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의 투자 실패가 공매도 탓이라고요?
실패한 사람들의 공통적 특징, '남 탓'. 실패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
투자 관련 기사에서 아래와 같은 댓글이 베스트 댓글로 올라와 있었습니다.
출처 : 네이버 뉴스 댓글
워런버핏도 한국에서 투자를 했다면 공매도 때문에 망했을거라는 댓글인데,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으며 베스트 댓글이 되어 있었습니다. 저 이야기를 한번 더 비틀어 보면 '나를 비롯해서 개인투자자들이 투자에서 실패하는 건 공매도 때문이다.'라는 이야기와도 일맥상통합니다.
실패한 사람들의 여러가지 공통적인 특성 중 하나가 '남 탓 하기'입니다. 무언가 일이 잘 풀리지 않았다면 먼저 나에게 문제는 없는지를 복기하고, 근본적인 원인 해결을 위해서 노력하는게 아니라 저렇게 남탓을 해버립니다. 남탓을 하는건 일단은 너무 쉽고 편리하지만 장기적으로 보았을 때 발전이란 있을 수 없습니다.
공매도 탓을 하지 말자는 글은 몇해전에 제 블로그를 통해서도 짤막하게 글을 하나 남긴적이 있으니, 시간이 되시는 분들은 따로 읽어보시는 것도 좋으실 것 같습니다.
매수(롱) 포지션과 매도(숏) 포지션의 위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
우선 공매도는 거저 먹는 투자 방식이 아닙니다. 이론적으로 매수 포지션의 손실한도는 제한적인 반면, 매도 포지션의 수익은 제한적인 반면에 손실한도는 무제한입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매도 포지션을 잡은 투자자가 무제한의 손실을 입지 않도록 여러가지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공매도는 빌린 주식을 일단 시장에서 매도하고 나중에 되사서 갚는 커버드 숏셀링과, 가진 주식이 없어도 공매도가 가능한 네이키드 숏셀링 이렇게 크게 두 가지 기법이 존재하지만 국내에서 네이키드 숏셀링은 금지되어 있습니다. 위의 네이버 댓글이 갖고 있는 또 다른 오류는, 우리나라는 커버드 숏셀링만 허용이 되지만 미국은 커버드 숏셀링과 네이키드 숏셀링이 모두 허용됩니다. 저 사람 말대로면 버핏은 미국 시장에서 박살이 났어야 정상입니다.
어쨌든 커버드 숏셀링도 국내에서는 기관 투자자만 할 수 있고 개인은 할 수 없도록 법으로 금지되어 있습니다. 물론 개인도 커버드 숏셀링과 비슷한 형태의 '대주거래'는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양쪽 모두 증거금이 있어야 됩니다. 증거금 제도는 매도 포지션의 리스크를 통제하기 위한 기본적인 장치입니다.
매도 포지션(공매도)을 잡는 것은 높은 리스크가 따르지만 무한대의 수익을 얻지는 못합니다. 얻을 수 있는 최대 수익은 주가가 0이 될때니까요. 물론 외부 차입금 비중이 높다면 투입한 자본대비 높은 수익을 얻을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차입금 비중이 크면 클수록 마진콜을 당할 리스크는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죠.
매수 포지션을 잡는 것도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지만 주가가 투자한 금액 대비 100% 상승한다고 그게 얻을 수 있는 최대 수익은 아닙니다. 200%, 300%~ 그 이상의 수익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공매도 포지션을 잡을때 매니저들은 매우 신중한 리서치를 통해서 자료를 수집하고, 자산의 가격이 가치보다 과대하게 고평가 돼 있거나, 회사안에 심각한 결함이 발견되면 신중하게 매도 포지션을 쌓아나갑니다. 정말 신중하게요. 남이 하는 건 쉬워보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지만 매도 포지션을 구축하는 것은 매수 포지션을 잡는 것 보다 훨씬 높은 스트레스와 리스크를 동반합니다.
공부를 안하는 투자자 본인 탓
투자 실패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첫째도 투자자 본인 탓, 둘째도 본인 탓, 셋째도 본인 탓, 넷째도 본인 탓입니다.
시장에 가끔 등장하는 보물선 테마에 낚이고, 선거철이 되면 정치인 테마주 따라 다니기 바쁘고, 공부하기는 귀찮으니 귀동냥으로 투자하고, 그나마 열심히 공부한다는 분들이 고작 차트에 줄이나 그어대면서 그걸 투자 공부라고 자위합니다.
그래서 망하는겁니다.
