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 땡기는 날

in #busy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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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문을 만들어 주신 키위파이님 감사요..

와인 땡기는 날

수입 맥주 할인 가격을 잊지 않고
마트 입구의 과일은 꼼꼼하게 챙겨보고
이름 없는 빵집으로 멀리 찾아가고
하굣길 달려오는 아이를 눈 시리게 바라보고
맑은 미풍이 살갗 솜털 사이에서 개구진 미끄럼을 타고
풀잎 하나 꽃잎 하나까지 목청껏 합창하는
파란 날에는 철 지난 옷가지 옆자리에
아직 따뜻한 당신의 온기를 숨겨 두세요

동그란 하루 일과표 위를 나선의 길 따라 걷다가
창을 타고 음률처럼 흐르는 빗소리
당신의 세상이 오선지 뒤에서 흐릿해지는 날
좋아했던 노래 한 곡조 낮게 부르며

창가 쪽 테이블에 앉아
디캔터의 매끈한 목선 안으로
17년산 와인을 흘려 주세요
설익은 자랑거리가 있다면 함께 섞어 주세요

*비 오는 날 뭔가 쓰는 것의 문제점은 곧 해가 뜬다는 것이다.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을 고치다 보면 며칠이 지나 버려 명징한 햇살 아래 갈피를 못 잡게 된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다. 몇 달 전 산책에 관한 글을 쓰고 마음에 들지 않아 고치고 또 고친 후 포스팅을 하려는데 그날 비가 왔다. 비와 별로 어울리지 않는 산책 글이었지만, 그냥 올렸더니 비 맞으며 걷는 산책이 멋졌다는 댓글이....ㅠㅠ.... 졸졸졸 내리는 비라 다행이었지 얼마 전처럼 콸콸 내리는 비였으면 미친X 소리 들었을지도...
후두둑 거리는 소리 말고 딱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시벨로 창밖 나뭇잎들을 두드리는 소리는 자장가로도, 사색의 재료로도, TV 소리에 묻힌 잡음으로도, 다 좋다.
그런데 우리 집에는 와인도 디캔터도 없다는 거... 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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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 픽사베이
픽사베이에는 매끈한 곡선을 가진 디캔터가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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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는 와인도 디캔터도 없다는 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 잘쓰시는 유니콘님, 멋집니다~^^

어익후,,, 잘 쓰기긴요...ㅎㅎ.. 잘 봐주시니 고마울 뿐...

흠...
글은 비오는 날이 더 감성있게 나오나보죠?ㅋ
와인은 디켄딩 하는 와인과
안하는 와인이 있죠...

산화를 시켜 부드러운 맛을 내기 위함인데...
아에 그냥 산소를 조금 넣으면 어떨까요?...ㅎㅎㅎ

흠,, 필요하면 암데나 넣고 막 흔들어 마시면 되겠네요...ㅎㅎ

글 잘 쓰십니다!!!!
댓글들을 읽어보니 다 같은 생각인가 봅니다!

고맙습니다. 잘 쓴다기 보다 잘 봐주시는 거죠...ㅎㅎ

와인 한잔하며 읽어야 제대로 된 느낌을 받을 수있을 것 같네요.

전 와인을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는데 가끔 먹고 싶을 때가 있어요..

구입하셔서 한 잔 진하게 드세요.
느낌이 달달 합니다.

그래야겠어요.. 매일 먹는 소주 맥주 빼고 와인이 땡기는 날도 있으니 이상하네요..ㅎㅎ

퇴근 한잔 해야겠네요ㅎㅎ

넘 많이 드시지는 않았기를요...ㅎ

우와 일상의 바램이 시가 되는 신기함

시가 별거 있겠습니까...ㅎㅎ 느낌을 따르다 보면...

오늘은 치소맥과 함께 대한민국 축구를 응원하고 싶네요 ㅎㅎㅎ

맥주는 싱겁죠.. 저는 집에서는 걍 캔맥주, 밖에서는 주로 소맥을 즐깁니다.ㅎㅎ

그날 기분에 충실한 글을 쓰시는군요~
날씨의 변함에도 민감할만 하네요 ^^

그때 그때 다르기는 하지만 감정에 충실하려고 하는 건 맞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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