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옥스팜 후원을 중단했다.

in #busy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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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일찍 퇴근하게된 어느날 지하철역에
들어가는 계단에서 후원을 모집하는 분들이 있었다.

보통은 지나가면 그만인데 봉사자와 눈이 마주치고 간단한 질문에 답변을 거부하지 못하고 붙잡혔다. 일찍하게된 퇴근에 기분이 좋았고, 상냥하고 재미있게 질문을 하면서 모금을 통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활기차게 풀어내며 눈을 반짝이는 그 분의 후원금 제안을 뿌리치지 못하게 되었다.

늘 마음 한켠엔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고, 하지만 실천을 하지 못했던 날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 기회에 적은 금액이지만 정기 후원을 해보잔 생각을 들게했다.

내가 이런쪽에 문외한이지만 옥스팜이란 단체는 좋아하던 배우 이제훈도 봉사활동을 했고, 쉐프 샘킴도 푸드트럭으로 봉사하는 것을 보았기에 '아 ~ 그곳!' 이란 생각에 거부감도 적었다.

소액으로도 되며, 카드결제도 가능하고, 커피 몇 잔 덜 사먹고 좋은 일 할 수 있다는 것에 설득이 되어 2만원씩 정기후원을 시작했다. 물론 이 돈을 얼마 안되는 돈이어서 매달 카드 청구 문자가 오지만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고 내 생활에 영향도 미미했다. 가끔 메일에 옥스팜활동사진이나, 우편으로 후원에 감사한다는 액자같은 사진을 받고 '아 내가 매달 내고 있었지 참~' 그런 생각이 문득 들게 되는 수준이었다. 그래도 냉장고 위에 액자를 붙여놓고 더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날들을 그려보며 지냈는데 성매매 기사를 접하게 됐다.

옥스팜? 응? 내가 돈 내고 있는 그 곳?
아이티에서 지진났을때 봉사활동한 것은 메일로도 대문짝만하게 자랑스럽게 사진으로 보내준걸 보았는데 뭐 지진으로 20여만명이 사망한 아이티에서 성매매? 헐..
인간을 탈을 쓴 악마가 아닌가..

그래도 기사를 처음 접하곤 바로 후원을 철회해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내가 시작하기 훨씬 전 일이며, 일부의 문제일 것이고, 정말 열심히 좋은 마음으로 봉사를 하던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후원금이 끊길것을 두려워해 은폐를 하려했고, 옥스팜만의 문제가 아닌 국제구호단체들의 만연한 문제였고, 공론화가 되자 옥스팜의 7000여명은 정기기부 취소를 했다고 하는 기사를 보니, 나도 기부취소를 통해 이것은 구호단체로서 분명히 잘못된 일임을 알리는 의사표시를 해야겠단 생각을 갖게 했다.

미투 운동은 이 사회에 썩어빠진 나쁜 일들을 도려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일시적인 현상이 아닌 올바른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전환점이 되어 주길 바란다.


오늘은 냉장고 위에 사진을 보고 옥스팜에 대해 써보자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직 버리진 못하고 있네요..
기부 취소 전화를 할 때 상담원분이 사유를 물어 '기사를 보고 그럽니다.'라고 대답을 두루뭉실하게 했습니다. (입에 올리기도 싫었어요..) 그러니 그분께서 '2011년도 아이티에서 일어난 성매매스캔들 말씀이시죠' 라며 그 곳에서 일하는 분들도 충격을 금치 못했고, 실망을 드려 죄송하게 생각하며, 열심히 올바르게 활동하는 분들이 많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고 하더군요. 기부자, 봉사자, 바른마음을 갖고 임했던 직원들 모두에게 상처가 되는 일이 아닌가 싶어요. 좋은 분들도 많다는걸 기억해달라는 말과 함께 후원취소를 바로 해주셨어요. 제가 한 행동은 고작 2만원 내주던 1명 취소이겠지만 그들에게 '그것은 당신들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할 문제입니다.' 라고 표현할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옥스팜뿐만 아니라 곳곳에서 매일 새로운 내용으로 미투 운동에 대한 글들을 접하는데 정말 씁쓸함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이 사회가 새로 거듭나길 바라며 글을 마무리 할게요. 그 분들의 용기에 감사하며 응원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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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홍보하는 프로젝트에서 나왔습니다.
오늘도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오늘도 여러분들의 꾸준한 포스팅을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기사봤는데 옥스팜 때문에 기부금이 줄어들까 걱정이네요~TT

당장은 기부금이 줄더라도 개선이되어 투명한 곳이 꼭 생기길 바랍니당.

