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늦은 게임 리뷰 -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

in #busy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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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스위치와 함께「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이하 「젤다」)를 구입하여 근 한달 동안 플레이했다. 그동안 여러 번 이 게임의 플레이 영상을 보아왔지만, 역시 백번 듣는 것은 한번 보는 것보다도 못하고, 백번 보는 것은 한번 해보는 것보다 못하다. 보는 것과 하는 것은 그야말로 천지차이였다. 내가 추가 시나리오까지 클리어하고 게임의 엔딩을 보았을 때 확인한 총 플레이 시간은 무려 125시간이었다. 내가 다른 게임을 끝까지 한 시간이 최저 12시간에서 최대 50시간인 것을 고려할 때, 최소 2배, 혹은 10배에 가까운 시간을 게임에 투자한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125시간의 게임 중 이른바 '노가다'를 한 기억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그만큼 이 게임은 넓기도 넓을 뿐더러 밀도가 깊다.

「젤다」의 가장 큰 특징은 '자유'이다. 튜토리얼 격인 '시작의 대지'에서 할 일을 마치면, 바로 최종 목표인 '가논 토벌'이 제시된다. 하지만, 막 게임에 적응한 사람이 갑자기 끝판을 깰 수 있을리가 없다. 그러기 때문에 게임은 작은 목표들도 함께 제시한다.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작은 목표들을 끊임없이 달성해가면서 최종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힘을 기르고, 준비를 마쳤을 때, 비로소 처음에 제시된 목표점으로 돌아가 게임을 끝낸다. 중요한 것은 이 모든 과정에서 플레이어에게 이 행동을 해야 할 당위성을 부여하고 납득시킨다는 점이다. 게임은 절대 우리에게 명령하지 않는다. 그저 자연스럽게 하게 만든다.

예를 들면, 나는 혹한지역에서 생존하기 위해 기존의 방어복 대신 방한 옵션이 들어간 새 옷을 샀다. 하지만, 새 옷의 방어력은 매우 낮아 마물들의 습격에 큰 대미지를 입기 다반사였다. 방어력 강화가 필요하다. 강화에 필요한 재료를 모으기 위해 나는 사막지역에 가기로 했다. 하지만, 사막지역은 낮에는 더우므로 더위에 내성을 주는 음식을 만들어 먹었다. 더위 내성 음식에 의지해 사막을 돌아다니면서 재료를 모으고 작은 미션도 수행했다. 그 결과 나의 방한 장비는 방어력이 강해졌고, 사막을 돌아다닌 경험이 쌓인 나는 이후 이야기를 진행하기 위해 사막에 도착했을 때, 이전보다 더욱 쉽게 사막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누구의 지시도 받지 않았다. 내가 해야 한다고 느끼고 행동했다.

「젤다」의 무대인 '하이랄'은 황량하다. 100년 전 멸망한 국가라는 설정이 말해주듯, 우리는 하이랄에서 폐허나 마을 옛터, 고적, 유적을 더욱 많이 보게 될 것이다. 우리가 평소 하는 여행은 어떠한 모습일까? 보통 화려한 관광지를 찾아가서 '인증샷'을 찍고, 그 곳 별미를 먹으면서 즐기다가 돌아오는 것이 보통이다. 그에 반해, 하이랄 여행은 다크 투어이다. 아픈 역사의 단면을 찾아가는 여행 말이다. 게임 중 나는 거대한 요새로 보이는 곳에 당도했는데, 그곳에서 마물에게 습격당한 여행자를 구해주자 그는 가이드가 되어 요새를 소개해주었다. 요새는 하이랄이 멸망한 마지막 땅으로, 수도가 쑥대밭이 되자 잔존 세력들은 요새에 모여 마지막 항전을 벌였지만, 결국 전멸당했다는 뒷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저 즐기는 여행이 아닌,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고, 인식의 깊이를 더해주는 여행. 다크 투어가 거기에 있다.

「젤다」의 무대인 '하이랄'은 거친 곳이기도 하다. 당신은 게임 속 캐릭터가 저체온증, 혹은 열사병으로 죽을 수도 있다면 과연 믿을 것인가? 하이랄은 그런 곳이다. 꼭 적과 싸우지 않더라도, 춥거나 더운 곳에 있으면 지속적으로 체력을 잃어간다. 방치하면 그대로 끝이다. 대비해야만 막을 수 있다. 대비법은 여러 가지이다. 추위와 더위를 버틸 수 있게 하는 옷을 사 입거나, 음식을 만들어 먹거나 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이것은 아주 기초적인 대비책이다. 하이랄에는 그 밖에도 철로 된 장비를 장착하면 번개를 맞아 죽을 수도 있거나, 그 반대로 나무 장비를 장착하고 화산지대로 들어가면 장비가 불에 타거나, 사막의 모래폭풍에 휩쓸려 한치 앞도 보이지 않게 되는 경우도 있다. 대자연의 냉혹함을 그대로 맛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놀라운 것은 게임 속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상호작용하여 기막힌 몰입감을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이 세계에서는 돌멩이 하나도 허투루 떨어지지 않는다. 내가 높은 곳에서 물건을 떨어트리면, 그 물건은 내가 의도한 자리에 그대로 정지하는 일은 거의 없다. 게임 속에서 재구성되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불규칙 바운드'가 발생한다. 마치 안타가 되고도 수비가 잡지 않으면 계속 굴러가는 야구공처럼. 게임 속 캐릭터들도 살아 움직인다. 내가 큰 미션을 수행하게 되었을 때, 게임 속 캐릭터들은 나를 응원하기도 하고 걱정하기도 한다. 그런 상황이니 더욱 집중력을 발휘하고 손에 힘이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 밖에도 이 게임에 대해 말할 거리는 정말이지 많고 많지만, 서두에서 썼듯, 백번 듣는 것은 한번 보는 것보다도 못하고, 백번 보는 것은 한번 해보는 것보다 못하다. 이 게임은 플레이하는 사람마다 다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신비한 게임이다. 만일 내 글을 읽고 「젤다의 전설 브레스 오브 더 와일드」에 조금이라도 흥미가 생겼다면, 그리고 아직 이 게임을 해보지 않았다면 부디 꼭 한번 최고의 게임을 플레이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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