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만평(時代漫評) - 176. 한국의 운전면허가 너무 쉬운 것은 사회문화적 측면의 이유 때문이다.

in #busy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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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에서 물면허로 유명한 것이 대한민국의 운전면허이다. 한국에서는 운전면허를 취득하고도 도로운전은 엄두를 내지를 못해서 다시 더 많은 비용을 들여서 연수를 받아야 할 정도라고 한다. 과거부터도 운전면허 제도 강화에 대한 이야기가 계속해서 나오기는 했었지만, 10년 넘도록 주무부처인 경찰청은 요지부동인 상태이다.

최근 정부에서는 오는 2022년까지 현재의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반으로 줄이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기준으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 4190명으로 OECD국가 평균보다 4배가 높고, 인구 1만 명 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도 1.9명으로 OECD 평균 0.5명보다 크게 높은 상태이다.

대한민국에서의 운전면허와 자동차 소유문제는 외국과는 다른 과점에서 들여다보아야 하는 특이점이 있다. 바로 한국인들에게는 차를 보유하고 운전을 한다는 것은 결코 실용적인 측면에서만 그러한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의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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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70년대~ 90년대 사이에 한국의 경제발전을 견인한 산업분야는 단연코 건설과 자동차였다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화학 조선 통신 철강 중공업 등도 많이 있었지만, 자동차 산업은 대한민국의 으뜸가는 수출효자종목이었고, 비약적인 한국경제의 성장기를 이끌어가던 가장 맏형노릇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그 당시 한국사회에서의 자동차 문화는 외국과는 다소 특이한 점이 있었는데, 한국인에게는 특유의 체면문화와 자존심문화가 있다보니 한국에서는 자동차를 소유하고 운전을 하는 것이 하나의 사회적 지위와 체면치레를 나타내는 상징적 대상으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외국에서도 일반 생활용품이나 공산품보다도 훨씬 비싼 가격대를 가지고 있는 차량을 보유한다는 것이 어느정도는 사회적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가 되는 문화가 있기도 할 것이고, 경제적 능력에 따라서 이왕이면 남들보다 더 좋은 고가의 차량을 보유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있겠지만, 이러한 심리적인 차원에서는 한국인들이 세계에서 가장 으뜸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이다.

이러한 문화는 70년대에 한국에서 자동차 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사회전반적으로 형성되어진 문화이기도 하며, 이것이 한국인 특유의 문화적 습성과 결합되면서 남들이 소유하지 못한 좀 더 좋고 좀 더 비싼 승용차를 소유함으로 인하여 얻을 수 있는 상대적 비교우위의 심리가 심화되어지기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 시대에 군사정권의 국가정책에 있어서는 자동차 산업의 발전과 수출증대를 위해서 국가적 지원을 하면서, 그와 동시에 국민들에게도 내수를 늘리면서 자동차 구입을 독려하도록 하는방송광고나 이미지 메이킹을 강화시켰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한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운전면허는 국민들의 전반적인 수준을 고려하여 가급적 쉽게 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면서, 국내에서 생산된 자동차를 국민들도 구매하여 자동차 산업이 계속 성장할 수 있도록 하려는 정책의 일변도로서 나아가기 시작하였던 것이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국의 운전면허는 외국에 비해서 좀 더 따기 쉽고 합격률이 높은 한국만의 손쉬운 운전면허 시험제도가 정착이 되었을 것인데, 여기에는 우리가 예상치 못했던 아주 놀라운 사회적 인프라 형성의 초석이 된 한국의 물면허가 가져다 준 혜택이 존재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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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좁은 국토면적과 산악지역이 많고 상대적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국가의 특성이 있기 때문에, 분명 외국에 비해서 과도한 차량운행이 상당히 제한적이어야 하는 나라이다. 그래서 동남아 지역처럼 도심지라고 해도 차량운행보다는 오토바이나 자전거 운행이 더 많아야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적절하고 합리적인 대한민국의 상황이다.

만약 한국의 운전면허가 아주 어려워서 취득률이 현저하게 낮았다면 한국에서의 길거리 교통문제는 아마도 동남아처럼 오토바이를 비롯한 원동기 문화가 더 대중적인 형태로 형성이 되었겠지만, 그렇게 되지 않았던 이유는 70~90년대의 자동차 산업발전과정과 더불어서 자동차소비문화를 부추긴 상업적 분위기 형성의 문화가 가장 큰 원인이었을 것이다.

자동차를 소유한 한국인들은 80년대 이후부터 경제성장과 더불어서 얻어진 실질소득의 증대로 인하여, 주말이면 외식문화와 여행문화 그리고 가족단위의 야유회를 가게 되는 놀이문화가 발달하기 시작하였다. 이 과정에서 좁은 국토의 면적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산악지역 곳곳에 팬션과 박물관 야영지 공원등이 조성되기 시작하였던 것이고, 이것은 대부분의 국민들이 자가용을 보유하면서 주말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는 접근할 수 없는 깊숙한 오지까지도 직접 방문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었던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놀라운 것은 과거시대에는 상상할 수도 없었던 전 국토의 현대식 개발이 급속도로 가능해졌던 것이고, 그로 인하여 수도권만이 아니라 전 국토의 먼 지방까지도 급속하게 문화시설이 발전될 수 있도록 가속화시키는 현상이 벌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더구나 한국인 특유의 체면문화와 자존심 문화가 자동차를 소유하고 싶은 욕구로 분출되어짐과 함께, 90년대 이후부터는 주말이나 휴가철에 자동차를 몰고서 가족단위로 여행을 얼마나 잘 갈수 있느냐가 하나의 생활문화수준을 판가름하는 수준으로 자리매김하게 되면서, 이러한 자동차를 이용한 야유회문화를 가지고서도 주변사람들과 자존심싸움을 하는 문화가 발전하게 되었으니, 이 자존심 싸움은 결국 전 국토의 문화시설과 관광산업 인프라를 빠른 시간 안에 조성케 만드는 원동력이기도 하였다.