안타깝네요..
그래도 참 대단하십니다
돕고싶은 마음은 다 가지고 잇지만 실천하긴 어렵자나요
저도 아이들을 키우고 잇어서 영양실조로 죽어가는 아이들 아파도 병원에 못가는 아이들을 보면 가슴이 너무 아프고 도와주고 싶지만 잘 되진 않더라구요

티비광고로 막 아프고 힘들게 살고 그런아이들 나오자나요. 저도 같은 마음이에요. 실천을 하려해도 이제는 .. 당분간은 쉬었다 다시 해야겠어요.

기부단체도 블록체인으로 관리해야겠어요!!
사용처의 투명한 공개가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것 참 좋은 생각인데요!

저도 약 3주?4주 전에 지하철 역에서 옥스팜 후원하라고 권유를 받았던 적이 있는데요, 그때는 진짜 돈이 없어서 나중에 생각해보고 한다고 했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뉴스가 터지더라고요... 확실히 몇몇 사건사고 때문에 기부나 후원이 줄어드는 것 같습니다..

우아 타이밍이 참.. 더 기사가 눈에 확 들어오셨겠어요. 다른 내용이긴하지만 영화 도가니가 자꾸 생각나요..

네.. 그때 솔직히 하고 싶은 마음은 진짜 있었어가지고 그 사람이 얘기하는걸 10분동안 듣다가 돌아왔는데.. 그렇게 일이 터지니 정말 당황스러웠네요.. 물론 저를 설득하려고 했던 분은 그 사실을 몰랐을수도 있지만요!!

좋은마음으로 시작하신 후원이 안좋게 끝이나서 너무 안타깝네요..

저도 옥스팜은 아니지만 몇달전에 후원을 시작했거든요.. 후원단체들의 비리 불투명한경영들이 문제로 제기되긴하지만.. 그래도 후원을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자그만한 희망이되고싶어서 시작하게되었는데.. 후원단체들의 투명한 경영과 이런 불미스러운일들은 더이상일어나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ㅠㅠ

마자요. 타산지석 삼아 그 곳은 더욱 운영에 신경써서 후원금이 사용되면 좋겠네요~

옥스팜 뿐 아니라 많은 기부단체들이 자기들 월급 모금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월급모금 ..ㅜ 월급을 당연히 가져가야긴하겠지만 뭔가 씁슬하네요.

기부를 해도 ㅜㅜ 그게 제대로 쓰여 지는걸 못봣어요 ㅡㅡ

막연한 믿음으로 지냈는데 참 실망이에요.

실망이 크시겠네요 ㅜㅜ

좋은 일 하셨는데 안타깝습니다. 직접 기부활동을 할 수도 없고 어렵네요. 더 좋은 곳이 나타나서 다시 기부를 할 수 있는 날이 되길. 아니 기부가 없이도 모두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맨 마지막 말이 좋네요. 그런날을 볼수있길 희망합니다.

헉...... 최악이네요....
사실 기부를 정기적으로 안하는 이유 중 하나도 실질적으로 기부한게 맞게 가는가 하는 의심도 들고...
목적이 변질될까봐 하나하나 확인하고 하다보니... 산발적으로 하게 된 면도 없잖아 있네요...ㅠㅠㅠ
마음 아프셨겟어요... 좋은 마음에 시작하신일이였는데 이런 사건이 생겨서 ㅠㅠㅠ

네 충격.. 그래도 곪은거 싹 도려서 새살돋는 일이 되면 좋겠어요.

네 ㅠㅠㅠ 문제는 이렇게 한번 데이면 무서워서 못하게 된다는....에휴....
그래도 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다시 한번 도우전!!!

네 저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려구용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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