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1. 별빛물마루의 책방 첫 번째 「언어의 온도」

in #booksteem7 years ago (edited)

책을 살때는 주로 인터넷에서 구매하는편이다.



10~20% 상시 할인과,적립금을 동시에 챙길 수 있고

무엇보다 내가 게을러서, 대형 서점까지 가는게 귀찮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에 한 두 번 볼일이 있어 시내에 나갈때, 여유가 생기면 서점에 들려

전혀 구매할 생각이 없었던 책들을 충동적으로 구매한다.

오늘 소개할 책이 그런 경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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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가판대에 허리높이까지 쌓여있는 수많은 책들사이에서



연보랏빛 표지는 내 눈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책을 들어보니 페이지도 적당하고, 제목도 내맘에 쏙들었다.

「언어의 온도」

좋아하는 배우인 서현진씨가 나왔던 드라마 '사랑의 온도'를 연상케하는 제목

안 살 수가 없었다.

망설임 없이 바로 구매했던 책.

「언어의 온도」에 대해 오늘은 말하고자 한다.


「언어의 온도」를 소개하기 앞서 고백할게 있다.



이 책을 읽기전까지 에세이를 한 작품도 안 읽어봤다는 것.

그렇다.

나는 책을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소설' 을 좋아 하였던거다.

책은 당연히 소설이라는 선입견을 갖고있어

「언어의 온도」도 말로 이루어지는 따뜻하거나 차가운 멜로 소설인줄 알았다.

그래서 에세이 장르를 즐기시거나 좋아하시는 분들에게는

이 독후감이 다소 불편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에알못이 쓰는 감상문이니, 모쪼록 양해를 바란다.


작가는 말,글,행동 세가지 주제로 나누어 자신이 겪은 일화나



감정, 행동에 대한 소견등을 담담하지만, 따뜻한 어조로 풀어 나간다.

여기서 말하는 '따뜻하다.'라 함은 적어도 내가 느끼기엔 독자에 대한 배려다.

작중 글에 관한 주제에서 나온 문장이다.

글은 고칠수록 빛이나는 법이고,
'라이팅은 한마디로 리라이팅 (Writing is rewriting)' 이라고..

책의 저자인 이기주 작가님은 이 책을 쓰면서 수많은 퇴고를 거치셨던게 틀림없다.

한 문장 한 단어 책 자체가 쉽게 읽힌다.

어려운 문장, 현학적인 표현은 최대한 멀리하고,

문법적으로 어색한 표현들도 없는

누구나 읽기편한 문장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무심코 지나칠지도 모르겠지만, 쉽게 읽힌다는 것은 그 만큼 작가가 글에 손을 많이 대고

머리를 쥐어뜯었다는 소리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마음이 절로 들게 할 정도니

이기주 작가님을 개인적으로 알지못하고, 글로만 접했지만

내 생각엔 꽤나 따뜻한 사람일거 같다.


하지만 이러한 배려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별로인 부분이 여러군데 보였다.



무심코 지나치는 사람들의 대화, 지하철에서 만난 할머니, 친구들과 아는 사람들.

작가님이 듣고 보고 겪은 모두의 말들이 영화 속 명대사처럼 깔끔하고 킬링파트다.

책으로 엮어야하니, 어느정도의 '각색'과 살 붙임 때문이란걸 이해는 하지만

모두가 즉흥적으로 일상의 대화에서 내뱉을 만한 말이 아닌

너무나도 아름답고, 어여쁜 말들을 한다.


예쁘고 따뜻하고, 잔잔하게 마음속에 파문이 일어나는건 좋다.

하지만 위화감이 드는건 어쩔 수 없었다.


두 번째로 아쉬웠던점은 영화와 드라마의 잦은 인용이다.



이 부분은 에세이 장르의 특징인지, 모르겠는데 하나의 짧은 글,두 세가지의 에피소드 뒤에는

어김없이 영화 감상문과 그로 인해 얻은 교훈이나 감정등이 쓰여있었다.

영화를 안 본 독자들을 위해서 글의 주제에 알맞는 영화의 단편적인 부분은 소개해주지만

솔직히 영화를 안본 입장에선 그러한 감상문의 글에서는 100% 공감하긴 어려웠다.

일상적인 에피소드만으로 채우기에는 분량면에서 어쩔 수 없었다면, 이해는 하겠지만

영화 리뷰는 초록창에서 보는걸로 충분하다.


마지막으로 아쉬웠던 점은 단정적인 말들이였다.



작중 예시로 들면 '다큐멘터리 영화'달팽이의 별'을 보고난뒤의 감상이다.

