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스티미언:첫경험] 내 인생을 바꾸어 놓고 떠나버린 그 소녀

in #bus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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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딩시절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많은 좌절과 상처를 받았다. 답답한 성격을 고치기 위해서 부단한 노력도 했었다. 하지만, 성격은 쉽사리 고쳐지지 않았다.

그런데... 사실, 나는 초딩 중반까지는 동네에서 소문난 개구쟁이였다. 많은 꼬맹이를 거느린 골목대장이었고, 사고뭉치였다.

이렇게 활달하던 성격이 어떻게 커가면서 내성적으로 변했을까?
나름 가슴 아픈 사연이 있었다.



초딩 5학년이 되어 한 소녀를 좋아하게 되었다. 너무도 예쁜 그 소녀의 눈에 띄려고 온종일 그녀 주변을 알짱댔었다. 하지만, 그녀는 나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오로지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잔뜩 쌓아 놓고 잠시의 한 눈 팜도 없이 책만 보았다. 그녀는 지독한 독서광이었다.

나는 좋아하던 축구도 발야구도 멀리하고 도서관에서 그녀의 맞은편에 앉아 그녀만 바라보았다. 무료함을 달래려고 한권 두권 책을 보기 시작했고, 어느 사이엔가 나도 책을 쌓아 놓고 보게 되었다. 그녀와 단둘이 있는 도서관에서 할만한 것은 독서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특별히 좋아했던 장르가 있었던 게 아니어서 서가의 한 줄을 따라 도서관을 한 바퀴 돌고 다음 줄을 보는 식으로 닥치는 데로 책을 읽었다. 이러한 독서 습관은 꽤 오랫동안 계속되었다.

졸업할 때까지 그렇게 아무의 방해도 없는 도서관에서 책과 친해졌고, 그녀와도 친해졌다. "양가"였던 성적표는 어느새 "올수"로 바뀌었다. 사고뭉치에서 모범생으로 변신하였다. 친구들에게 '재수 없는 책벌레 새끼'라고 욕을 먹었다. 그럴 때마다 그녀는 나를 안아주며 등을 다독여 주었다. 그 소녀와 책만 있다면, 언제까지나 행복할 것만 같았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그 소녀는 부산 어딘가로 이사를 갔다. 이후 한 번도 마주치지 못하고 영영 이별하게 되었다. 그녀를 향한 그리움까지 더해져서 지독스레 책만을 탐하게 되었다. 언제든 도서관에만 가면 환하게 웃는 그녀를 만날 것만 같았다. 독서는 그렇게 나에게 위안을 주었다.

초중고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모두 읽어 치운 이가 얼마나 있을까? 아마도, 그런 특이한 사람을 만나는 게 흔한 일은 아닐 것이다.

여기에 한명 있으니 마음껏 구경하고 가시라!
아참! 관람료는... 보팅 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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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사랑 소녀가 책으로 인생을 이끌어 주었군요..

7일 지나 미약한 보팅이나마 못해 아쉽네요.

Good post..nice to know you @eunyx.

스쳐간 첫사랑인가요

인생을 바꾼 경험이네요

좋은 하루 되세요

제 인생에서 커다란 변곡점이 되었던 소녀입니다.

엄청난 순청파셨네요 ㅋㅋㅋ 보팅파워 70%이하라 ㅈㅅ...

지금은 순정 마초. 호홍^^

와... 이게 실화인가요??ㄷㄷ

너무 예쁜 일화인거 같아 관람료 꾹 드리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레알입니다^^

우와 멋진데요~ 도서관 선생님이 아주 기특하게 여기셨을 것 같은 예감이 ㅎㅎ
그녀를 한번 보고 싶을 것 같네요

지금 만나게면, 서로가 엄청 실망할 거 같아서 안 만날래요^^

헐! 첫사랑이야기 일줄알았는데 인생 뒤바뀐 이야기네요!

첫사랑은 가슴속에 봉인해 둘랍니다^^

내 인생을 바꿔놓은 고맙다고해야하나요(?)보고싶은그녀~
꼭 한번 다시 만나셨으면좋겠어요!

IF... IF... 원래 성격대로 살았으면 더 재미지게 살지 않았을꺼까 생각해 봅니다.

관람료 드려요.ㅎㅎ

고맙습니다. 한 분만 더 모셔오면, 한달 관람권을 드리겠습니다^^

ㅎㅎ 뭔가 아련함이 느껴지네요 ㅎㅎ
학교 도서관에 있는 책을 다 읽으셨다니...ㄷㄷ 대단하십니다~ㅎㅎ
저도.... 책좀 가까이할껄.....이라는 후회를 자주하는데 ㅎㅎ
잘보고갑니다^^

오래전이라서 학교 도서관이라 해 봤자 코딱지만 했는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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