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게 흐르는 물

in #busy5 years ago

Book Reviewer @ilovemylife입니다.

장마철 거세게 흐르는 강물을 보면 일종의 경외감을 느낍니다. 자연의 위대함과 인간의 나약함을 동시에 실감하게 됩니다. 거센 물줄기는 거대한 바위 덩어리도 마치 작은 잎새처럼 떠내려 보냅니다. 물의 힘이 대단합니다. 바위도 추풍낙엽 신세인데, 하물며 인간은 어떻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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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군대 생활 할 때의 경험입니다. 강원도 깊은 산으로 훈련을 갔는데, 숙영을 위해 작은 개울을 건넜습니다. 건널 때는 비가 오지 않은 관계로 발목밖에 오지 않았습니다. 텐트를 치고 난 뒤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졌습니다. 부대원 집합이 있어 건널 때 사용한 개울가로 가보니 이미 개울은 커다란 물줄기를 뿜어내고 있었습니다. 주위의 만류와 제지에도 불구하고 인접 중대 간부가 호기 있게 그곳을 건너다가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갔습니다. 그의 시신은 그곳으로부터 수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지금도 거대한 물줄기를 보면 그 때 생각이 나서 등골이 서늘해집니다.

거대한 물줄기가 뿜어내는 힘, 격렬함은 전쟁에서는 세라는 말로 표현합니다. 그 세는 일거에 모든 것을 삼키며, 휩쓸고 지나갑니다. 즉 전쟁에서의 집중을 강조하는 대목입니다.

激水之疾, 至於漂石者, 勢也.(격수지질 지어표석자 세야) 鷙鳥之疾, 至於毁折者, 節也.(지조지질 지어훼절자 절야) 是故善戰者, 其勢險, 其節短.(시고선전자 기세험 기절단) 勢如彉弩, 節如發機.(세여확노 절여발기) 紛紛紜紜, 鬪亂而不可亂也.(분분운운 투란이불가란야) 渾渾沌沌, 形圓而不可敗也.(혼혼돈돈 형원이불가패야) 亂生於治, 怯生於勇, 弱生於强.(난생어치 겁생어용 약생어강) 治卵, 數也.(치란 수야) 勇怯, 勢也.(용겁 세야) 强弱, 形也.(강약 형야)

거세게 흐르는 물이 돌을 떠내려가게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이 세이다. 빠른 매가 내리꽂듯이 날아들어 새의 뼈를 꺾어 버리듯 하는 것이 절이다. 이런 이치로 잘 싸우는 자는 그 세가 맹렬하고 그 절이 짧으니, 세는 활의 시위를 힘껏 당겨 놓은 것과 같고, 절은 힘껏 당겨진 활을 쏘는 것과 같다. 어지럽게 엉클어져 혼란스럽게 싸우지만 실제로는 혼란시킬 수 없으며, 뒤섞여 혼란스럽고 둥그렇게 원형이 되어도 패배시킬 수 없는 것이다. 질서 속에서도 혼란이 일어나게 되고, 용감함 속에서도 비겁함이 생겨나게 되며, 강함 속에서도 나약함이 일어나게 된다. 질서와 혼란은 수의 문제요, 용기와 겁 많음은 세의 문제요, 강하고 약함은 형의 문제이다.

손자는 여기서 격렬하게 흐르는 물이 돌을 떠내려가게 하는 힘을 세로 비유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 타격의 양상은 짧게 끊어 칠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즉 전쟁에서 세는 격렬해야 하고 그 타격의 절도는 짧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손자의 강조점은 편제부대를 이용해 그 일부로 혼란에 빠진 것처럼 행동하게 하고, 일부 부대를 의도적으로 후퇴시켜 적을 유인하고, 실제 타격부대로 하여금 용감하게 돌진하게 만들라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과정을 통해 아군의 약점을 적에게 노출시키지만, 실제의 강력함은 은폐해 전쟁의 승리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상 Book Reviewer @ilovemylife였습니다.

참고문헌
손자지음, 손자병법, 김광수(역), 서울: 책세상, 2000
손무지음, 노양규 옮김, 365일 손자병법, 서울: 신한출판사, 2007
손자, 손자병법, 이현서(역), 서울: 청아출판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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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울물이라고 얕보다가 사고가 일어나는 일이 자주 있죠..
전쟁에서 군대의 사기와 전략을 물의 흐름에 빗대는 경우가 많더군요

손자가 특히 물을 많이 비교했습니다.

헉... 군생활에서 저런 경험을 하셨군요...

아직까지 트라우마가....

예, 지금도 거센 물줄기를 보면 그때 생각이 나네요.

불 보다 무서운 것이 물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렇다고 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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