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드립 커피를 내리며

in #busy6 years ago (edited)

20180401_153208_HDR.jpg
학교 교무실에는 핸드드립을 할 수 있게 되어있습니다. 덕분에 커피에 대해서도 많이 알게 되었고 커피를 좋아하게 되었죠. 사실 그전에도 커피를 좋아하긴 했는데 압력을 이용해 에스프레소를 내리는 것만 알았지 핸드드립은 잘 몰랐었죠. 비알레띠 모카포트도 장만해서 집에서도 에스프레소를 내려 마셨더랬죠. 아직도 커피에 대해 잘 알진 못 합니다만 왠지 핸드드립이 더 매력적인 기분입니다.

우선 바라짜 마에스트로 전동 그라인더에 원두를 갈고 적당량 여과지에 올립니다. 그리곤 중력을 믿고 조금씩 물을 부어내어 원두가루를 불리며 천천히 커피를 내리는 거죠. 이 과정이 참 좋은 게 뭔가 몰입을 하게 되면서 이런 저런 생각을 정리하게 되더라고요. 차분해진달까요. 그래서 제가 마시지 않을거면서도 커피를 내리기도 하지요. 일하다 커피가 간절해지면 마구마구 물을 부어 커피가루를 불릴 여유도 없이 내려진 커피를 벌컥벌컥 들이키기도 하고요. 천천히 내리는 쪽이 맛이나 향에서 월등하지만 억지로 각성하기 위해 필요한 카페인 보충을 위해 그러기도 하는 거죠. 여유로울 땐 여유로운대로, 바쁠 땐 바쁜대로 커피를 찾게 되는 거 같습니다.

커피를 내리고 있노라면 그 향에 몇 선생님들이 모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장이 마련되죠. 수업에 대한 이야기, 학생에 대한 이야기, 개인적인 이야기, 업무에 관한 이야기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데요. 이런 기회가 선생님들 사이의 소통과 교류 그리고 상호간 배움을 가져다 줍니다. 이를테면 전문적 학습공동체로의 이행을 촉진시키죠. 너무 비약이 큰 듯 하나 정말 소중한 시간이죠. 그것을 커피가 매개해 줍니다.

언젠가 지나가던 학생이 커피 맛있냐며 조금 달라고 할 때 한모금 주니 금방 일그러진 얼굴로 이걸 무슨 맛으로 먹느냐고 이야기 하더라고요. 그때 "그 쓴 맛이 꼭 인생을 닮아서. 그리고 그 맛을 잘 곱씹으면 고소하기도 시기도 달기도 한 여러 맛이 나." 이렇게 말했더니 미친 사람 쳐다보듯 하더니 가더라고요. 내가 뱉어놓고도 그 말이 좋아서 한참 커피를 홀짝 거리며 서 있던 기억이 나네요.

내일도 학교에 가면 제일 먼저 커피를 내리고 있을 거 같네요. 오늘은 아이들과 어떤 하루를 보낼까, 어떤 수업을 만들어 낼까, 해야할 일은 뭐지 등을 생각하면서요. 그리고 곧 출근하여 내려 놓은 커피를 반갑게 마실 다른 분들도 생각해 보면서요.(출근을 조금 이르게 하는 편이라^^)


거북토끼2.jpg

<캘리그래피를 그려주신 @dorothy.kim님 감사합니다.>

Sort:  

World of Photography
>Visit the website<

You have earned 5.50 XP for sharing your photo!

Daily Stats
Daily photos: 1/2
Daily comments: 0/5
Multiplier: 1.10
Server time: 18:30:23
Account Level: 1
Total XP: 122.70/200.00
Total Photos: 22
Total comments: 4
Total contest wins: 0
And have also received a 0.10 percent upvote.

Follow: @photocontests
Join the Discord channel: click!
Play and win SBD: @fairlotto
Daily Steem Statistics: @dailysteemreport
Learn how to program Steem-Python applications: @steempytutorials
Developed and sponsored by: @juliank

저도 선생님 처럼 핸드 드립을 좋아합니다. 저는 마음을 가라 앉히는 그 과정이 좋더군요. 그래서 사무실에 좀 일찍 출근하여 저 만의 의식을 치룹니다.^^

저 역시 커피를 내리는 시간이 마음을 가라 앉히는데 좋다고 여기고 있어요^^ 핸드드립이 그런 의미에서 의식일 수 있겠어요^^

신선한 원두군요!! 거품이 고르게 풍성한 걸 보니!!
사진만 봐도 향긋한 커피향이 전해져 오는 것 같아요
정작 저는 달달한 것만 좋아하면서 말예요^^;;
내일도 모레도 늘 아이들과 즐거울 재돌샘을 응원합니다.

예전에 헤이즐넛향에 속아서 달콤한 줄 알고 쓴 커피를 마신 기억이 나네요. 내린 커피에 적당히 시럽을 넣으면 달다구레 해집니다^^
응원 감사합니다!

후배가 커피를 배우고 있어서 가끔 핸드드립 하는 모습을 봅니다.
저에게도 권해서 마셔보긴 했는데... 제 입맛에는...음...ㅋㅋ

커피를 맛보다는 정신을 번쩍 깨우는 용도로 마셨는데 어느 순간 맛을 따지게 되었네요. 꾸준히 마시다 보면 그 풍미를... 근데 아직도 쓰게 느껴지는 건 함정이죠 하하...

아직 커피맛 모르는 1인 ㅎㅎ
그래도 향은 참 좋아합니다

향을 좋아해도 반은 커피맛 반은 아신 거 같은데요^^ 저 역시 가끔은 향 때문에 그냥 테이블 위에 두었다가 식고 나서 훅 원샷할 때도 있어요. 알고 보면 저 역시 커알못 이니까요 ^^

핸드드립은 향도 한몫하죠?^^
저는 간편함을 놓지못해 캡슐을 마시지만 언젠간 핸드드립 세트 들여서 커피향 뿜어줘야 겠어요^^

향이 딱 입맛을 돋구죠. 고가의 세트가 아니더라도 구비하여 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

Coin Marketplace

STEEM 0.18
TRX 0.15
JST 0.028
BTC 63615.94
ETH 2475.04
USDT 1.00
SBD 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