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읽는 노무라 리포트] 5. 유로존, 세계 경제의 스태빌라이저

in #coinkorea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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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동계올림픽에서 새로운 스타가 된 종목이 컬링과 스켈레톤이지만, 전통적으로 동계올림픽에서 메달밭이자 우리가 편안한 마음으로 믿고 보는(?) 종목은 쇼트트랙이었죠. 비슷하게 하계올림픽에서도 믿고 보는 종목이 있습니다. 바로 양궁입니다. 어찌보면 이쪽이 더 원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영화에서 나오는 활이랑 실제 대회에서 양궁 선수들이 들고 있는 활을 자세히 비교해보면 조금 다른게 있습니다. 선수들이 쓰는 활에는 뭔가 길다란 Y자 모양의 막대기가 매달려 있습니다. 조준을 돕는 것 같지도 않고, 뭔가 무기로 쓰이던 용도라 보기엔 쓸데없이 거추장스러워 보이기만 합니다. 자세히 보니까 무슨 쇳덩어리 같은게 끝에 매달려있기까지 하네요.

저 부품이 바로 스태빌라이저입니다. 우리는 물리학 시간에 F=ma라는 뉴턴의 운동방정식을 배운적이 있습니다. 네? 다 까먹으셨다고요? 괜찮습니다. 시험 보는 용도는 아니니까요. 다 까먹으신 분들을 위해 다시 풀어보자면, 동일한 힘을 줬을 때 질량이 무거울수록 가속도가 낮다. 같은 힘을 줘도 더 천천히 움직이는거죠. 사람은 정밀기계가 아니라 힘을 완벽하게 조절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활에 추를 잔뜩 매달아서 천천히 조준점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막상 활을 당겨 보면, 생각보다 저 부품의 차이가 되게 크게 나타납니다.


Y자 모양으로 튀어나온게 스태빌라이저입니다

2017년 들어 세계 경제에서 스태빌라이저 역할을 해 온 곳이 바로 유로존입니다. 물론 정치적으로 2016년에는 브렉시트, 2014년부터 급격하게 세력을 키운 다에시Daʿesh(داعش), 다른 이름으로 ISIL(Islamic State of Iraq and Levant, 이라크 레반트 이슬람 국가)가 시리아 내전에 참전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한 시리아 난민, 마찬가지로 그 전후 유로마이단에서 이어진 돈바스 전쟁, 10년간 장기집권하고있는 에르도안의 반세속주의 정책 등 피와 눈물로 얼룩진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만, 경제적으로는 꾸준히 안정적인 성장세를 보였습니다.

2017년 9월 발표된 유로존의 2분기 GDP는 전기 대비 0.6% 성장이었습니다. 그 뿐 아니었죠. 마치 짜고 친 것처럼 3분기에도 다시 0.6%, 4분기에도 0.6% 성장하며 2017년 한 해 동안 2.5% 성장했습니다. 이는 10년 이래 최고의 성장입니다. (물론 그 와중에 유로존을 탈퇴한 영국 경제는...)

그 뿐만이 아닙니다. 공업 생산 지수제조업 총 생산량, 소매수량의 추이를 보면 최근 1~2년 모두 확대 기조를 보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생산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며 증가한 것입니다. 그래프만 봐서는 유로존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모두 극복한 것 같아 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유럽 중앙 은행 드라기 총재는 양적 완화 축소 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회복세를 넘어 이정도면 호황에 가깝다고 해도 되겠죠

재미있는 것은 인플레이션적 측면에서 유럽은 미국과 상황이 비슷하다는 것입니다. 실제 유럽의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1.5%로 목표치인 2%를 밑돌고 있습니다. 낮은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굳이 금리 인상과 자산매입 중단을 통한 금융정책 정상화를 실시하지 않아도 될 것인데 왜 ECB는 금융정책 정상화를 서두르는 걸까요? 미국처럼 예상보다 낮은 실업률이 일으킬 노동시장 공급 악화를 우려한 것일까요?

