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쉬는글] 백화점 가서 구경하고 빵 사고

in #busy8 years ago (edited)

복날, 어른을 찾아 갈 때는 선물도 가져 가야한다는 믿음을 가진 사람이 있었다. 학부 때 만났던 성질 고약한 교수는 이걸 철칙으로 믿었다. 본인이 주변 어른에게 챙겼는지는 알 수 없지만 주변 어린 사람들에게서는 끝끝내 챙겨먹었던 것 같다.


학부 수업에 들어와서는 괜한 학부생들에게 자기의 신념을 심어주는데 힘을 들였다. 그것도 단계적으로. 2학년 때의 이야기 주제는 "대학생쯤 되었으면 어른을 찾아갈 때는, 특히 지도교수 찾아갈 때는 최소한 과일이라도 사야한다"는 것이었다. 스승의 날과 생일, 연말연시에만 찾아오는 건 초수가 하는 일이며 중수나 고수가 되면 복날도 챙겨야 한다고 했다.


3학년 때의 이야기 주제는 "선물은 정성이다. 무조건 사서는 안되고 그 위에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니네 선배 누구는 동네에서 파는 수박을 사 왔는데 겉만 번지르르 하고 맛도 없었으며 이건 안 사오는것만 못하다. 또 다른 선배 아무개는 백화점 수박을 사왔는데 이게 백화점 마크만 찍혀있어도 얼마나 스승을 생각하는 마음이 큰지 알 수 있다. 맛은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다른 선배 뭐시기는 대형 전통시장에 가서 하나하나 두드려가며 최고의 수박을 사 왔는데 이게 백화점 수박보다 더 나았다. 스승에게 찾아갈 때는 정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4학년 때는 이야기로 끝내지 아니하고 직접 "체험을 통한 체화"가 일어나도록 우리를 도와주셨다. 복날에 뭐라도 들고 연구실을 들락거린 아이들의 명단을 발표하며 이름이 불리지 않은 인간들은 아직 인간이 덜 되었다고 했다. 망상병 환자가 실제로 귀신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고 믿듯이 그는 자기가 학생들을 돕고 있다고 진심으로 믿은 듯하다. 뒤늦게 무언가를 갖고 찾아간 학생은 몇 번의 구박 끝에 자기 사람으로 받아들였고 끝까지 명단에 들지 않은 학생들은 거침없이 박해를 당했다.


