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감고 걸어보기-작은 습관의 힘(#110)

in #busy6 years ago (edited)

삶에서 눈이 갖는 몫이 점점 커진다. 우리가 외부로부터 정보를 받아들일 때 눈을 통해 받아들이는 비중이 아주 크다. 감각기관을 통해서 얻는 정보의 80% 이상이란다.

여기에는 아마 두 가지 측면이 같이 작용하지 싶다. 하나는 우리 몸의 모든 감각 수용체들 가운데 70%가량이 눈에 있단다. 그러니까 눈은 생존과 아주 직결된다고 하겠다. 야생에서 눈이 멀다는 건 곧 죽음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또 하나의 측면은 인간이 가진 문명이라 하겠다. 특히나 문자 발병이 큰 공을 했으리라. 이제는 동물적인 본능보다 인간적인 정보가 생존과 크게 관련이 되니까. 그런 점에서 앞으로는 컴퓨터나 스마트폰과 같은 문명 이기와 결합하여 눈의 비중이 더 높아진다고 하겠다.

우리네 몸은 적당히 잘 활용해야하는 데 그렇지가 못하다. 눈을 혹사하게 된다. 근시, 난시는 물론 안구건조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더 문제는 눈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짐으로써 다른 감각 기관은 그 성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청각, 미각, 후각, 촉각은 무디어진다. 이런 불균형은 길게 보면 생존 자체에도 불리하게 작용하지 싶다. 잘 볼 수 없다면 동물적인 생존은 물론 인간적인 생존도 치명적일 수밖에.

때문에 습관을 조금이나마 바꾸어볼 일이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시간을 내기는 어렵다. 운동 시간을 활용해본다. 산책이나 달리기를 할 때 잠깐이나마 해보는 것이다.

차나 사람 왕래가 드문, 이른 아침. 넓은 길에서 100여 미터 앞을 확인하고, 눈을 감는다. 똑바르다고 여기며 걸어본다. 걸음을 헤아리면서 조심조심.

확실히 감각이 달라진다. 신경이 곤두선다는 말이 실감난다. 눈으로 볼 수가 없으니 일단 신경이 발로 많이 간다. 그 다음 소리에 대해서도 민감하다. 귀를 쫑긋. 차가 오는지, 물소리, 바람 소리들을 듣는다. 달리 보자면 뇌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시각을 차단함으로써 다른 감각을 깨우는 것이다.

열 걸음 정도는 어느 정도 가겠다. 그 이상부터는 두려움이 밀려온다. 갈수록 걸음의 속도가 급속히 떨어진다.

스무 걸음 정도에서 눈을 떴다. 내가 가고자 했던 방향과 다르다. 똑바르지가 않고, 길 한 쪽으로 쏠렸다. 다시 눈을 감고 걷는다. 스무 걸음을 조금 넘겼다. 눈을 떴다. 역시나 길 가장자리로 와 있다.

왜 그럴까. 오른발 왼발 균형이 맞지 않아서인가. 수영할 때, 배영을 해보면 오른팔 힘이 왼팔보다 좋으니까 자꾸 한쪽으로 쏠리듯이. 아니면 두려움 때문인가. 또는 눈 감각에 지나치게 의존함으로써 다른 감각 기관이 퇴화해서인가.

아무튼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적당한 긴장과 호기심과 두려움...한 걸음 한 걸음이 소중하다. 때문에 눈 감고 달리기는 걷기보다 더 역동적이다. 잠시나마 눈을 쉬게 하고, 다른 감각을 살려보자.

0 눈 감고 걷기.jpg
서쪽으로 지던 하현달이 이런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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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였습니다.

고맙습니다.

눈이 쓰는 에너지를 약하게 하면 다른 감각들이 살아나고 결국 인식이 달라지더라구요.

눈으로 보는 활동을 에너지로 보니 또 다르군요.
고맙습니다.

공감합니다 나도요즘 왼손으로 밥먹기 설거지지할때 왼손많이쓰기 실행 하고있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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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점점 몸의 균형에 관심이 많이 생겨
왼손 왼발을 많이 쓰는 습관이 갖고자 합니다.
좋은 습관을 많이 나누어주세요.

생활하면서 눈에 많이 의지 하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합니다.
눈이 피로하면 잠시라도 눈을 감고 쉬려고 합니다.
가급적이면 차에서 핸드폰 안 보려고 노력하고

눈감고 걷기 저도 시도해 보기는 했는데
위험해서 몇 번 못 하고 그만 두었어요.

재미삼아
조금씩 해보려고 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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