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릿해지는 hwp

in #bus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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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작은 곤란이 있었다. 최근 참가한 청년쉼표 프로젝트에 대한 에세이를 만들어 제출하게 되었는데, 내 노트북에는 한컴오피스가 설치되어있지 않았다. 하드디스크를 SSD로 교체하면서 윈도를 빈 디스크에 재설치했고, 꼭 필요한 프로그램만 설치하는 과정에서 한컴오피스가 빠진 것이었다. 그 전에 애시당초 나는 한컴오피스를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쪽에서 다른 파일은 받아줄 것 같지 않았다. 별 수 없이 나는 네이버 클라우드 오피스를 사용하기로 했다. 작성이 끝나고, 나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대로 docx 파일로 만들어 제출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법을 사용할 것인지. 나는 파일을 pdf 형식으로 만들어 제출하였다. 바로 답신이 왔다. 책자 편집을 위해 hwp 파일로 다시 만들어달라는 것이었다. 나는 부랴부랴 한컴오피스를 얻으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결국 '알PDF'라는 프로그램을 찾아내 pdf 파일을 hwp 파일로 변환함과 동시에, 혹시 모를 손상을 우려해 docx 파일도 같이 첨부하여 제출하였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한컴오피스 한글과 함께 살아왔다. 컴퓨터에 한컴오피스 한글과 한글타자연습이 설치되어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다. 혹여나 학교 수행평가 등으로 무언가 글을 써야 할 때가 오면 당연히 한글을 켜서 문서를 작성하고 인쇄를 하거나 hwp 파일로 만들어 제출해왔다. 여러 컴퓨터 자격시험의 과목 중에도 당연히 한글이 포함되어있었다. 특히 워드프로세서 자격시험은 거진 한글 숙련도 테스트나 다를바없었다. 한컴오피스 한글은 윈도와 함께 컴퓨터 다루는 공부의 필수 중의 필수 과목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였을까. 우리들은 더 이상 한컴오피스 한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 우리는 여러 블로깅 플랫폼들이 제공하는 문서작성 툴에 더욱 익숙해져있었다. 그 툴들은 일반적인 블로깅 활동이나 글쓰기에 부족함이 없는 환경을 제공했고, 우리는 그 툴들에 바로 적응했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한글을 대체할 수 있는 문서작성 프로그램을 사용하기도 한다. 나는 지금 이 글을 'Typora'를 통해 작성하고 있다. Typora는 스팀잇을 시작하면서 알게 된 툴이다. 깔끔하고 군더더기없는 인터페이스, 빠른 속도, 인터넷 문법에 대한 대응력도 있어서 처음 깔았을때부터 애용하고 있다.

나는 한컴오피스 한글을 비판할 목적으로 이 글을 작성한 것이 아니다. 한글은 우리에게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고, 키보드 자판에 대한 적응력을 키워준 좋은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점점 한글의 시대는 저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지난 번의 작은 곤란으로 나는 그것을 느꼈다.

청년쉼표 프로젝트에 관한 내용은 차후 에세이 전문을 실으면서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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