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SINT] 2018년 겨울 블록체인의 혹한기를 말하다 - (1/2)

in coinkorea •  11 month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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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블록체인에 대한 칼럼 및 설명을 작성하는 @kilu83 COSINT입니다.

「세상에서 제일 쉬운 블록체인 이야기」(https://goo.gl/TDPAJD) 이후 일년, 그간 우리 사회엔 블록체인 광풍이 휩씀과 동시에 냉혹한 현실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ICO 토큰의 대부분이 휴지조각이 되어버릴 거라던 예견이 너무 빨리 찾아와 황망할 정도이지요. 이 시점에 블록체인이 지향했던 오래전 미래를 다시 가늠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습니다. 화폐와 인플레이션, 가치에 관한 담론을 상기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 글은 부산 블록체인 3회 밋업에서 「블록체인, 자본문명의 창조적 파괴」의 주제로 진행할 강연 내용을 풀어쓴 내용입니다. ^^




2018년 겨울 블록체인의 혹한기를 말하다 - (1/2)


2018년 추석을 기점으로 가뜩이나 어려운 블록체인 업계에 혹한이 불어닥치고 있습니다. 스팀잇은 70%의 직원을 구조조정한다 하고, 가장 탄탄하다 소문난 이더리움의 컨센서스는 100 명 이상의 직원을 감원한다 발표하였죠. 그 와중 벌어진 비트코인캐쉬 전쟁은 암호화폐 가격 폭락을 촉발했고, 최근 공구방 사기 의혹에 따른 판매 중개자의 자살, 거래소 먹튀 사건까지 하루가 멀다하고 충격적인 소식이 이어지는 중입니다.

사실 이런 사태는 이전부터 예견된 일이었습니다. 묻지마 ICO의 기승, 소위 "노력형 스캠"으로 불리우는 ‘일단 질러놓고 돈 모으면 뭔가 되겠지’ 하는 무대뽀 사업 전략은 꼭 블록체인이 아니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쉬이 목격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ICO라는 판이 깔리면서 더 두드러졌을 뿐이지요. 올 초 썼던「세상에서 제일 쉬운 블록체인 이야기」에서 이미 예측했던 미래입니다.

하지만 한 켠으로 메이저 금융사들은 이 때를 호기삼아 커스터디 사업에 진출한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카카오 및 네이버 같은 전통 산업의 강자는 자사 플랫폼의 블록체인을 출시하는 등 과감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더리움, 비트코인 캐쉬는 고래 계정에 코인 보유가 집중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이게 양털 깎기의 함정인지, 정말 바닥을 딛고 반등할 시기인지 많은 사람들에게 혼란을 안겨주고 있습니다.

빅데이터 전문가로 알려진 Bernard Marr 는 그의 포브스 컬럼 "Is This The End of Blockchain?" (http://bit.ly/2S0a2kB) 에서, 대부분의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실패와 코인 가격의 폭락으로 비트코인의 실험이 실패에 이른것 아니냐는 과감한 질문을 던집니다. 특히 블록체인에 집중된 관심에 비례해 자행된 수많은 사기성 프로젝트들 탓에 대중들이 블록체인을 사기에 가까운 거품이었다고 낙인찍었다는 것입니다. 대중 확산을 모토로하는 블록체인 프로젝트에게는 치명적 오명이 씌인 것이지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정말 블록체인은 AI가 그랬던 것처럼 수십년에 걸친 긴 빙하기를 보내야하는 걸까요? 아니면 메이저 금융사들 또는 고래들의 움직임에서 보듯 근시일 내에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 반등에 성공할 수 있을까요?

힘들고 지쳤을 때, 어디로 가야할 지 가늠조차 안될 정도로 길을 잃었을 때에는 "초심으로 돌아가라"는 조언을 주고받습니다. 가장 처음에 왜 이 길을 가고자 했는지, 그 때와 지금은 무엇이 달라졌는지, 어떤 이유로 사뭇 결다른 선택을 하였는지 돌이켜보면 어찌되었건 지금 내가 서있는 이 길이 옳은지 그른지를 살펴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블록체인 열풍의 시조격인 사토시 나카모토의 비트코인 비전은 무엇이었을까요?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 지 모르겠으나 제가 그의 9쪽 짜리 논문 제목,「Bitcoin :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에서 이해한 그의 비전은 소박하고 담백한 것이었습니다. "신뢰를 중개할 제3자 없이 두 당사자가 직접 운영할 수 있는 전자통화 시스템의 실체적 구현" 정도로요. 어쩌다 일부 자본가에게 돈이 된다는 소문이 돌고 대중들에게 알려지며 폭발적 관심을 받았을 뿐, 사토시는 이런 정도의 사회적 현상이 일어나리라 예상 못했으리라 생각합니다.