이 과정에서 대한민국 전체의 경제력 상승과 문화적 산업적 인프라 조성은 가히 놀라울 만한 성장세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이며, 이것은 또한 전세계에서 한국전 이후에 가장 가난한 나라였던 상태에서 가장 빠르게 경제성장을 이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뜻 밖의 원동력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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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외국에서는 한국의 운전면허를 물면허라고 하면서 폄하를 하고는 있지만, 한국인들에게 이 물면허는 나라를 일으켜 세운 일등공신의 역할을 했던 물면허였다고도 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식의 물면허 시험제도를 도입하여 시행하면, 그 나라도 이러한 국가전체의 상승발전적 현상을 보장받을 수 있으냐 하면 그것은 당연히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그것은 한국인들에게는 한국인들만이 가진 특유의 체면과 자존심문화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으며, 또한 이 체면과 자존심문화에 자동차산업이 곁들여지면서 나타나게 된 자동차를 이용한 문화계층 서열화의 싸움이 있었기 때문이며, 또한 자동차를 이용한 야유회 여행들의 놀이문화를 더 고급스럽게 즐겨보려는 상대적 자존심 문화가 형성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지, 이것은 결코 다른 외국문화에서는 기대 되어지기 어려운 특성인 것이다.

그래서 한국에서의 운전면허가 너무 물렁물렁해서 문제라고 하지만,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단순히 법률적인 측면과 행정적인 측면으로만 접근할 수가 없는것이 한국에서의 운전면허 문제이며, 한국에서는 운전면허를 간소화하여 차량보유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국가전체적으로도 이득이며, 다만 높은 교통사고율을 억제하기 위해서 도로교통 법규강화와 순찰제도의 강화 교통안내 경찰의 확충등으로 도로현장에서 직접 제도를 강하게 하여 사고발생을 억제시켜나가야 하는 것이 올바른 헤법이라고 생각이 든다.

한국에서의 운전면허가 너무 쉬워서 문제가 된다고 하는 것은, 제도적인 차원에서 운전면허 자체를 어렵게 바꾼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사회문화적인 측면에서 한국인들의 습성을 잘 다루어야 하는 인문학적인 차원에서의 해결책이 제시되어져 하는 것이다.

만약 교통사고율이 높아서 그것때문에 외국처럼 운전면허시험의 수준을 강화한다고 하면, 한국인들은 분명히 그 강한 자존심과 체면의식을 상처받기 싫어서 부정시험으로라도 몰래 뒷구멍으로 운전면허를 쉽게 취득하려고 하거나 비정상적인 불법운전면허증을 만들어서 사고 파는 부정행위 등이 더욱 더 판을 치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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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으 체면과 물면허 이어서 자동차 산업으로 이어지는 고리는
정말 상상도 못했습니다
종종 yangmok701 님의 글에 많이 배우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글 잘 봤습니다. 허나 우리나라 면허 자체보다는 운전문화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
제 미국에서의 경험을 말씀드리자면 오히려 운전면허는 물면허라고 말씀하신 우리나라면허보다도
더 쉽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뭐 자동차가 절대적으로 있어야만 하는 미국과의 직접적인 비교는 좀 부적절할수도 있겠네요.
워싱턴주는 심지어 불법체류자도 운전면허 딸수 있는 루트도 있을정도이니

제가 운전면허 땄을때가 거즘 10년 전인데 그때는 운전 면허 쉽게 땄던 것 같아요.
지금은 오히려 면허따기 어렵다 하더라구요.
전 그저 운전이 무서워서 지금까지도 엄두도 못내고 있습니다...

부정시험으로라도 몰래 뒷구멍으로 운전면허를 쉽게 취득하려고 하거나 비정상적인 불법운전면허증을 만들어서 사고 파는 부정행위 등이 더욱 더 판을 치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부정하고 싶음에도
부정할 수 없는 자신을 발견했네요

면허시험보단 인식이 바껴야한다고 생각해요

우리 나라 운전은 우리나라사람들 성격과도 많이 닮아 있지요.. 수단보다는 목적이 우선인... 그래도 요즈음에는 많이 좋아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운전면허를 통해서 최소한 김여사(여성비하는 아닙니다)는 거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기능적으로 문제가 있는데 면허를 주면 안되겠지요? ^^

물면허를 만든 장본인이 지금 구속되어있죠. 그가 만든 회사가 현기차에 시트를 납품하는 회사입니다. 도로주행을 빼고 면허시험을 쉽게 만들어 차를 많이 팔면 그의 회사는...

저도 곧 면허 따야하는데, 다시 한 번 생각 하게 되네요.
막중한 책임감을 가지고 공부 해야 할 거 같아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

자동차회사 로비때문에 쉬운건 아닐까 합니다.
약간은 타이트하게 운영했으면 합니다.
인명은 소중하니까요

운전면허가 정부의 정책에 따라서 쉬웠던 것인 줄 처음 알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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