진짜 소중한 건 눈에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가끔은 되살펴야 하는지 모른다. 소란스러운 것에만 집착하느라
모든 걸 삐딱하게 바라보느라 정작 가치 있는 풍경을 바라보지 못한 채 사는 건 아닌지.
가슴을 쿵 내려앉게 만드는 그 무엇을 발견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눈을 가린 채 살아가는 것은 아닌지.



읽으면서 나는 이말에 전혀 동의 할 수가 없었다.

진짜 소중한 것들도 눈에 아주 잘 보인다.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나라는 존재와,다른 누구보다도 소중한 끈끈하게 맺여진 우리 가족,

나의 소중한 친구들과 인연들은 눈으로 확인이 가능하며, 눈에 자주보이고 밟혀서

쉽게 되살펴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소란스러운 것에 집착하는 것이 나쁜건가? 누군가에게는 그 소란스러움이 소중할 수도 있다.

가치있는 풍경만 소중하고 그 외에 신변잡기적 일상은 소중하지 않은 것인가??

내 생각은 이렇다.

스스로 삐딱하게 보지 않는다면, 소중한 것들은 아주 가까이에 있고, 눈에 잘 보인다.

한 방향 소통이기때문에, 내가생각하는 감정과 말들은

그저 머릿속 외침이 될 뿐이다.

교훈적인부분을 강조한나머지 단정적으로 표현된 글들.

이 책의 마지막 아쉬운 점이였다.


작가님은 말머리에 이런 말을 하셨다.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 단어의 어원과 유래.
그런 언어가 지닌 소중함과 절실함을 책에 담았습니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문장과 문장에 호흡을 불어넣으며,
적당히 뜨거운 음식을 먹듯 찬찬히 곱씹어 읽어주세요.
그러면서 각자의 언어 온도를 스스로 되짚어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 책이 그런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라고.

'책을 나름 많이 읽었다.' 생각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속독에도 익숙해진 사람들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런 속독을 하는 사람들에게 당부하는 글 같았다.

하지만 말이 쉽지.

세살 버릇 여든까지간다고 한 번 익숙해진 습관이라 신경을 안쓰면

곱씹고 싶어도 금방 페이지가 넘어가 버렸다.

그래서 이 책은 오랜만에 재탕까지 한 책이 되어버렸다.

확실히. 곱씹으면서 읽어야. 이 책은 맛을 온전히 얻어 갈 수 있다.

작가님이 먹는 방법을 정확하게 알려주셨던거다.

결론으로 들어가면 이 책은

나처럼 편식을 하는 사람들에게, 이 것도 한번 먹어봐.하며 권유할

에세이 입문서로 제격이다.

또한 책을 좋아하지 않지만, 따뜻한 말이 필요한 어른들에게도 권유하고 싶다.

책에 익숙치 않아 어쩔 수 없이 천천히 읽다보면, 의도치 않게 100% 흡수하고,

책에 흥미를 갖게 만들어 줄지도 모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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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syivestre 님과 비슷한 생각을 가졌어요. 어쩜 이렇게 모든 상황이 인위적이지? 라고 말이죠 ㅎㅎ
아주 관대하게 보자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저는 이 글들이 너무 오글이 토글이 되는거 있죠^^;;
비판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언어의 온도" 북리뷰 잘 보고 갑니다.
팔로우 하고 가요~

베스트셀러에 있는거 보면 글에 공감하시는 분들도 많은거 같아요. ㅎㅎ 칭찬이 넘쳐나는 책이라서 비판적인 독후감이면 얻어맞지않을까 걱정했는데, 동지분이 계셔서 다행입니다. ㅎㅎ

베스트셀러는 '베스트셀러'기 때문에 잘 팔린다는 말이 있죠 ㅎㅎ
남들이 많이 본다고 하여 그 책이 좋은 책이라는 보장을 해주지는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오글토글하지만 마음이 따뜻해지는 글이라는 것에는 이견이 없습니다.. 그 점에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것 같아요. 하지만 내용은 뭐 그닥...

반갑습니다^^
서점 가서 보다보니 무슨 책일까 궁금했었는데
저도 정작 읽어보진 않았었거든요..ㅎㅎ
다음 기회에 입문(?)삼아 읽어봐야겠네요 ㅎㅎ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말 가볍게 천천히 보기에는 안성맞춤이에요. 지하철이나 이런 소음이 있는 곳 보다는 자기 전에 누워서 10~20분 정도 침대에서 보는 정도로 읽어야 흡수가 잘될꺼 같아요 ㅋ

흡수라니...표현이 너무 좋아요^^
감사합니다.

저도 다른건 몰라도 이 책은 꼭 한번 읽어보려구요!

읽어보시고 저와는 다른 감상문 남겨주세요~!

요즘 정말 많은 분들이 짱짱맨 태그를 사용해주시네요^^
행복한 스티밋 ! 즐거운 스티밋!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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