답은 엉뚱한 곳에 있었습니다. 바로 저금리입니다. 미국이 떠넘긴 저금리는 전 세계 은행에 피로감을 일으키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흔히들 은행들은 3-6-3의 법칙을 따른다고들 합니다. 예금이자는 3%, 대출이자는 6%. 그리고 차익인 3%를 가지고 오후 3시가 되면 칼같이 퇴근해서 골프를 치러 간다고요. 그렇게 땅 짚고 헤엄을 치던 은행의 확장세에 저금리 기조는 브레이크를 걸기 충분했습니다.

요 근래들어 곳곳에서 급격하게 은행 점포 폐점률이 늘어난 것도 이런 이유입니다. 국정감사에서 지적까지 받을 정도였죠. 말로는 비대면 채널 활성화라고 하지만 기실 근본적인 이유는 충분한 수익을 내지 못해서입니다.

유럽에서 이런 저금리는 부동산 시장의 버블로 이어졌습니다. 저금리를 기조로 하는 양적완화 정책은 포트폴리오 리밸런스 효과를 일으켜 각종 투기시장을 과도하게 자극했습니다. 이는 주거시장 외 사무용 부동산, 소매용 부동산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버블을 일으켰습니다. 부동산 버블 붕괴 때문에 금융위기를 겪었는데, 금융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금융정책이 다시 버블을 만든다면 그거야 말로 코미디겠지요. 그렇기에 ECB 역시 금융정책 정상화를 실시하고 있는 것입니다.


어찌 2008년보다 더 많이 오른 것 같군요-_-;

앞선 포스팅에서 금융정책 정상화 작업의 가장 큰 걸림돌이자 부작용은 포트폴리오 리밸런스 효과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테이퍼링은 장기금리 상승, 달러화 강세, 신흥국의 환율 하락을 불러 일으켰다고 했지요. 유럽은 어떨까요? 지나치게 강한 유로화가 그 걸림돌이 되리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로존의 경상흑자폭은 2012년부터 꾸준히 확대되고 있었습니다.

경상수지 흑자가 되면 어떻게 될까요? 유로화는 강해지게 됩니다. 달러가 들어오면서 상대적으로 달러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죠. 지금까지는 양적완화 정책을 통해 유로화를 풀면서 이 움직임을 상쇄시켰지만, 금융정책 정상화를 해서 통화 약세라는 힘을 빼버리면 유로화에는 강세 드라이브만 걸리게 될 것입니다.

게다가 브렉시트의 확정, 다에시의 격멸 등 정치적 불안정성이라는 리스크가 제거되면서 국제 투기자금 중 헷징되지 않은, 저 리스크 투자처를 찾는 자금은 비교적 유로로 흘러가기 쉬워집니다.

이런 고 유로를 해소하기 위해 ECB는 정부의 공공 투자 등으로 숨어있는 돈을 끄집어 내려 하고 있습니다. 경기가 회복되는 것 같아보이지만, 유럽 민간에서 보이는 여전히 높은 저축률은 '난 아직도 위험한 상황에 있어'라고 사람들이 생각한다는 것에 대한 반등입니다.


BTC거래량(좌)과 주식시장 규모(우)입니다.

다시 말하자면, 유럽의 개인은 여전히 잠들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잠들어서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증권 시장이나 부동산 시장 등 시장의 움찔거림은 보이고 있습니다. 이것이 미국이 시장에 완전히 뛰어들면, 그 다음 뛰어들 세력을 유럽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보수적이지만 그만큼 한걸음 한걸음이 거대한 유럽의 자금이 본격적으로 개입되면, 일본 자금으로 인해 발생했던 작년 말 자금 유입으로 인한 급격한 마켓 캡 성장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거대한 흐름이 되어 다가올 것입니다. 특히 스위스를 시작으로 암호화폐 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을 새로운 공공 투자의 방향으로 보는 국가가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이런 현상은 가속화되리라 봅니다.

