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 - 휴가, 였나?

in #busy6 years ago

월요일부터 수요일까지 황금 같은 휴가를 보냈다. 우리 가족은 연천 어느 골짜기로 떠났다. 휴가 준비는 아내가 맡았다. 일의 특성상 늦은 시간에 퇴근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기도 하고 바리바리 싸 들고 가는 것을 싫어하다 보니 최대한 가볍게 준비하기로 했다. 아이들 입을 옷가지들, 아이들 쓰는 물총, 튜브, 아쿠아 슈즈, 아이들 먹을 과자와 간식, 아이들 읽을 책 몇 권 등만 준비해 놓고, 출발하면서 마트에 들러 먹을거리를 샀다. 이번에는 바비큐도 안 하기로 하고 양념 된 채로 판매하는 불고깃감을 주로 샀다. 모자란 건 다 사 먹기로 했다. 무더운 날씨에 바비큐 안 하기로 한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몸과 마음을 너무 가볍게 준비한 나머지 코펠을 빼먹었다. 우리가 예약한 곳은 전통의 민박! 가재도구는 아무것도 없는, 방만 제공해 주는 곳이다. 다행히 tv와 에어컨은 있었다는...
한 달 전부터 휴양림 예약 좀 하라고 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가 놓치고, 물이 있는 곳을 찾다가 휴가 떠나기 이틀 전에 예약했던 곳이었다. 나무젓가락 한 봉지와 종이컵 한 줄로 모든 가재도구를 대신해야 했다. 그러나 컵밥에 들어 있는 일회용 스푼도 여러 번 사용이 가능하고 인심 좋은 민박집 주인 할머니가 빌려주신 28cm 웍이면 한끼 식사가 충분했다. 물론 가스렌지도 빌려야 했고 햇반을 덥히기 위해 전자렌지도 수시로 빌려 써야 했다. 친절하게도 가스렌지에 필요한 부탄가스는 손님들이 쓰다가 남은 것들을 빌려주셨다. 그러니까 그냥 가져다 썼다. 2박 3일 그렇게 지내다 보니 일회용품 쓰레기가 잔뜩... 인지부조화라는게 알고 보니 별거 아니었다.
난 식사 때만 잠깐 고기를 볶든가 물을 끓이든가 하고는 거의 방 안에서 나오지 않았다. 첫날 물에 잠깐 발만 담그고 말았다. 잠 자고 핸폰 보고 tv 보고 밖에 나와서 한 대 피우고, 그렇게 2박 3일을 때우는데 왜 이리 좋은 걸까.

20180730_160603.jpg

세 놈이,,, 나 까지 네 놈이 한 컷에...

20180730_161328.jpg

심각한 막내. 입만 담그는 고난도 잠수 시전 중...

첫날 집에서 연천으로 향하는 37번 국도의 하늘이 무척 예뻤다. 파란 하늘에 솜뭉치들이 흩어져 있었다.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하늘 풍경이었다. 사진을 찍고 싶었으나 운전 중이어서 눈에만 담았다. 그래서 아쉬운 마음에 민박집에서 보이는 좁은 하늘을 찍어봤다. 37번 국도에서 본 그런 와이드한 풍경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봐줄만 하다.

20180730_161157.jpg

20180730_161216.jpg

사진 찍은 게 몇장 없어서 나뭇잎이라도...
20180730_161240.jpg

20180730_163919.jpg

이 민박집은 백숙, 닭볶음탕 같은 것들도 팔고 있다. 여름이면 한 번씩은 가봤던 물가 평상이 있는 유원지다. 근데 백숙이 좀 예술이었다. 역시 이런 건 느닷없이 당해야 기쁨이 두 배가 된다.

20180731_161524.jpg

20180731_161533.jpg

두메산골이라 그런지 해 지고 나면 선선하다기보다 그냥 깜깜했다. 불볕더위는 이런 산골도 비껴가지 않았다. 선선할 줄 알았는데... 에어컨 켜 놓고 잤다. 아이들은 실컷 물에서 놀고 나는 실컷 아무것도 안 하고 아내도 아무것도 안 하고... 정말 유익한 휴가였다. 마지막 날 민박집 할머니의 딸은 뭐 이런 대책 없는 가족이 다 있냐는 표정에다가 웃음을 더해서 우리를 배웅해 주었다.