사토시가 비트코인을 만들어낸 동기는 (너무나 자주 회자되어 식상하지만 맥락 상 언급해보면)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해결하는 정부의 기만적 처사에 있었습니다. 그는 더 이상 부정하게 화폐를 창출해 선량한 시민의 자산 가치를 훼손시키는 중앙은행에 기대지 않는 투명한 화폐 시스템을 꿈꾸었고 세상에 그 실체를 선보였습니다.

그는 2100 만개의 코인 발행량을 고정시키면 인플레이션(통화 팽창)으로 인한 시민들의 자산이 희석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대마불사의 신화에 기대 어려울 땐 국민의 세금으로 연명하고, 잘 나갈땐 사람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정부 행정과 금융 시스템에 대한 비판은 제네시스 블럭에 "The Times 3 January 2009, Chancellor on brink of second bailout for banks." 라는 정부의 금융 구제안에 대한 기사 제목으로 내비쳤지요.

하지만 지금 블록체인 계의 주된 이슈를 살펴보면 과연 사토시의 비전이 어디에 남아있는지 흔적을 찾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ICO에 이은 IEO 및 STO 담론, 정부 규제의 불합리성에 관한 목소리들, 암호화폐 ETF 편입을 향한 관심들은 하나같이 기성 자본 시스템, 그와 한 몸인 정부 행정력에 기대 그 안에 안주하려는 모습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현실을 감안하더라도 그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는 것처럼 다수가 거기에 목매는 모습은 사토시가 생각했던 세상과는 전혀 반대를 지향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일개 개발자가 인간의 이기적 심성을 통찰하여 그에 기대 동작하는 비트코인 시스템을 설계했다는 것만으로 놀라움을 금치 못할 일입니다. 허나 앞서 그의 목적이 소박하고 담백한 실체 구현 정도인 것 같다 언급한 이유는 경제적 차원이나 사회학적 차원에서 비트코인의 정책은 지속불가능한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비트코인의 지속불가능성을 진단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 이슈입니다. 이전 세.쉬.블에서 논한 의사결정 거버넌스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요. 하나는 고정된 화폐 발행량이 코인의 자연손실분을 고려하지 못했다는 것, 두번째는 비트코인이 다수 대중에게 수용되는 과정에서의 "디플레이션 효과"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기술은 완전을 기할 수 있어도, 사람이 그러하지 못하는 게 문제입니다. 실상 경제학에서 혹은 자유와 통제의 담론에서 빠지지 않는 해묵은 논쟁이지요. 기억의 망각, 갑작스런 사고, 잘못 입력한 주소 등으로 인해 매해 일정 분량의 코인은 손실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입니다. 2100 만개의 코인이 고정 발행되었다 하지만, 실제 융통될 수 있는 코인은 매해 일정 비율로 줄어든다는 이야기지요. 이 말인 즉슨 점차 코인의 가치가 올라가는 인플레이션의 반대편인 디플레이션 효과가 나타난다는 겁니다.

불의하게 일어나는 인플레이션을 비판하여 개발된 비트코인이지만, 과연 그 반대인 디플레이션은 바람직한 걸까요? 일찌기 케인즈는 그의 저서 『통화개혁론』과 『화폐론』에서 인플레이션을 자본주의의 파괴자로 여기고 혐오한 만큼이나 디플레이션 또한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특히 디플레이션이 인플레이션보다 더 나쁜데, 그 이유는 사람들이 화폐의 가치가 상승한다고 믿게 되면 "현재의 소비를 가급적 미래로 유예"시키기 때문에 소비가 줄고 공장이 문닫고 실업이 양산되는 악순환에 빠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작년 이맘 때(2017년 12월) 비트코인 가격이 급상승하면서 현실로 드러났지요. 당시 하룻밤 자고 나면 가격이 오르는 비트코인을 쓰고자(팔고자) 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고, 사려고 하는 사람들로만 북새통을 이뤘습니다. 그 결과 가격은 더욱 상승 가도를 내달렸지만, 정작 비트코인을 이용한 결제 시스템 도입을 준비하는 회사들은 사업 전략에 곤란을 겪을 정도로 비트코인이 통용되기 어려운 환경을 조성했습니다.

