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읽는경제] 유가 상승에 따른 산유국 근황, 베네수엘라 vs 미국

in #bus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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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il rig, Pixabay

지난 포스트 에서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 달러를 돌파 할 수 있다는 예측에 대한 공급 측면의 몇 가지 상황을 예를 들었습니다.

그런데 재밌는 점은 그 중 베네수엘라와 미국이 아주 상반된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인데, 이에 대해 조금더 자세히 기록으로 남겨 봅니다.

베네수엘라

원유에 대한 수요가 견고한 상황에서 유가가 상승하면 산유국들은 더 많이 생산할 수록 당연히 더 많은 이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 때 풍부한 원유 자원을 팔아 끝 없는 복지 정책을 펼쳤던 베네수엘라는 이제 더 이상 생산량을 늘릴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해가 갈 수록 원유 생산량은 줄어만 갑니다.

각종 생산 시설의 국유화

2010년대 베네수엘라는 국부 유출 방어라는 명목하에 식료품, 석유, 설비 생산 시설 등을 국유화[1] 하기 시작합니다. 사실은 포퓰리즘을 위해 더 많은 자금이 필요했기에, 자국에 들어 왔던 기업들을 내쫓고 국유화 하여 수익금을 모두 국고로 돌리기 위함이었죠.

하지만 이러한 정책이 비극을 불러 옵니다. 생산시설에 대한 재투자가 이루어지지 않아 설비의 생산 능력은 크게 감소하여 식료품, 생필품 등의 공급 부족 사태가 일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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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연도별 원유 생산량 추이, TRADINGECONOMICS.COM

유가 폭락, 재원의 고갈

엎친데 덮친격으로 2014년 국제 원유 시장 공급 과잉으로 유가가 하락 합니다. 국가 외화 수입의 95%를 차지하던[2] 원유 수출 산업이 망가지자 국민들이 굶주림에 쓰레기통을 뒤지는 상황[3]까지 오게 된 것입니다.

아직 정신 못차린 베네수엘라

하지만 베네수엘라, 정확히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것 같습니다. 그저 정권 유지에 급급해 여전히 퍼주기식 복지 정책만 펴고 있습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4월 30일, 노동자들을 보호한다며 최저임금을 종전보다 155% 인상 했습니다[4]. 올해 들어 세번째 최저임금 인상인건 함정. 최저임금이 1년 전보다 5.6배 상승 한 것도 함정.

국민들은 돈이 없는게 아닌데, 화폐가치의 급락과 생필품 공급 부족이 문제임을 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미국

반면 미국의 상황은 베네수엘라와 정반대입니다. 유가가 오르자 셰일오일 업체들이 다시 원유 생산 시설에 동력을 넣기 시작 했습니다.

OPEC 도 인정한 미국

미국의 산유량 증가를 감안해 전 세계 원유 공급량 전망치를 상향 조정합니다.

산유국 커넥션인 OPEC 이 미국 때문에 글로벌 원유 생산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습니다[5]. 사실 전통적인 산유국들은 중동 국가들인데, 미국이 그동안 비축했던 힘을 원유 생산에 쏟아내자 OPEC 자제로서도 위기를 느낀 것입니다.

셰일 오일의 미국

미국의 산유량 중 가장 큰 변수는 셰일 오일입니다.

국제 유가 100 달러 시절 미국의 원유 생산 기업들은 BEP 가 배럴당 70 달러 수준의 셰일 오일을 생산해 수익을 내었습니다. 원유 생산 전통 강호인 중동 국가들이 이를 가만히 두고 볼 수 없겠죠? 주요 산유국들과 미국은 유가를 놓고 치킨게임을 시작합니다.

덕분에 국제 유가는 50달러 수준으로 낮아졌고 한때 20달러 수준까지 갔습니다. 이 치킨게임으로 미국의 200 여개 에너지 업체들이 줄도산 했습니다[6].

그런데 전통 산유국들은 이 치킨게임으로 500조 원 대의 손실을 입었다고 합니다.

미국에선 기업들이 무너졌고, 전통 산유국들은 국가 차원의 부채를 떠안게 되었습니다. 누가 승자인가요?

원유 생산에 의존한 경제 vs 포트폴리오 중 원유 생산을 가진 경제

결국 이 게임에서만큼은 미국이 승자였습니다. 원유 생산 산업이 잠깐 무너져도 다른 산업들이 버텨주고 있기 때문에 치킨게임에서도 무너지지 않았던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 게임의 승리에는 유연한 산업구조 역시 한 몫을 했습니다. 미국의 200 여개 에너지 기업들이 도산을 했지만, 살아 남은 기업들은 원유 생산에 대한 BEP[7] 가 맞을 때 까지 설비를 멈추고 기다린다거나, M&A 를 통해서 살아 남을 방법을 모색했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BEP 자체를 낮춰[8] 살아 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결국 국제 유가가 다시 오르자, 그동안 웅크렸던 미국의 원유 생산 업체들이 다시 시동을 걸고 있습니다.


유가가 올라도 생산을 못하는 베네수엘라와 유가에 따라 탄력적으로 설비를 가동하는 미국의 기업들은 예상치 못 한 외생변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결론: 몰빵은 이렇게 위험한 것입니다(?).


  1. 베네수엘라 이익통제의 비극…기업이 망하니 나라가 망했다, 매일경제, 2017.12.24

  2. 베네수엘라 작년 원유생산 13% 감소…28년 만에 최저, 연합뉴스, 2018.1.19

  3. '식량난' 베네수엘라, 국민 체중 평균 9㎏ 줄어, 조선일보, 2018.2.22

  4. 화폐경제 무너졌는데…최저임금 인상에 목매는 베네수엘라, 조선일보, 2018.5.2

  5. OPEC “미국이 세계 원유 생산 증가 주도”, 뉴스핌, 2018.5.14

  6. 중동 감산 vs 美 셰일, 원유 랠리 언제까지, 머니투데이, 2018.2.5

  7. Break-even Point

  8. 현재 미국 셰일 오일 업체들의 BEP 는 배럴당 40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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