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포트폴리오

in #coinkorea6 years ago (edited)

퇴근 후 아직 욱신거리는 근육통을 참아가며 불굴의 의지로 헬스장을 향했습니다.

퇴근 후에 집에 오면 안락한 소파의 품에서 벗어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의지만 있으만 못할 일이 없다지만, 의지를 가지는 것은 입으로 우주 정복하는 일보다 훨씬 고난이도의 일입니다.

헬스장에서 오랜만에 반가운 친구를 만났습니다. 텍사스 억양을 쓰는 독일스런 이름을 쓰는 미국인인데, 지난 번 언젠가 언급한 친구와는 또 다른 사람입니다.

선명한 파란 눈과 희끗한 금발의 전형적인 백인이면서도 이상하게 미국인들과 어울리지 않고 아시아계 사람들과 주로 어울립니다. 나이가 올해 만으로 63세인데도 불구하고 벤치프레스를 90kg나 들고 있더군요.

그러면서 자기는 이렇게 열심히 연습하고 운동하는데도 테니스 경기에서 게으른 자기 라이벌을 이길 수 없다고 되게 분하게 생각합니다. 자신의 라이벌은 54세 밖에 안된 젊은 놈이라 너무 민첩하다고 합니다.

넌 내가 보기에 힘도 체력도 기술도 다 좋은데, 혹시 유연성이 부족한 건 아니야 ? 라고 제가 물으니 갑자기 동공 지진을 일으키더니 유레카를 찾은 듯 당장 요가 수업을 들어야 겠다고 의욕을 불태웁니다.

진짜로 그냥 해본 얘기였는데 대단한 영감을 주었나 봅니다. 가끔은 스스로 해결하기 힘든 난관에 부딪혔을 때 엉뚱하게도 제 3자를 통해서 아이디어를 얻고 해결점을 찾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혹시나 도움이 될지도 모를 인생의 포트폴리오에 대한 얘기를 드려봤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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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말이 너무 슬퍼 이름을 밝히고 싶지 않은 어느 애니메이션의 여주인공을 대문으로 올려봅니다.)

운동을 다녀와서 어제 못 본 크립토와치를 켜봤더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줄다리기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Bitfinex 거래소에서는 약 3시간의 시간 차를 두고 2,400개씩의 비트코인 매도 폭탄이 터졌습니다. 그간 많은 이들이 지지선이라 믿어 오던 두 지점을 가볍게 하향 돌파해버렸습니다.

뉴스에 대한 반응이 대단히 느린 가상화폐 시장의 특징을 볼 때, 이는 특정 악재에 대한 반응이라기 보다는 어떠한 의도를 가진 집단의 매도 폭탄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 같으며, 그 과정에서 두 가지 사실이 발견되었습니다.

[1] 9,900 달러에 2천개 이상의 매도 물량을 받아낼 수 있는 히든 매수벽이 있었다는 점.
[2] 매수 봇으로 추정되는 매수 주문이 10,000 달러 선을 우주방어 하고 있다는 점.

이 것은 마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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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초에 한번씩 시세가 100달러씩이나 오르락 내리락 합니다. 매도 주문도, 매수 주문도 대단히 인위적인 냄새가 많이 납니다. Bitfinex 이용해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사람이 이렇게 빠른 주문을 대량으로 처리할 수 있는 거래소가 아닙니다.

저는 10,000 달러를 사이에 두고 벌어지는 이 재미있는 줄다리기를 마치 은하영웅전설의 이젤론 요새 공방전처럼 즐겁게 관전할 생각입니다.

최근에 "존버는 승리한다"라는 의미의 댓글을 보면서 사실 대단히 놀랐습니다.

투자에는 인내심이 필요하고, 겨우 한달 시황이 안 좋았다고 해서 실망할 일이 아닙니다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속에서 분출되어 나오는 화를 참아가면서 아무런 투자활동도 하지 않는 것은, 그저 현실을 부정하고 정신 승리하는 것이지 정상적인 투자의 방법론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월마트의 관계론을 언급한 것도 어떤 의미였는지 잘 생각해 보시면 좋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오늘 그간 인연이 닿지 않았던 이더리움에 일부 손을 담궜습니다.

본인의 상승 전망과 달리 시장이 하락한다고해서 이러한 시장의 변동이 본인의 멘탈이나 일상생활에 영향을 준다면 본인의 포트폴리오가 잘 구성되어 있는지도 점검하고 재조정하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력감이 생긴다면, 이는 본인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자산을 가상화폐 시장에 투자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투자 포트폴리오는 가상화폐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레버리지를 이용해 1억 이하로도 투자할 수 있는 수익성 부동산이 있습니다. 더 가까이는 현재 대한민국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활황의 주식시장이 있습니다.

