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딸기

in #busy6 years ago (edited)

퇴근 후 저녁에 먹을 식재료를 사러 나갔다. 얼마전 시골에 다녀온 덕에 집에 감자가 넘쳐난다. 당근과 돼지고기만 사서 카레를 먹기로 했다. 과일가게 앞을 지나면서 아이 입에서 '딸기 먹고 싶어' 소리가 나온다. 한 통에 2만5천원. 가게 주인 멘트가 늘상 그렇듯 지금 사지 않으면 평생 못 먹을 것처럼 구매를 재촉한다.

'이거 비싼 거 아닙니다. 2만8천원 하던거 가격 3천원 낮춘겁니다. 이거 15통 들어온 거 다 팔리고 이게 마지막 남은 딸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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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가 굵어보이긴 했다. 아내가 '이거 너무 비싼데...'라며 망설이고 있으니 가게 주인이 한 번 더 바람을 넣는다. '첫 물 딸기를 상품 안 좋은걸로 갖고와서 손님들이 실망하면 저희는 겨울내내 딸기 못 팝니다. 정말 좋은 물건 갖고 왔습니다. 이거 다른 집에 가면 이 가격에 못 삽니다.'

아내도 먹고 싶은 눈치다. 가격이 좀 부담스러워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할 뿐, 그래서 내가 대신 말했다. '여보, 딸기 얼른 사가자. 춥다.' 주인은 크게 기뻐하며 옆에있던 '애플포도(?)'를 조금 뜯어주며 아이에게 외쳤다. '다음에 또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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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었다. 아내가 임신했을 때, 10월쯤에 딸기가 먹고 싶다는걸 사주지 못한 게 생각났다. 마트에 가서 냉동딸기 사 왔다가 잔소리 들은 것도 생각이 났고, 12월이 다 되어서 딸기가 보여 카트에 넣으려니 '마 됐다. 이제 안 먹고 싶다'라던 것도 생각났다. 슬며시 집사람의 입을 쳐다보며 그 때의 이야기를 꺼내지 않기를 바랬는데 기어코 입술이 열리며 그 이야기가 흘러나온다.

"여보, 그 때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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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아내가 첫째 임신했을때 딸기가 먹고 싶대서 한밤중에 딸기사러 난리를 피웠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집집마다 비슷한 스토리들이 있더라고요. 저희집은 딱 딸기를 구할 수 없는 타이밍에 딸기를 찾는 바람에...

짱짱맨 호출에 응답하여 보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는 자몽이네요.... ㅎㅎ

그 때 내가.....

저도 후덜덜입니다. ^^;;

시간이 한참 지났건만, 아내의 머릿속은 블록체인으로 되어있는건가요?ㅎㅎㅎㅎㅎㅎㅎ

점점 기억이 희미해지는 것이 아니라 점점 그 기억만 또렷해진답니다..

ㅋㅋㅋㅋㅋㅋ큰일났네..

임신했을 때 먹고 싶었던게 오래 남기는 하지요 ㅎㅎ
저도 어제 첫 딸기를 사먹었어요~
아이들이 어찌나 좋아하던지....과일이 제일 비쌀 때만 먹고파해서 힘들 ㅋㅋㅋ
그래도 잘 먹어주면 뭐~

임신 때 아내는 어떻게 과일이 나오지 않는 시즌에 그 과일을 찾는지, 아이들은 또 어떻게 귀신같이 과일이 비싼 시즌을 알고서는 그것만 사달라하는지 의문입니다ㅎㅎㅎㅎㅎ안그래도 이렇게 비싼데 그렇게 사는 사람이 많냐는 물음에 가게 주인이 그러더라고요.

"출하 초기에 비싼 딸기 사 가는 사람들은 전부 애들 때문에 사는겁니다. 나중에 한창 때나 끝물에 나오는 싼 딸기는 전부 노인들이 갖고 가고요."

앗~ 정말 넘 재밌네요..
저도 3월에 1호 임신했을때 수박 27000원짜리 사달라 했다가 눈치주고 23000원짜리 먹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7월에 붕어빵이 왜그리 생각나던지...
제철에 나오는 음식 이야기하라며...ㅡ.ㅡ;;;
그거 아직도 이야기합니다..

임신했을때 못 먹으면 평생가요^^;;;;

집집마다 비슷하네요. 3월 수박, 7월 붕어빵, 9월 딸기ㅋㅋㅋㅋㅋ저는 새벽 3시에 (가게에서 파는)해물 칼국수를 찾는 아내 등쌀에 못이겨 차 트렁크에 냄비를 싣고 동네를 어찌어찌 뒤져 사 온 게 생각나네요.

딸기에 관련된 재미있는 에피소드 군요~
딸기 벌써 나오는군요~~^^

항상 무심히 지나가던 것들이었는데, 가족이 있으니 조금 더 민감하게 볼 수 있네요. 결혼전에는 돈 주고 과일을 사먹어본 일 자체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ㅎㅎㅎ

1통에 2만5천원이요? 딸기를 사먹어 본적이 언제였...
생각보다 비싸네요! 그래도 딸아이가 먹고 싶다니 사줘야죠^^

보통 딸기와 참외로 계절의 변화를 실감하게 되는데.. 딸기가 나오는 걸 보니 이제 겨울이네요. 아이덕분에 과일계의 얼리어답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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