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최민수

in #choi-minsoo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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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미언들 모두 즐거운 추석 되시길. 저도 가족과 함께 고향에 왔습니다. 노트북을 들고 오지 않아 긴 글을 쓸 수가 없네요. 며칠 전, SNS를 하다가 최민수가 생각났습니다.

최민수를 처음 만난 건 5년 전 홍대 앞 한 공연장이었어요. 당시 그는 <홀리데이>(2006) 이후 8년 만에 신작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2014)을 찍고 있을 때였어요. 최민수가 밴드 공연을 하고 있으니 함께 보러 가자는 친한 제작자의 제안으로 그가 공연하고 있던 공연장으로 갔습니다. 방송에서 김현식의 노래 <사랑했어요>를 부른 걸 본 적 있지만 실제로 기타치고 노래 부르는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굉장히 쇼맨십이 있었고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그날 명함을 드리고 인사를 드린 뒤 바로 돌아왔습니다. 공연장에는 <권법>을 준비하던 박광현 감독의 조감독도 왔더라고요.

이후 최민수가 공연할 때마다 공연장에 갔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술은 입에 전혀 안 대는 것 같았어요. <개를 훔치는 방법>은 촬영을 마쳤고, 그는 곧바로 드라마 <오만과 편견>에 출연했어요. 평소 드라마를 보지 않던 저는 그가 어떤 역할인지 너무나 궁금해 본방 사수했습니다. 그가 맡은 문희만 부장검사(발음대로몀 ‘무늬만’ 부장검사랄까요)는 꽤 모순적이고 복합적인 인물이었습니다. 검찰이 대외홍보용으로 만든 민생안정팀을 맡아 검찰 국장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면서 실적 올리기에 골몰하는 모습이나 윗선의 입김이 닿은 사건을 불기소 처리하도록 신입 검사 열무(백진희)에게 압력을 넣는 동시에 기소에 필요한 결정적인 증거를 몰래 책상 위에 놓고는 생색까지 내는 모습이 무척 흥미로웠습니다.

드라마 <모래시계>(1995)가 혈기왕성한 30대 최민수의 모든 것이 집약된 작품이었다면, <오만과 편견>(2014)은 50대 최민수가 가진 경험과 노련함을 가감 없이 보여준 작품이라고까지 생각했습니다. 그는 도통 속을 알 수 없는 능구렁이 같은 인물이 되기 위해 ‘최민수’를 싹 지워버렸어요. 감정 표현이 솔직하고, 아직도 철들지 않은 그가 자신과 전혀 다른 인물에 흠뻑 빠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두 가지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하나는 현재 극장 개봉하고 있는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에서 노숙자 대포 역할로 거의 8년 만에 영화에 출연하기 전까지 그를 스크린에서 볼 수 없었다는 아쉬움. 또 하나는 이제부터 ‘배우 최민수’를 좀더 자주 접할 수 있겠다는 기대감이었습니다. 영화기자로서 저는 최민수가 충무로에서 활동하지 않은 2000년대초부터 지금까지 그에게도, 영화계에도 아쉬운 일이라고 항상 생각했거든요.

드라마가 종영된 어느 날, 그로부터 갑자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그는 대뜸 “김 기자, 지금 인터뷰나 하자. 작업실로 와”라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요청을 넣어두겐 했는데 갑자기 하자는 경우는 드문 일이었습니다. 마감날이었지만 오라면 가야죠. 상수역 근처에 있는 그의 작업실로 달려가 2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했습니다. 당시 편집장이 그를 표지로 하자고 했습니다. 그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나온 표지인 <씨네21>을 들고 공연장에 가서 드렸어요.

그렇게 그와 인연이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옛날 얘기 많이 물어보고 싶은데 막상 만나면 안 묻게 되더라고요. 갑자기 그가 생각나서 그와의 첫 만남을 써봤습니다. 모바일로 쓰려니 아주 힘들어죽겠네요. 헥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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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브라더가 민수형님을 인터부 했었구나....
덕분에 여기서 행님 얼굴 보네...ㅎㅎ😎

형님 최민수 선배님과 오토바이 같이 타셨어요? 추석 때 최민수 선배님께 안부 문자도 보냈었는데.

캬 배우가 콜해서 인터뷰 하는 클래스군요! 기사는 제가 찾아서 링크 걸겠습니다 [최민수] 살아가는 게 내 직업이에요

특이한 경우인데 안 좋은 점은 인터뷰를 미리 준비할 수 없어 기사 완성도가...OTL

자학을 하셔서 단숨에 읽었습니다ㅋ 재밌는데요. 최민수가 앨범을 냈는지도 전혀 모르고 있었는데, 10분 넘는 곡들도 다 들어보고 인터뷰 하셨나봐요.

얼굴 도장 찍으려고 공연장을 하도 들락날락했더니 앨범 곡들을 자연스럽게 다 들을 수 있었어요. ㅋㅋㅋㅋ

짱짱맨 출석부 호출로 왔습니다.
명절 잘 보내고 계시죠??

감사합니다. 추석 잘 보내셨죠? ^^

아직도 검도 하시나요? 꽤나 반열에 오른 경지 같던데.

아직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검도보다 음악 작업에 더 열중인 듯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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