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밋 횡설수설 포스팅] 괴토실설과 네드 러드

in #coinkorea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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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밋 횡설수설 포스팅] 중산모를 쓴 남자(Man in a Bowler Hat)

'하는 것도 없고 하고, 싶은 것도 없고, 의욕도 없는,
아직 인간이 되고픈 20대 인간 언저리 index입니다.'

고려시대, 문신이었던 이규보의 작품집 동국이상국집엔 이런 내용의 글이 있다.

10월 초하루에 이규보가 외출했다가 돌아오니 종들이 땅을 파서 움막을 만들고 있었다.
그 모양이 무덤 같았다.
이규보는 아무것도 모른 체하고 말했다.
"어인 일로 집 안에 무덤을 짓느냐?"
종들이 말했다.
"이건 무덤이 아니고 움집입니다."
"움집은 무얼 하려고?"
"겨울에 화초나 채소를 갈무리하기에 좋고 또 길쌈을 하는 부녀자들이 비록 혹독하게 추운 때라도 이곳에서는 봄 날씨같이 따뜻해서 손이 얼어 터지지 않으니 참 좋습니다."

이규보가 더욱 노해서 말했다.
"여름은 덥고 겨울이 추운 것은 사계절의 정상적인 이치이니, 만일 이와 반대가 된다면 곧 괴이한 것이다.
옛 성인이, 겨울에는 털옷을 입고 여름에는 베옷을 입도록 마련하였으니, 그만한 준비가 있으면 족할 것인데,
다시 토실을 만들어서 추위를 더위로 바꿔 놓는다면 이는 하늘의 명령을 거역하는 것이다.
사람은 뱀이나 두꺼비가 아닌데, 겨울에 굴속에 엎드려 있는 것은 너무 상서롭지 못한 일이다.
길쌈이란 할 시기가 있는 것인데,
하필 겨울에 할 것이냐? 또 봄에 꽃이 피었다가
겨울에 시드는 것은 초목의 정상적인 성질인데,
만일 이와 반대가 된다면 이것은 괴이한 물건이다. 괴이한 물건을 길러서 때 아닌 구경거리를 삼는다는 것은 하늘의 권한을 빼앗는 것이니,
이것은 모두 내가 하고 싶은 뜻이 아니다'
하였더니, 종들이 두려워하여 재빨리 움집을 헐어버리고, 그 재목으로 땔나무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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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까지 산업은 숙련공들이 공장에 모여, 협업을 통해 규격화된 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제 수공업이었다.
허나, 19세기 들어서 기술의 발달로 기계가 널리 보급되며, 수공업의 몰락이 시작되었다.
이권을 잃게된 숙련공들과 그들의 보호자를 자청하던 길드도 변화의 바람에 밀려나기 시작했다.
이때, 숙련공들이 택한 방법은 기계를 파괴하는 것이었다.
1812년 숙련공들이 모여 비밀 결사를 만들고, 그들은 공장의 기계를 파괴하고, 공장 소유주들을 겁박했다.
지도자가 누구냐! 라는 질문에
그들은 이렇게 답하였다.
'네드 러드 장군이시다.'
이 비밀결사는 러다이트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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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산업화의 물결은 막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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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보면, 기득권들은 옛이건 지금이건 변하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그러고 나니 나의 마음이 비로소 편안하였다.
이것이 이규보 글의 마지막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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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글 입니다

캄사합미다!

혼란한 시장에는 역시 차트보다 여운있는 옛글이지요.
마음의 위안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정부의 지금 이런 행위들이 정말로 암호화폐가 사회악이라는 믿음에서 하는 것이라 믿고 싶네요.
만약 이면에 다른 뜻을 품고 시장을 흔드는 거라면..
많이 실망스러울 것 같아요.

글을 읽고 생각을 해보니, 여기 스팀에 계신분들만큼 정부에서 일하는 관료들이 암호화폐에 대해서 공부를 했을까 궁금하더군요.

뭐 결론은 <공부 안했다>라는걸 어제 아침에 실토하는 것 같았구요.
경제환경도 산업도 바뀌어 가지만,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건 사람 마음가짐 뿐인거 같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날이 춥네요^^
그래도 맘은 따뜻한 하루가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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