XRP는 올랐던 만큼 하루만에 11% 이상 떨어졌고, BTC 역시 어제의 상승은 어디갔냐는 듯 11,000$ 언더에서 흐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유를 가지고 지켜볼 수 있는 이유는, 아직 시장이 크게 열리지 않았기에 조그만 파동이 큰 효과를 주는 것 처럼 보일 뿐이란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잠자는 유럽의 공주가, 돈다발을 들고 깨어날 때입니다.

근거없는 '가즈아' 남발이나, 혹은 자신의 지식이나 정보가 아닌 '코인 그 자체에 대한 신앙'은 분명히 지양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는 과도한 욕심을 불러 일으킵니다. 욕심이 커지면 팔아야 할 시기를 놓치게 되고, 사지 말아야 할 시기에 과도한 매수를 하게 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암호화폐 시장 자체는 더 성장할 여지가 충분히 많습니다.

저는 우리 모두가 그 성장의 흐름에 안전히 올라타서 함께 경제적 자유를 향해 나아가기를 희망합니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께 오늘도 공포에 지지 않을 용기와,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이 함께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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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브렉시트, 과연 유럽 붕괴의 서막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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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잘 읽었습니다.
어느정도 조정도 받았고.
조만간 뜨거운 상승장 한번 나올때도 된듯 한데요.
봄 꽃이 다 피기전에 코인 시장도 활짝 피길 바래 봊니다

올림픽에 얘기를 시작으로 스태빌라이저, 유로존, 그리고 크립토커런시 시장까지..
훌륭한 글 구성으로 재밌게 읽었네요 !

[자신의 지식이나 정보가 아닌 '코인 그 자체에 대한 신앙'은 분명히 지양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오스에 대해 신앙까지 가서는 안되겠습니다 ㅎㅎ 객관적인 시각으로 계속 공부하겠습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많이 우려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주로 크게 물린 분들이 자기 합리화를 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라 슬프기도 합니다.

공주 뽀뽀를 누가 할지도 흥미진진합니다~^^

미국이 와서 깨우리라 봅니다.

다에시의 격멸 부분에 이르니 토사구팽 당한 쿠르드족 소식에 마음이 아파오네요. 우리가 나라를 지키지 못했더라면 우리도 강대국 사이에 끼어 힘든 삶을 살아갈 수도 있었을 것 같아 괜한 동질감과 연민이 느껴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쿠르드는 여러 의미로 유럽 역사의 오점이 되리라 봅니다...

동남아시아 시장의 잠재력에 대해서 기대하는것은 아직 시기상조일까요?

그쪽은 우리만큼이나 적응이 빨라서... 게다가 자금도 좀 적긴하죠. 물론 필리핀같은 곳의 정치상황을 생각하면 약진 가능성은 큽니다만, 대국적인 움직임은... 그닥

작년 5월쯤 11만원의 시세에서 미동도 하지 않던 이더리움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이더리움 투자자들 자신을 이더교 신자라 하였는데 말이죠^^

작년 12월말이 비정상적인 가격이었지만 작년 년말에 많은 분들이 목표(예상)했던 가격이 비트 1천만원, 이더 1백만원, 리플 1천원 이었으니 비정상적인 가격에 취해 매도하지 못한 실수는 인정하되 앞으로의 시장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사실 비캐 430만원은 과도한 뽕이었는데 그때 다들 취해서 (....

저도 거하게 취했었네요^^ 하하
댓글 적는데 저도 모르게 빵터졌네요..하하
환절기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되셔요^^

항상 좋은 글 감사합니다. 유럽 위기의 시발점이 되었던 그리스는 요새 어떻게 하고 있는지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PIIGS에 대해선 별도로 서술할 일이 있을 것입니다. 사실 독일 입장에선 버리고 가는게 편하겠죠(...

재미있게 잘읽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경제에 대해서, 다른부분도 안목이 늘고 있어요~

명쾌한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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