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책으로 배우기]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3 : 결혼 후, 별것 아닌 일들!? (feat.토라짐)

in #booksteem7 years ago (edited)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The Course of Love

  • 알랭 드 보통 Alain de Bot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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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그 후로 오래오래

별것 아닌 일들

(인생은 짧고 정말 해야 할 일이 무수히 많은데)
이케아 통로에 서서 어떤 잔을 구입할지 같은 사소한 문제로 다투다 점점 더 언짢아하고
급기야 다른 쇼핑객들의 주의까지 끄는 건 완전히 시간낭비라는 걸 둘 다 똑같이 의식하면서도,
그들은 이케아 통로에 서서 사소한 문제로 다툰다.

별 것 아닌 일들이 두 사람 사이에 계속해서 놀랍도록 자주 끼어든다.
예를 들어, 잠잘 때 가장 적합한 온도는 몇 도인가?
평일 저녁 밖 식사를 하려면 몇 시에 집에서 나서야 할까?

우리는 삶의 중요한 영역들(국제무역, 이민, 종양학 등)에서는 복잡성을 감안하고,
이견을 수용하고 참을성 있게 해결해나간다.
그러나 가정생활에서만큼은 치명적일 정도로 안이한 가정을 세우곤 하며,
이 때문에 협상이 오래 걸리는 데 대해 날카로운 반감이 생긴다.
욕실 관리를 두고 꼬박 이틀간 정상회담을 하는 건 너무 유별나고,
저녁 식사를 위해 집에서 정확히 몇 시에 출발해야 하는지를 정하기 위해 전문 중재인을 고용하는 건 분명 터무니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난 미친 여자와 결혼했어.’ 택시가 교외의 한적한 도로를 질주하는 동안
라비는 두려움과 자기 연민에 빠져 이렇게 생각한다.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퍼붓는 비난들은 딱히 이치에 닿지 않는다.
세상 다른 어떤 사람에게도 그런 부당한 말들을 발설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의 난폭한 비난은 친밀함과 신뢰의 독특한 증거이자
사랑 그 자체의 한 증상이고, 제 나름대로 헌신을 표현하는 비꾸러진 징표다.
분별 있고 예의 바른 말은 모르는 사람에게 할 수 있지만,
밑도 끝도 없이 무분별하고 터무니없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진심으로 믿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을 때 뿐이다.


토라짐에 대하여

커스틴은 무엇 때문에 남편이 기분 상했는지를 정말 모르겠다고(약간은 솔직하지 못하게)
속으로 주장하면서 혼자 차를 끓여 침실로 들어간다.

토라짐의 핵심에는 강렬한 분노와 분노의 이유를 소통하지 않으려는 똑같이 강렬한 욕구가 혼재해 있다.
토라진 사람은 상대방의 이해를 강하게 원하면서도 그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설명을 해야 할 필요 자체가 모욕의 핵심이다.
만일 파트너가 설명을 요구하면, 그는 설명을 들을 자격이 없다.
덧붙이자면, 토라짐의 대상자는 일종의 특권을 가진다.
다시 말해, 토라진 사람은 우리가 그들이 입 밖에 내지 않은 상처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할 정도로 우리를 존중하고 신뢰한다.
토라짐은 사랑의 기묘한 선물 중 하나다.

토라진 연인에게 베풀 수 있는 가장 큰 호의는 그들의 불만을 아기의 떼쓰기로 봐주는 것이다.
누군가를 우리보다 어리게 여기는 것을 윗사람 행세로 보는 생각이 만연한 탓에
우리는 성숙한 자아 너머의 것을 바라보고 실망하고 분노하고 말도 제대로 못하는 내면의 아이를 만나는, 그리고 용서해주는 것이 가끔은 가장 큰 특권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는다.

“미안해, 라비.” 커스틴이 진지한 상태로 돌아와 말한다.
“당신이 떠나 있을 때 난 약간 못된 여자가 돼. 나를 떠난 점에 대해 응징을 하려는 것 같아. 참 어처구니 없지? 당신은 단지 대출금을 갚기 위해 애쓰고 있는 건데. 용서해줘. 난 가끔 제정신이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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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스틴의 말은 금방 듣는 연고와 같다.
라비는 약간 말주변이 없고 전혀 독선적이지 않은 아내에 대한 사랑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것을 느낀다.
그녀의 통찰은 그녀가 그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귀가 선물이자 그들의 사랑이 공고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최고의 보증서다.
그는 자신도 아내도 완벽할 필요는 없다고 곰곰히 생각해본다.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그들이 함께 살기에 가끔 꽤 힘든 사람일 수 있다는 것을 서로가 알고 있다는 특이한 신호를 주고받는 것뿐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이성적일 필요는 없다.
우리가 익혀두어야 할 것은 우리가 한두 가지 면에서 다소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쾌히 인정할 줄 아는 간헐적인 능력이다.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을 다시 읽으며 정리하고 있습니다.
이 정리는 제 자신의 공부를 위한 정리입니다.
제 포스팅의 제목과 순서, 모든 내용은 기본적으로 책의 순서를 기본으로 한 내용이지만
제 나름대로 같은 꼭지가 아닌 부분의 내용들을 모아 엮으며 분류했기에 다소 개인적인 정리가 되겠네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깐 시간을 내어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에게도
저에게 이 책이 그랬듯
혹시 아주 조금의 잔상을 남길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이 듭니당 ㅎㅎ

소설 치고 쉽게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닌 듯 합니다.
저에겐 같은 구절도 여러 번 곱씹어야 이해가 되더군요.
기회가 되신다면 꼭 한번 책 그대로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라비와 커스틴 커플의 쉽지 않은 결혼생활이 시작되었네요.
다음은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랍니다 :)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0 : The Course of Love 책 소개]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1 : 청혼의 낭만]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2 : 청혼의 또 다른 얼굴]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3 : 결혼 후, 별것 아닌 일들!? (feat.토라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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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두 가지 면에서 다소 제정신이 아니라는 것을 쾌히 인정할 줄 아는 간헐적인 능력이다."
하하하, 그러게요, 관계에서 꼭 이성적인 것만 고집할 필요는 없지요.
간혹, 제정신이 아닐 때도 필요한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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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너가 설명을 요구하면 그는 들을 자격이 없다는 게 너무 와닿네요 ㅋㅋㅋ 현실에 도움되는 책 같습니다.......

👍👍👍👍👍 l glad visit your blog dear steem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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