아쉬움을 가지거나 후회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투자의 성공 기회는 끝없이 계속 옵니다. 다만, 이번이 아니더라도 다음 기회에 꼭 활용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포트폴리오란 투자에만 국한되지도 않습니다. 투자에 있어서는 수익률과 위험을 고려한 자산의 배치를 얘기하지만, 직업에서 자신이 거처온 커리어를 뜻하기도 하고, 예술인의 작품집과 같이 그 사람을 구성하는 차별화된 요소를 얘기하기도 합니다.

이런 의미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구성 요소, "인생의 포트폴리오"에 대해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글의 처음에 언급한 친구의 삶을 좀더 들여다보면, 이 친구는 나이가 60이 넘도록 결혼을 해본 적이 없고 물론 아이도 없습니다.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열광적으로 임하는 워커홀릭인가 하면, 테니스에 대단한 열정이 있어서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투자도 마다하지 않습니다.

매년 홀로 많은 곳을 여행 다닙니다. 주로 오지로 여행하면서 그 곳에서 만난 편부모 가정을 돕습니다. 일회성이 아니라, 매달 꾸준히 생활비에 도움이 되는 수준으로 돈을 이체해 주고 있습니다. 소액이지만 주로 오지에 사는 사람들 기준으로는 한달 생활비에 준하는 돈입니다. 한달 월급이 10만원이 되지 않은 국가가 많이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올해 많은 변화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처음으로 해외 부동산에 투자를 해 볼 생각입니다. 그런가하면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 목표로 했던 10년이 훌쩍 넘어 15년이 되었으므로, 다른 기회도 찾아보려고 합니다.

그간 게을리했던 쇠질도 다시 열심히하여 그럴듯한 몸을 만들어볼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사춘기가 얼마 남지 않은 첫아이와 둘만의 여행도 계획 중입니다.

누구에게나 자신의 인생에 최적화된 최고의 포트폴리오가 있습니다. 흔들리는 시장 속에 본인의 삶이 그 포트폴로오 대로 잘 흘러가고 있는지도 잠시나마 돌아보시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그럼 다음 글에서 뵙겠습니다.

p.s. 오늘은 1999년을 달구었던 그 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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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더의 방어력이 엄청 후덜덜하다고 느낌니다. 누군가 인위적으로 막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글 잘 읽었습니다. 해외에 계시는가보네요. 저도 외노자입니다 ㅠㅠ

어제 이맘때쯤 반등주나 해서 함 들어가봤는데 망했습니다. 하루를 멀다하고 악재가 하나씩 터져 나오니 ㅠㅠ 그란님은 혹 테더이슈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하락장이 한달반이 넘은것같은데
길어지네요

12000달러찍을 엇그제만해도 우상향일 줄알았는데

다 코인으로 들고있어서
지금 자금 추가로 평단을 낮춰야되나
고민입니다

하락장의 끝은 언제일까요

이번 하락장은 힘드네요 정말.. 정도껏 내려가다 반둥하면서 비트코인이 흡성대법 시전할 줄 알고 이더리움 들고 있던거 다 비트코인으로 바꿨는데.. 후회가 막심합니다 ㅜㅜ ‘비트코인’이 아니라 ‘빚도코인’이네요 ㅎㅎ

항상 밤을 새우고 잠들기 전 누워서 그란님의 포스팅을 기다리는게 하루의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오늘도 좋은 글 읽고 갑니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시는 걸 보니 답례로 제가 재밌게보는 '아인'과 '강철의 연금술사' 추천해드리고 갑니다. 이미 보셨을 것 같긴 하지만요.

이더에 손을 담그셨다는 말이 왜 이리 반가운지..^^
저도 오늘 인생 포트폴리오에 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요즘은 스팀을 통해서만 코인 정보를 봅니다.
처음 읽은 글이 시장이 얼마나 안좋은지 보여주더군요.
비트코인이 만불 밑으로 내려갔다는...
그리고 이 글을 읽는데 마음이 편해집니다.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가격을 떠나 흐뭇해 집니다.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보면서 출근길에 미소를 머금고 갑니다. 한가지 이쉬운건 오늘은 왠지 건담 브금을 기대했었는데요. 그란님의 취향도 조금 궁금합니다. 언제 기회가 되시면 덕후가 아닌 정보교류 차원에서 공유 부탁드립니다.

인생의 포트폴리오.
참 와 닿네요.

투자에서도 인생에서도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시는 모습이 참으로 귀감이 되십니다.

무엇을 해야할지 생각하고
우선 순위를 정하고
단기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고..

투자와 인생이 참 닮아 있었군요. 많이 배우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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