우선은 확고한 투자의 철학과 토대를 만들어야합니다. 처음부터 그런게 생길리 없으니 좋은 책을 골라서 최소 10권 많으면 수백권, 더 기회가 되면 닥치는대로 읽는게 좋습니다. 우선은 '나는 얼마 벌었다' 이런 책들은 쓰레기니까 손도 안대는 게 좋습니다. 보조지표니 차트니 이런 것도 안 보는게 좋습니다. 투자 분야에도 여러 훌륭한 투자 명인들과 고전서들이 있습니다.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좋은 책과 좋은 투자자를 판별하는 눈, 사짜와 진짜를 구분하는 능력만 생겨도 투자 철학의 토대는 만들어가고 있는 것 입니다. 그리고 시장에서 소액으로 실전 투자를 해보면서 이론으로 만든 철학이 실제 시장에서 작동하는 것을 배우고 자신만의 철학도 만들어 가는게 우선입니다.
그 다음은 투자 대상에 대한 철저한 분석입니다. 정말 철저해야합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이 과정 근처에도 오지 않고 생떼같은 돈을 다른 사람 말에 현혹돼서, 혹은 감으로 투자투기합니다. '내가 사면 오를거야', '오르면 좋겠다', '오르겠지'와 같은 막연한 생각으로 투자한 순간 진겁니다. '존버'한다고 하는데, 그것도 철저한 분석을 통해서 그 기업에 대한 믿음과 가치를 갖고 있는 상태에서 하는거지 어두컴컴하고 앞도 안보이는 상태에서 감으로 던진 돈으로 존버를 하는 건 풀밭에 입벌리고 누워서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길 바라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대다수의 실패한 투자자들은 투자자가 갖추어야 할 아주 기본적인 투자 지식, 재무지식, 투자철학도 갖추지 않고 투자 대상에 대한 분석도 없이 투자하면서 그 투자가 잘못되면 공매도 탓을 하고 사기꾼 탓을합니다.
사기꾼에게 당하고, 상장폐지를 당하고
야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사기꾼에게 걸려들어서 피해를 입거나 상장폐지를 당하는 것 조차도 투자자 본인 잘못입니다. 물론, 대놓고 남을 등치려는 사람이 가장 우선적으로 잘못한게 맞고, 법의 심판대에 올려 단죄를 해야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시각을 나 자신의 투자 성패로만 한정해 보면 당한 사람도 잘못이 없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2005년부터 시장에 들어와서 시장을 쭉 보고 있지만 사기꾼들의 패턴은 늘 비슷합니다. 그리고 거기 걸려드는 사람들의 수준과 패턴도 비슷합니다. 너무나 뻔한 사기에 걸려듭니다. 어린 나이부터 투자했지만 사기꾼들에게 말려든적이 한번도 없습니다. 일단 사기꾼을 가려내는 눈과 용기부터 있다면 그 사람은 투자를 하면서 실패를 하기는 어려울거라고 봅니다. 팔랑귀는 위험하죠.
상장폐지되는 기업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오늘 우량기업이 내일 상장폐지를 당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투자한 기업에 대한 꾸준한 팔로업과 모니터링이 중요한 것 입니다. 제가 투자했던 기업 중에도 지금은 상장폐지가 된 기업들이 몇개 있습니다. 굉장한 우량기업이었지만 오너가 바뀌고 나서 상장 폐지 되거나 업황이 꺾여서 상장폐지 되기도 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저는 상장폐지를 당한적이 없다는 겁니다. 15년가까이 투자를 하면서 상장폐지 한번 안 당해 본 건 운도 따라줘서이지만 상폐를 피하기 위해서 꾸준히 분석한 저의 노력도 있습니다. 상장폐지 되는 기업들의 몇가지 특징이 있고, 하다못해 귀찮으면 재무제표만 훑어봐도 상장폐지 징후는 알 수 있습니다. (상폐 징후에 대한 것들은 나중에 기회가 있으면 글을 다시 써 보겠습니다.)
기업은 사람들이 운영하는거고 그래서 살아있는 생명체입니다. 시시각각 상황과 특징이 변할 수 있습니다. 본인들이 상장폐지 기업의 징후를 발견하기 위해 노력하지 못해놓고 이걸 또 시장 탓을 하거나 상폐 원인이 된 기업의 대주주나 CEO탓을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물론, 선의로 투자한 투자자들의 뒷통수에 칼을 꽂은 사람들이 잘못이지만, 어쨌든 세상에서 그런 사람들이 사라질 일도 없습니다. 최선의 방법은 내가 그런 지뢰를 피하는 것 뿐입니다.
개인투자자들도 공매도를 할 수 있게 해달라?
이건 정말 개소리라고 생각합니다. 현물 주식 매수 포지션도 제대로 못 잡는 사람들에게 매도 포지션 기회를 준다? 여러 가정을 파괴하고 말아먹는 소리입니다. 개인투자자는 공매도를 하지 못하도록 지금처럼 계속 규제를 하는게 맞다고 봅니다.
