 아니라 작금의 한국 증시를 얘기해보려 함이지요.

지난주 금요일, 기업의 공시와 재무제표를 해설하는 '대중서'를 발간한 분과 기업의 회계정보를 그림책처럼 쉽게 만든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기업의 대표와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사실 이 분들과는 동지적 연대가 있습니다. 저는 기업공시만 잘 살펴보면, 기업의 내재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할 수 있고, 비즈니스 트렌드를 통해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심지어는 기업이 어떤 식으로 나쁜 행동을 하는지도 감시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전에 있던 회사(한겨레신문)에서 '기업공시학습모임'을 꾸렸고, 저 두 분을 강사로 모신 적이 있었죠.

밥을 먹다가 이런 얘기가 나왔습니다.
"요즘 같은 장에서 기업의 내재가치를 얘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사실 이런 자조섞인 이야기는 오래됐습니다. 한국 증시에서 '가치투자'는 소수입니다. 기업의 가치가 실적과 자산이란 '내재가치'에 수렴하지 않고, 엉뚱한 이유로 오르거나 내리는 현상이 잦기 때문이죠. 제가 정치부에 있을 땐, '대선 테마주'의 허상을 취재한 적이 있었는데요. 제가 알아낸 사실은 '반기로라는 사람이 여러 언론과 블로그에서 보도된 바와는 달리 반기문과 사촌 및 친척지간이 아니다'였습니다. 이런 단순한 사실을 확인해서 보도하자, 주식시장은 아주 예민하게 반응했죠. 보도 뒤 30여분간 반기로씨와 관련된 기업들의 가치가 수백억원 넘게 하락했죠. 그리고 제 메일함에는 "당신은 살인자다"라는 악성 메일들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카페나 블로그뿐 아니라 심지어 몇몇 언론들조차 '카더라'식 소문을 사실처럼 전한 내용을 그저 확인했을 뿐입니다.

기사 링크
‘반기문 테마주’로 돌풍…반기로 “반 총장 친척 아니다”
대선주자 한마디에 나부끼는 테마주, 울고 웃는 개미들
대선테마주 취재하자 ‘살인자’로 몰리다

그렇다면 도대체 요즘 한국 증시엔 어떤 일들이 있는 걸까요. 여러 차례 보도된대로 주요 국가들의 증시가 10월 한달간 꽤 빠지긴 했으나, 코스닥의 하락폭(19.5%)이 압도적인 1위이고, 코스피의 하락폭(13.5%)도 상당합니다. 일본 니케이, 중국 항생 등 우리로 치면 코스닥 같은 시장의 지수도 10% 이상 빠졌지만 코스피 하락폭에도 못 미칩니다.

그렇지만 기업의 내재가치엔 별다른 변화가 없습니다. 아직 3분기 실적이 발표(11월 14일 예정)되기 전이지만, 여러 기관들의 전망치론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분기나 전년 동기에 비해 아주 약간 하락할 정도로만 예상되고 있습니다. 한국 증시에서 10월 한달간 260조원이 사라졌는데요. 이 정도 기업가치가 없어질 만큼의 실적 변화는 없는 셈이죠.

그럼 왜 이렇게 주가가 빠졌을까요. 언론에서 많이 언급된대로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강했죠. 10월 한달간 4조 5천억원이나 순매도를 했습니다. 기관 역시 올 하반기만 따질 때 5천억원 가량 순매도를 했고, 기관 중에 연기금만 따지면 1조4천억원 정도를 순매도했습니다. 외국인들의 매도세는 미중 간 무역전쟁, 미국 금리인상으로 신흥국관의 금리격차, 고유가 등이 근거로 꼽혔는데요. 사실 이런 근거들 역시 증시 결과에 따라 꿰맞추는 근거들에 가깝습니다. 증시에 영향이 별로 없으면 펀더멘털의 힘이라고 하고, 파장이 크면 이런 근거들의 파급력을 과장하게 마련이죠.

그래서 지난주에 한국을 포함 전세계 증시에 외국인을 비롯한 몇몇 기관 투자자들의 힘이 너무 과도한 것 같단 인상을 강하게 받았고, 정부도 조만간 근본적인 대책을 내진 못해도 어떤 형식이든 정책을 발표할 것 같단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중에도 오전엔 정부 발표가 힘을 쓰는 듯 하더니, 다시 11시를 전후로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네요.

저는 예측을 좋아하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예측을 하나 하겠습니다. 아마 상징적인 숫자인 코스피 지수 2000이 깨지면 주류 언론에서 한국 증시와 경제를 다루는 뉴스들이 쏟아져 나오고, 정부가 또 다른 카드를 꺼내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 이후 증시는 어떻게 될거냐구요? 저는 3분기 실적시즌인 11월 14일엔 지금과는 분명히 다를 것이라고 봅니다. 11월 6일엔 미국 중간선거가 예정되어 있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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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은 코인에 비하면 아직 양반인데...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니 대책도 잘 세워 주네요. ㅠㅠ

그쵸 증시는 실물 시장과의 관련성이 깊으니, 정부가 긴장하는듯해요

보클하고 가요~~
좋은하루 하세요~~

고맙습니다 저도 팔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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