단오, 식목일, 춘분을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다. 애초에 관심도 없기 때문이다. 복날과 직업적 관련도 없는 내가 복날을 싫어하는 이유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지난 주말에 부모님 뵈러 내러갈 때 일이다. 아이가 백화점에 용무가 있어서 백화점을 들렀다가 바로 고속도로에 차를 올리려 했다. 백화점에서 집사람이 갑자기 수박을 사서 가야한다고 했다. 앞서 이야기한 교수가 아직도 내 무의식에 들어있었나보다. 수박과 복날의 조합에 짜증이 치밀어 올랐다. 굳이 그 사연을 말하고 싶지는 않았고 "백화점 수박은 쓸데없이 비싸기만 하고, 수박은 껍데기가 많이 나와서 별로다. 지금 마트 수박 가격이 저렴한 시즌이니 분명 집에 수박이 있을 것이다"라는 내용을 근거로 삼아 평소에 내가 먹고 싶었던 도지마롤을 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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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이마트에서도 이걸 제법 흉내낸 빵을 만들었고 제과점의 빵에도 크림이 많이 들어간 롤케익을 팔고 있지만 처음 뉴스에서 접했던 도지마롤의 이미지는 내게 촉촉한 크림과 달달한 빵의 조화에 대해 궁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일본 여행에서 실물을 보았을 때도 줄이 길어서 사질 못했다. 국내에 선보인지 5년이 넘어선 시점에서 드디어 샀다. 온도유지가 중요하다며 직원은 빵과 아이스팩과 같이 포장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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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좀 가만이 있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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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백화점에서 하고 싶어했던 일. 손톱이 도화지도 아닐텐데 자꾸 색칠을 하려 한다. 팝업매장이라 불리는 자리에 매대가 있어서 지난번에 사지는 않으면서 공짜로 한 번 발라만 봤던게 자꾸 생각이 나는지 지난주부터 자꾸 백화점에 가자고 했다. 그 업체의 전략은 적중하여 아이가 스스로 백화점에, 그 매장에 찾아오도록 만들었지만 아쉽게도 그 매장은 철수하고 없었다. 그 업체는 열매를 따지 못했겠지만 아이는 결국 서너달쯤 뒤에는 백화점에서 실제로 제품을 사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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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레스 해소. 아침에 내 차에 스크레치가 생긴 것을 보고 혼자 스트레스를 받는 걸 이야기하기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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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물놀이 완구/독일제조. 앞과 뒤가 잘 맞지 않는 설명같지만 예전에 이런 걸 어디선가 본 기억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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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이 느낌이었어. '남원에서 생산되는 전통 남원 제기(중국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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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릴 때 갖고 싶은 장난감이 TV에 나오면 어머니께 이렇게 말씀드렸다. "엄마, 저런 장난감 사는 건 낭비지요?" 아마 부모님이 돈에 대해 나눈 이야기를 듣고 내 스스로 욕구를 억누르고자 했던 이야기일 것이다. 그 때 어머니는 대견스러우면서도 마음이 좀 아팠다고 한다. 지금 내 아이는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으면 망설임 없이 이야기한다. "아빠, 저거 사줘." 이제 풍요의 시대, 표현의 시대다. 아이를 키우면서 요즘 아이들이 사실 좀 부럽다. 내가 어릴 때 주위의 어른들이 내게 똑같은 말을 했던 게 기억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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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 무슨 쿠폰이 있어서 백화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줬더니 이제 머리에 '백화점=아이스크림'라는 공식이 들어섰나보다. 아이스크림을 찾길래 털보아저씨가 스크린에서 뭐라뭐라 지껄이고 있는 가게에 가서 사줬다. 저 아저씨는 커피만 만드는 사람일텐데 여기선 그 사람의 이름을 걸고 아이스크림도 함께 팔고 있다. 간고등어 장인 이동삼 옹 사진을 걸어놓고 미나리를 파는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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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중한 롤케익님을 조수석 아래 응달에 잘 모셔두고 에어컨도 발 쪽으로 튼다. 내 얼굴에선 땀이 흐르지만 왠지 저걸 더 소중히 여겨야 할 것 같다. 한 봉지는 부모님 이웃집에 사는 사람꺼. 이왕 사가는 거 어머니가 자식 자랑도 좀 하게 만드는 작전이다. '아이고, 우리 애가 뭐 쓸데없이 비싸기만 한 빵을 사왔네. 좀 드셔보세요. 일본에서 직수입된거라 대구에서도 백화점에서만 살 수 있다는데 뭐 이런 쓸데없는걸.. 우리 아들이 옆집 주라고 하나 더 샀다고 합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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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촉촉한 느낌은 있다. 맛이 있긴 하다. 근데 줄 서서 먹으라면 안 먹을 것 같다. 선물이 아니면 안 살 것 같다. 다 그렇지 뭐. 근데 무슨 빵조각 하나에 설명이 영원이 어쩌고 행복이 어쩌고.. 정말 거창하구나. 마치 대학시절, 소주 한 잔에 인생이 다 녹아있다며 뻥치던 선배의 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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잼있게 읽고나니, 7일 지난 글이라, 사소한 인사보팅이라도 못해서 아쉽네요.

대단한 지도교수님 이셨군요.
어찌 보면, 그런 지도교수님을 만나서
부모님 집에 갈 때, 작은 정성이라도 준비해 가시는 것일 수도..

요즘은 영란이 법에 걸리지 않나요?

저는 아직 그냥 털래털래 간다는..
내가 가는 것만 해도 선물이라면서..

한국에 너무 많이 속아서 그런지 일단 저 도지마 롤이 원본에 못 미치는 모사품일 거라는 생각부터 드네요. 그런데 맞다고 해도 음식이 3만원이면 세상에서 가장 맛있어도 안사먹는 사람이긴 합니다.

http://www.bundofood.com/bbs/write.php?bo_table=board_order
여기 소세지가 천상의 맛이라는 첩보를 들었는데 3만원에 1킬로쯤 하는 걸 보고 그대로 창을 꺼 버렸습니다.

예전에 뉴스 기사에서 봤는데 일본에서 기술자 초빙이었나? 암튼 제대로 만든다고 하더군요. 백화점에서 푸드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이런건 모두 진짜일 겁니다ㅎㅎ
비싼건 인정. 근데 예전에 한번 먹어봤는데 저는 넘나 맛있더군요... 아직도 그 맛이 생생해요. 그 뒤로 돈 아까워서 한 번도 안 사먹은 건 안비밀.

