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노항언(老老恒言)을 시작하며

in #bloglast year (edited)

정문 앞에는 '방문사절'이라고 쓰여 있었다. 나는 키큰 나무들 사이로 그녀를 따라갔다. 현관 앞에 서자 두 번째 명문(銘文)이 눈에 들어왔다. 후에 나는 글이 옛 중국 성현의 말씀임을 알 수 있었다.
 
“사람이 나이가 들어서 할 일을 다한 뒤에는 조용히 죽음과 친해져야한다. 이제 그에게 사람은 필요없다. 사람에 관해서는 잘 알고 있고 충분히 보아왔다. 그가 필요로 하는 것은 고요함이다. 그런 사람을 찾아가서 말을 걸고 잡담으로 괴롭히는 것은 현명하지못하다. 그런 사람의 집 앞을 지나갈 때는 빈집을 지나갈 때처럼 그냥 지나치는 것이 좋다.”

헤세와 융에서 저자 미구엘 세라노가 헤세 집앞 문구를 인용한 것을 나도 따라서 인용했다. 헤세가 이 구절을 맹자에서 인용했다고 하는데 찾을 수가 없다. 나이 오십 줄이 이미 넘어섰고 앞으로 시간은 그전보다 훨씬 빨리지나갈 것임이 분명할 터인데 젊은 때처럼 세상에 뭔가 큰 뜻을 품고 도전적이면서 속도감있게 살아가던 방식과는 정 반대로 완만하게 삶을 도모하는 게 여러모로 건강에 이롭다. 이제 뭔가를 꼭 이루고 싶은 마음은 점점 줄어들고 되면 되는 거고 안되면 안되는 거라고 체념할 때 느끼는 상심의 강도가 자연스럽게 무뎌져가고 있다. 그저 평온하게 잘 죽는 방법을 찾을뿐인데 따지고 보면 이게 가장 현명하고 지혜롭다고 생각된다. 그러던 차에 노노항언(老老恒言)이라는 서적이 눈에 띄어 여기저기 찾았으나 절판되었고 그닥 사람들에게 흥미를 일으킬 만한 주제가 아니기에 중고책 검색에서 코빼기도 내비치지 않는다. 다행히도 국립중앙도서관 전자서비스를 이용해 복사를 했으니 한문단씩 기존 번역을 참고해가면서 올려볼 생각이다.

노노항언(老老恒言)을 직역하자면 '나이들수록 항상 하는 말'이다. 사람이 나이들수록 "아이고 힘들어! 아이고 힘들어! "한다면 노노항언(勞勞恒言)이 된다. 나이 드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이 변하지 않는 진리의 표현(恒言)이기도 하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여든에 가까워진 아버지께서 앞으로 몸과 마음에 큰 탈없이 가시도록 배웅해드리고 나역시도 마지막 숨이 끊어질 때 여기에 미련 한톨 남기지 않고 또렷한 정신으로 유머스럽게 떠나기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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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말이...

저도 또렷한 정신으로 유머스럽게 떠나기 위해서 준비 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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