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28] 여행의 끝

in #busy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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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끝

걷다 마주하는 길의 끝
배낭 풀고 밥 한 술
숨구멍이 삼삼해지면 쉴 때야
몸에 맞는 등걸을 찾아
기대 앉아서
번잡한 기억을 훑어 낸다
너덜한 여행자 수첩 마지막 장에는
반쯤 감은 노을
선선한 바람을 그린다
이럴 때는 작자미상의 노래가 제맛
가사는 풀어 헤쳐 낚시밥 쓰고
멜로디만 주워 삼킨다
짧은 여행
발바닥엔 감상평만 가득해

어제는 쉬는 날이었다.

큰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서, 같은 학교 중심으로 반을 나누었다고 한다. 수업 진도를 맞추기 위해서란다. 큰 아이가 제 엄마에게 하소연을 했다.
'엄마 진짜 크은일 났어. 우리반에 남자애가 없어'
이 나이가 되도록 경험해 보지 못했던 '청일점'을 놈은 너무 일찍 경험한다. 이런거 싫다고 얘기하는데 진짜 싫은 눈치다. 재미없는 유전자만 골라서 물려받았다.
아침 먹는 중 아내에게 이야기했다.
'남자는 여자들 무리에 혼자 있으면 엄청 뻘쭘한데 여자는 안그런거 같아'
아내는
'남자는 로보트가 되지, 여자는 자연스럽고..'
'응,, 남녀가 그래서 차이나는 건가?'
'그거,,,, 눈빛부터 손짓까지 다 설계된거야.. 얼마나 신경쓰고 있는 지 남자들은 눈치 못채지..'
신경 쓰이는 건 똑같다는 얘기.. 인가......?

치과에서 두 번째 신경치료를 받았다. 마취도 싫고 입안에서 울려퍼지는 기계음도 싫다. 치통은 더 싫다. 마취를 하고 나면 왼쪽 턱에 구멍이 난 기분이다. 치료 후 컵에 담긴 물로 입을 헹군다. 왼쪽 편 입술 사이로 물이 찍 새 나온다.
롯데리아에서 치즈버거를 먹는데 귀에 익은 노래가 들린다.
'가슴으로 느껴보세요 난 얼마만큼 그대안에 있는지 그 입술로 말해보세요 오래전부터 나를 사랑해 왔다고 말이에요~~'
고 유재하의 노래인데 리메이크 된 듯 하다.
예전, 창가에 나란히 서 있던 친구가 불러 준 '지난날'이라는 노래로 유재하를 처음 접했다. 세련된 멜로디에 혹해서 1집을 사 보았다. 그게 끝이었지만. 그 친구는 두꺼운 입술에 여드름 투성이의 남자다.
불안정한 음정과 가수답지 않은 성량과 노래방에서나 볼 수 있는 고음처리에도 불구하고 그의 노래는 꾸준히 사랑을 받았다.
한쪽이 마비된 입술로 '그 입술로 말해보세요'를 작게 불러 보았다.
마시고 있던 콜라가 나도 모르게 새는 것은 아닌지 확인하면서 치즈버거를 오른쪽 이로 꼭꼭 씹어 먹었다.

리얼 플레이어 원을 보았다. 팔이 잘리면 코인이 쏟아지는 가상현실에 관한 영화다.
네드야,, 웨이드 만큼만 해다오… 후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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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세대가 닮은듯요 ㅋㅋㅋ 오늘 시도 산문도 너무 좋아요! 혹시 전문작가가 아니신지요 ㅎㅎㅎㅎ 사...사진은요? 유니콘피쉬님이신가요? ㅋ

사진은 출처를 안남겼네요..ㅎㅎ[사진출처]https://pixabay.com 여기에요... 그러니까 당근 제가 아니죠..
그리고 그렇게 띄워 주시다 어디메쯤에서 추락사 시켜주실지 미리 멘트해 주심 안될까요^^

진심인데요... 모르셨어요? 전 빈말은 못하는 더러운 성격이라는거!!! ㅋ

헉,,,, (>.<) 지금 이런 표정이네요...

가사는 풀어 헤쳐 낚시밥 쓰고
멜로디만 주워 삼킨다

저는 가사가 낚시밥이 되는 건 물론
멜로디는 비빔밥이 되더라고요 ㅎ

ㅋㅋㅋㅋ 음치시군요...
음치는 음치끼리 ㅋㅋㅋ

남자아이 여자아이에 대한 글을 본 것 같은데 기억에 남는 것은 왠지 이것 뿐이네요.

네드야,, 웨이드 만큼만 해다오… 후기 끝….

아무튼, 여자가 남자들 사이에 있을 때 행동이 계산된 것이라는게 신기하네요. 이것 또한 개인 편차가 있을 것 같습니다. :)

애들 얘긴데요 뭐... 10대 때야 남자아이나 여자아이나 표현 방식이 다르니까요..^^

치과치료 참 싫죠... 저도 사랑니 뺀다고 난리친적이 있었는데.... 왠지 모르게 무섭더군요 입안에서 드릴?? 톱이 돌아가는 느낌이라니.... 요즘 내신이 중요해서 학원 입장에서는 같은 학교 출신으로 나눌수 밖에 없어요.. ㅠㅠ

아 강사셨죠... 내신 때문이었군요... 애들 학원 관련해서는 @kaine 님께 여쭤봐야겠네요..

저도 아드님 처럼 청일점입니다.
저희 집에 저 빼곤 다 여자지요...
네 여자 틈 사이에서 살기 정말 힘듭니다..ㅠㅠ

그러네요.. 따님 둘이니까... 그게 좋은것 같은데요..
저희집엔 아내만 여자....

짱짱맨 부활!
호출감사합니다

부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직접 지으신 시인가요?

스팀잇에 올린 시들은 직접 지은 것들입니다.ㅎㅎ

청일점이라... 지금은 싫어하겠지만 나중에는 후회?할지도 모르겠어요..!!
여자가 혼자있을때 손짓 눈빛이 다 설계였던건가요..?
그렇다면 전 평생 눈치못챌것 같습니다 ㅎㅎ

애들 일이라 그러려니 생각합니다..ㅎㅎ
뭐 지금이야 눈치 채던 못하던 별 의미도 없죠..ㅎㅎ 여자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헉..
유재하노래를 좋아하는군요...ㅋ

신군부때 음정불안으로 곡이 금지 되고..ㅠㅠ
클랙식 전공이라...ㅋ

유재하 참 좋아하죠..
근데 클래식 전공에 건축 쪽에서 일하셨으면,,,, 이상한 거 아니에요???

발바박엔 감상평만 가득해

크~ 가장 마음에드는 구절입니다.
리얼 플레이어 원 찾아봐야겠어요!

회심의 한구절이었는데,,, 알아주는 이 없었는데,,,, ㅠㅠ 고맙습니다..
영화는 보는 내내 스팀이 생각났는데, 다른 분들은 모르겠고 저는 그랬어요...
역시 블록버스터...ㅎㅎ

블록체인 시대에는 역시 블록버스터 영화죠! (아재개그)

ㅋㅋㅋㅋㅋㅋ 괄호안에 차근차근 설명안해주셔도....

아! 나도 나도 그 부분 정말 좋았어요! 진심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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