Sort:  

계곡이 최고죠 ^^

바다보다 계곡이죠!! 발 담그면 만사 오케..

고난도 잠수...정말 대단한데요!!
ㅎㅎㅎ
제 동네도 시골인데 연천도 시골이군요
비슷한 풍경이어도 멋지게 보입니다!
시골 사람이 왜 시골에 간 도시인인 유니콘님을 부러워하고 있을까요..ㅎㅎㅎ

저 도시인 아니에요. 읍내 살아요. 시골에서 시골로 평형이동 한거죠. 그래도 일상을 벗어나니까 색다른 느낌이 있더군요.
입잠수 하는 거 필요하시면 도담이를 위한 특훈 메뉴얼을 보내드릴게요...^^;;

좋으셨겠네요.
휴가는 아무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게 최고죠.
계곡물이 시원해 보이네요.

날은 더웠는데 물이라도 시원해서 다행이었습니다. 암것도 안 하는 거 첨 해봤는데 아주 좋아요..

손 집고 입만 다그는 잠수라니~!!
그런데 표정이 사뭇 진지해서 웃을 수가 없는데요^^
든든하고 시원한 휴가 보내셨네요~!!

ㅋㅋ 저도 웃긴거 참았습니다. 잠깐 있다가 일어나는데 뭔가 대단한 일을 했다는 표정이라 잘 했다고 진지하게 칭찬해줬어요....ㅋㅋㅋ

실컷 아무것도 안 하고 아내도 아무것도 안 하고... 정말 유익한 휴가였다.

저도 이런 휴가를 보내고 싶어요.
휴가를 다녀왔는데 심신이 지쳤어요. 가끔은 아무것도 안하고 혼자 있을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정말 아무것도 안하고 싶다~~~~

여행처럼 떠나는 휴가도 좋잖아요. 그래도 가끔 잠깐씩이라도 멍때리기 휴식이 필요하긴해요. 그나마 애들이 좀 커서 이렇게 쉴 수 있었습니다. 얼마전까지는 꿈도 못꿨다는...

사진만 봐도 시원해 보입니다.
막내 잠수 모습 아주 진지해 보입니다 ^^
하늘 넘 이쁘네요.

그날 하늘이 전국적으로 이랬던 거 같아요. 가을 하늘 같았어요.

더위 피하기는 계곡이 최고지요. ㅎ 시원한 하루 보내세요^^
62664A31-D83F-45D3-8E2F-D420018524CE.jpeg

이런 도장은 팔목에 받아야하는데... 불금 즐겁게 보내셔요..ㅎㅎ

정말 휴가였네요.
아이들이 즐거워 하면 그걸로 좋습니다.

저 같으면 그냥 시원한 곳에서 달달한 것 먹고 맥주나 한 캔 하면서 야구를 보거나 영화를 보는 것이 최고이고, 아니면 야구장에 가거나 영화관에 가는 것이 최고 인데 그게 잘 안됩니다. 촌에서 사는 아쉬움이죠. ^^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 오신 건가요? 화이팅 입니다.

촌에 계시니 일상이 휴가? 사실 저도 시골 읍내에 사는데 휴가라고 집에만 있자니 좀 그렇더라구요. 더 외진데로 가서 있으니까 일상을 벗어난 느낌도 들고 괜찮았습니다. 근데 더운건 별반 차이 없다는 게 함정입니다. 말린사과님도 더위에 건강 조심하시고 홧팅입니다.

헐...
외국어딥니까?
알프스산맥에 어느 골짜기 같아요...ㅋㅋㅋㅋ
하늘은 파랗고...
물은 맑고...
여름 휴가는 월래 가족에대한 봉사의 날이래요ㅋㅋㅋㅋ

봉사 최소한으로만 하고 왔습니다. 저기는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국경의 몽블랑 산자락에
위치한 연천이구요. 저 물은 만년설이 녹아서....

백숙에 좋은 건 다 집어 넣은 것 같네요.ㅎㅎ

나무토막이 세네가지 들어갔어요. 인삼에 대추도 잔뜩. 한약재로 간을 한 것처럼 소금없이도 별로 안짰어요.

Coin Marketplace

STEEM 0.30
TRX 0.12
JST 0.033
BTC 64420.25
ETH 3150.23
USDT 1.00
SBD 3.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