정리하자면 근본적으로 비트코인은 경제적으론 디플레이션 성격을 갖는 구조이면서 사회학적으론 사용자가 유입될 수록 디플레이션 효과가 일어나 융통이 마비되는 자체 모순을 지녔던 것입니다.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한 지금, 여러분은 비트코인의 미래는 어떻게 될거라 생각하시나요? 사토시의 비전은 이루어질 수 없는 꿈에 불과한 것이었을까요? 이 질문에 앞서 블록체인 실험이 성공한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걸까요? 정부의 규제 안에 들어와 자산의 하나로 편입되어 투자상품화되는 것이 성공일까요, 혹은 원래의 목적대로 제3자가 개입하지 않는 전자화폐로써 대중에게 통용되는 것을 성공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한 이야기는 이 다음 편 화폐의 가치에 관한 담론에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By 정유표 of COSINT


후편 바로가기: https://bit.ly/2TrvEGU

오늘 하루도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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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잘봤습니다. 그런데 '일개 개발자'라는 대목에서 우리나라가 안고 있는 큰 병폐 중의 하나인 사농공상 차별이 느껴져서 매우 안타까운 글이기도 하네요.

  ·  11 months ago (edited)

문자 그대로 보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어떤 인간이든 자기가 잘하는 영역 외에는 초보자에 불과한건 개발자든 국회의원이든 교수든 대통령이든 다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요새 문돌이는 문송해야한다는 시대인데 사농공상 차별을 느끼셨다니 의외의 답글이 달려서 살짝 놀랬습니다. ㅎㅎ;

ㅎㅎ 일개 의 뜻을 잘 모르시고 그냥 쓰신 듯 하네요. 글은 뜻을 담고 있으니 문자 그대로 볼 게 아니라 뜻을 보고 맞게 써야죠 ^^

사전 찾아보니 "보잘 것 없다" 는 부정적 늬앙스가 들어있군요. hanmomhanda 님과 저 사이에 근본적인 사상 차이가 있는 듯 한데, 저는 모든 사람이 위대하지만 또 한편으론 별것 아닌 존재라는 양면적 관점을 갖고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별 것 아닌 존재다라는 점, 무경계적 사상을 잘 이해하지 못하신다면 그렇게 받아들이실 것 같네요. 뜻을 모르고 쓴 건 아닙니다. ^^

사토시 나카모토는 비트코인이 유일무이한 가상통화이거나 그러길 바랐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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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분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댄 라리머 같은 시장자유주의 성향이었으면 여러 플랫폼이 등장하는 걸 반겼을 거고, 그게 아니라면 말씀하신 대로 유일무이한 무엇이 되길 바랐겠지요.

정말 종 잡을 수 없는 미래군요.

전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계속 사는 중 입니다.

비트코인이 이렇게 떨어져도 주류 화폐에 진입할거라고 믿습니다.

저도 비슷한 생각인데요, 다만 그 시기가 지금의 "비트코인"은 길게봐서 10여년 정도의 한계가 있을 것 같아요. 반면 비트코인의 소스를 포크해다 쓰는건 여러방면에서 활용될 것 같습니다. ^^

암호화폐를 처음 투자할때는 사토시의 사상이 멋있어서 ..
얼마전까지는 그냥 돈이 벌고 싶어서..
현재는 진짜로 그런 세상이 오길 바래서 인 것 같습니다.

사람인 이상 작년의 어마어마한 흐름에 초연할 수가 없었겠지요. 저 또한 그 다음의 무엇이 또 나올거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

이럴때는 또 내가 사토시다 라고 말하는 사람이 안 나타는 지 모르겠어요.

크래이그가 그러고 다녀서 비웃음 샀죠 ㅋㅋ 얼마전 사토시 계정에 "nour" 라고 업데이트 되었다는데 흥미로운 소식입니다.

잘보고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