안전마진만 보고 가자
공매도고, 시장 등락이고 뭐고 긴 시간을 놓고보면 전부 한때의 휩소나 에피소드에 불과합니다. 그런 출렁임 속에서 우리는 큰 안전마진을 확보하고 주식을 매입하고 꾸준히 팔로업 하면서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게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락에 베팅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요 ㅋㅋㅋ 옵션이나 하락 etf 사본 경험이 전부지만... 아마 대부분 개미들에게 공매도를 허락한다면 월드컵에서 독일 승리 베팅했다가 조현우 욕하며 단체로 한강 간 토쟁이들 매일 볼 수 있을듯요
멋진 비유입니다^^
자신이 이유없이 벌때는 자기가 잘한줄알고, 떨어지면 시스템 탔을하죠. 저도 암호화페에서 공매도를 해본적있는데 정말충격적인 기억입니다. 이후 투자형태를 아예바꿔버렸죠ㅋㅋ
좋은글 감사합니다
암호화폐는 공매도가 되나보네요~ 중요한 경험을 하신 듯 싶습니다. 나중에 썰도 한번 풀어주세요~
지금은 거의 없어졌을껀데... 한때 여기저기서 마진거래(공매도, 공매수)가 가능했죠.^^
썰은... 예~전에 한번 풀어서.ㅋㅋㅋ
https://steemit.com/kr-gazua/@stylegold/leesol
코인은 공매도가 가능합니다.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거래소 현물거래량보다 선물거래량이 훨씬 많습니다.
심지어 최대 선물거래소가 무차입 방식입니다.
현물이 선물에 끌려다닌다고 할까요? :)
와 그렇군요.. 엄청나네요.
백번 옳은 말씀입니다!!! 혹 국민연금이 주식대차 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부분은 문제가 많다고 봅니다. 말그대로 국민투표를 거쳐서 국민연금이 대차를 해줄 수 있는지 여부,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와 같은 굵직한 것들을 결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민적 합의 없이 주식 대차를 해주는 건 분명히 문제가 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는 국민연금이 대차를 해주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해서요. 고견 감사 드립니다.
뜨끔했습니다 ㅎㅎ. 안그래도 저 댓글보고 생각이 많았었는데, 글 읽고 나니 반성도 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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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올려주시는 글들 잘 보고 있습니다. 멋진 사이트 운영하시느라 늘 수고 많으십니다~
블로그에 써주신 내공가득한 글도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오겠습니다 :) (사실 자주 읽었지만 댓글을 달지 않아서 ㅎㅎㅎ...)
실패하면 핑ㄱㅖ라도 만들려고 남탓 정부탓 하는거 같아요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무엇인가 잘못되었을 때 남탓을 하거나 희생양을 찾는 것은 인간 본능인데, 그걸 이겨내야 비로소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고 성공 투자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비트맥스에서 비트 숏포지션 잡아보면 얼마나 어려운지 알듯해요 ㅋㅋㅋ
오 해봤구나? 모르긴해도 주식 보유 스트레스의 10배 이상될 듯.. ㅎㅎ
좋은 말씀입니다
거저 되는 것은 없는데 직장인으로서 꾸준히 공부하는 게 쉽지 않네요
이것도 게으른 말이겠지만요 ㅎㅎ
꾸준한 현금 흐름이 발생하고, 기간대비 실적 압박이 없는 직장인이시니 엄청 유리한 옵션을 쥐고 투자하시는거라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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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내용에는 공감합니다만, 개인투자자 공매도 허용여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찬성하는 입장입니다. 시장이 공정하기위해서는 최소한 동일한 "룰"은 갖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들의 부족한 지식이 불안하다면 선물옵션거래처럼 약간의 진입 장벽을 둘일이지 막을 일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공매도의 긍정적인 측면과 투자전략을 다양하게 만드는 장점을 개인도 활용할 수 있어야 공정한게 아닐까요?
한편으로 공평한 룰이 적용돼야 한다는 점은 공감합니다.
뭐만 잘못되었다면
'남탓'부터 꺼내고 보는 습관만 고쳐짓는다면
어느의미에서는 이미 선진국이 되어있는 나라를
마주하게 되지 않을까 싶은 생각마저 들만큼
저렇게 넘어가는 경우가 많죠;;;
안타깝기도 하지만
그렇게 살아가는 이들은 그렇게 살아가도록 두고
저는 저의 길을 걸어가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렵니다.
잘 되면 남탓하고 못되면 내탓을 하려고
하는데 저도 쉽지는 않네요;;
잘 보고 갑니다.
그게 쉬이 되는 것이었다면 모든 사람이 성공했을거라 봅니다~ ㅎㅎ 훈련이 필요한 부분인 듯 합니다. 저도 쉽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