그래서 '한 번쯤은' 먹어볼만 하고, '선물받아서' 먹으면 좋은 빵의 반열에 올랐습니다ㅎㅎㅎㅎㅎ

껍데기의 일본어만 보고선 모사품일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네요ㅎㅎㅎ오늘 마트에 가니 600g에 대략 7천원 정도 하던데 거의 3.5배 가격이군요. 비싸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선물'로는 한 번씩 살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물건이 선물의 영역까지 가버리면 품질이 10% 향상된 물건을 40% 비싼 가격으로 사는 사람이 허다하더라고요. 저도 그렇고.

글 보고 도지마롤은 아니라도 롤케잌 사러 나갑니다...

ㅋㅋㅋㅋ제 글이 kittypunk님 동네의 빵가게 매상을 올려주는 효과를 내다니.. 맛있게 드세요. 이마트 빵이 몇년새 맛이나 품질이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도지마롤?? 너무 먹어보고 싶은 빵이네요.
전 부드러운 빵에 크림 잔뜩 들어간 빵을 너무 좋아하거든요.ㅋㅋ

중간에 손톱에 메니큐어 바른 아이의 손 사진 너무 귀여워 한참을 봤어요.
아이가 자기의 손이 얼마나 자랑스럽고 사랑스러운지를 그 치켜올린 손가락에서 느낄 수 있을 거 같아요.
너무 귀여워요.ㅋㅋ

그 대학교수는 너무 과하지만, 저도 술에 인생이 녹아있다고 약간 뻥치는 스타일이랍니다..ㅋ
그냥 뭐라뭐라 의미를 부여하는 게 재밌더라구요.^^

아이를 귀엽게 봐주시니 감사하네요. 저 매니큐어가 신기한게.. 다 마르고 나니 스티커처럼 굳더라고요. 지난번에 발랐던 건 사나흘에 걸쳐서 조금씩 벗겨지거나 씻겨서 사라졌는데 이번에 발라본 건 세시간쯤 지나서 홀라당 다 벗겨졌습니다. 롤케익은 막상 먹어보면 별 게 아닌데 실제 먹어보기까지의 기대감이 잠깐의 행복감을 안겨주더라고요. 우리나라도 지역마다 유명한 빵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맛있어보이네요..!!!비싸도 한번 먹어보고싶은 비쥬얼입니다..!!

5년 전 기준으로는 국내에서 시판되는 것 중 최고의 롤케익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지금은 다른 빵들도 많이 맛있어졌습니다. 이마트에도 크림 많이 넣은 롤케익이 보이던데 큰 차이가 있을까싶네요. 사진에 나온 게 2만원짜리 롤케익 절반 남은겁니다.

아 전 도지마롤은 처음 들어 보네요 롤빵 같은 경우 어디 가다 문득 맛나 보이는 집이 있으면 많이 사곤 하거든요 ㅎㅎ

롤빵을 즐기시는군요. 평소에 빵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괜시리 땡길 때가 있습니다. 지역특산물이라거나 유명하다고 하면 한 번 정도는 맛보고 싶은 마음도 있어서 한 번 사봤습니다.

헐 교수 이야기 실화인가요??

완전 양X치 같은데... 어떻게 교수가 된걸까요

저런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싫네요

그런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활보하고 상대방은 그런 대우를 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던 시기도 있었지요. 설마 처음부터 저랬을까요, 교수가 되는 과정에서 주화입마에 빠졌다거나 흑화했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 구글 검색창에 당장 오늘'교수 학생 폭행'을 넣어 검색해봐도 뉴스가 몇 개 뜨네요.

댓글 감사합니다. 즐거운 오후시간 되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스웨덴 물놀이 기구 독일제조ㅋㅋㅋㅋ
    전통 남원 제기 중국산ㅋㅋㅋㅋㅋ
  • 교수님 머리에 개념이 들으셨는지 전통시장표 워터멜론 고르듯 놐놐 해보고 싶네요ㅋㅋ
  • 아 좀 가만히 있어봐ㅋㅋㅋㅋㅋㅋ
  • 검색해 봤는데 간고등어 장인 이동삼 옹 실존인물일 줄은...ㅋㅋㅋㅋㅋ 다행히 미나리는 안 파네요

제가 나름 개그 욕심을 냈던 포인트를 잘 찍으셨군요ㅎㅎㅎㅎtorax님의 요점정리를 보니 매우 흡족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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