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팬서 - 마블의 차원이 다른 PC : Political Correctness 까보기

in #black-panther7 years ago (edited)

다음 달이면 마블의 기대작, 블랙팬서가 개봉하는군요. 어벤저스3가 나오기 전 마지막 단독 히어로 무비라서 많은 사람들의 기대가 모이고 있습니다. 분명 쿠키 영상에 하앜하앜 쩌는 어벤저스 떡밥을 던지겠지요. 그렇지만 저는 다른 의미에서도 기대가 큽니다. 밑에 포스터를 보세요.

흐켱, 흐켱, 흐누나, 간지 흐켱과 누나들만 가득한 포스터


블랙팬서는 히어로 무비, 아니 할리우드 무비 전체를 통틀어서도 희귀한, 아프리카 계 흑인들만 잔뜩 나오는 영화입니다.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하더라도 백인 주인공이 나와야 이야기를 만들 수 있던 게 지금까지의 할리우드였습니다. 그게 아니면 윌 스미스 같이 매우 잘생긴 흑인 주인공이 백인 사회에서 활약하는 영화였죠. 심지어  윌 스미스 주연의 망한 좀비 영화 "나는 전설이다"에서도 윌 스미스 외에는 백인 배우가 메인입니다..  그러나 블랙팬서는 감독, 주연, 조연, 히로인, 메인 악역 모두 흑인인 영화입니다. (서브 악역은 백인. 골룸과 원숭이 시저로 유명한 앤디 서키스입니다) 따라서 이 영화는 앞으로의 할리우드 영화 캐스팅에서 하나의 패러다임 전환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할리우드의 불평등한 인종 편중성에 대한 지적은 오래 전부터 있던 것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흑인들만 나오는 할리우드 영화가 안만들어졌던 이유는 단순하면서도 무거운 진리 때문이었죠.


흑인들만 나오는 영화를 누가 보겠어? 뉴욕에서 랩하는 흑형? 그 친구들도 안볼걸?


그런데 왜 사람들은 흑인들의 영화를 보지 않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는 미국에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 같은, 인종차별에서 자유로운 제 3국에서의 시각에 있습니다. 여러분께 질문해 보죠. 여러분은 흑인이 주연으로 나오는 할리우드 영화가 만들어진다면, 어떤 시나리오가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남북전쟁 전 미국에서 흑인 노예가 백인에게 착취 당하는 영화

- 흑인이 인종 차별에 저항하는 영화

- 흑인 스포츠 선수가 백인 사회에서 성공하는 영화

- 흑인과 백인의 인종을 초월한 우정

...


우리가 생각해낼 수 있는 시나리오는 대부분 백인이 주류인 사회에서 흑인 개인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그려내는 시나리오일 것입니다. (이 중에는 흑인끼리의 로맨스 시나리오 조차도 떠오르지 않음!!) 이것은 우리가 미국 사회의 주류는 백인이라는 배경지식을 깔고 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이에 더해 지금까지 만들어진 수많은 영화, 소설, 역사 등등의 이야기들이 그러한 구조였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문화 매체의 시나리오, 즉 이야기는 아무것도 없는 텅 빈 공간에서 창출되는 것이 아닙니다. 1차적으로는 우리 주변의 현실 삶을 재료로 삼습니다. 그리고 2차적으로는 이전에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냈던 이야기들에서 재료를 구합니다. 따라서 이야기는 기존에 만들어진 개념과 경향성을 반복, 확대하며 이야기의 수용자들을 기존 사회의 보편 문화 속에 편입시키는 특성이 있습니다. 계급차별의 극복, 인종차별의 극복과 같이 기존의 문화에 대한 안티테제로서 이야기가 작동하려면 먼저 기존 문화에 대한 반감이 공감대로서 형성이 되어야 합니다. 그 가운데에서 기존 문화의 범주에서 상상 가능한 범위에서의 반항이어야 이야기로서의 생명력을 얻을 수 있습니다. 즉, 중세 유럽 한 가운데에서 아랍 노예와 백인 기사간의 게이 로맨스 서사시 같은 이야기를 만들어도, 창작한 음유시인이 끌려가서 화형 당할 뿐이지 오늘날까지 남아있을 생명력 있는 이야기가 될 수 없는 것입니다.


할리우드에서의 인종차별 문제를 바라볼 때 주목해야 하는 점은, 흑인이 흑인 사회의 이야기를 하는 영화의 개수가 아닙니다. 또한 흑인 주연급 배우의 숫자도 더더욱 아닙니다. 흑인들을 가지고 만들 수 있는 이야기의 재료 그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이 훨씬 심각한 문제입니다.

집의 개수가 아니라 집을 만들 수 있는 재료의 개수가 문제의 본질이다


사회의 불평등을 지적할 때 흔히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사회의 여러 요소들이 기득권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작동되도록 설계되어 있다는 뜻이죠. 기울어진 운동장의 진정한 뜻이 바로 위의 그림과 같은 것입니다. 불평등 현상 그 자체가 아니라, 불평등 현상을 일으킬 수 밖에 없는 원인이 잔뜩 깔려 있다는 것이죠. 그렇지만 운동장이 기울어졌다고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죠. 기울어진 운동장이기 때문에 그 반대편에 무게추를 놓아서라도 평등을 이루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PC = Political Correctness의 정신입니다.


그런데 많은 PC 주의자들은 기울어진 운동장의 뜻을 오해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자꾸 흑인 사회 영화의 개수가 부족한 것만 지적합니다. 그리고 그 원인은 할리우드 사장, 투자자와 같은 파워있는 소수의 악의 때문이라고 호도합니다. 그런 악의만 제거하여, 일단 흑인들을 위한 영화를 만들고 나면 사람들이 호응을 해 주고, 그런 영화들이 쌓이면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가 해결된다고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절대 그렇지 않아요... 악의라는 단어로 표현하자면, 파워 있는 소수의 악의가 아니라 힘 없는 대중의 무의식에 존재하는 악의입니다. 흑인 사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대중사회의 준비가 안되어 있으면, 모험적으로 흑인 영화를 만들어도 이갸기의 생명력이 없기 때문에 실패합니다. PC에서 먼저 힘써야 할 것은 대중이 PC적인 이야기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이야기의 씨앗부터 뿌리는 장기적이고 인내심이 요구되는 작업들입니다.


영화 블랙팬서는 마블과 디즈니의 그런 PC적인 장기적 인고가 돋보이는 영화입니다. 영화 블랙팬서를 위해 뿌린 이들의 PC적인 씨앗은 이렇게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 마블의 코믹스 블랙팬서 원작 : 아프리카의 왕국을 배경으로 한 슈퍼 히어로도 가능하다는 걸 미리 입증함

-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서의 비브라늄의 설정 :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 울트론의 신체 등 다양한 영화적 연출을 통해 초월적인 금속임을 관객에게 인식시킴. 그런데 어벤저스2를 통해 비브라늄의 최대 산지는 아프리카의 와칸다임을 홍보

- 블랙팬서의 성공적인 MCU 데뷔 : 흑인 캐릭터 블랙팬서를 캡틴 아메리카3 영화에서 성공적으로 데뷔시킴. 그리고 영화 마지막 쿠키 영상으로 블랙팬서의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킴

- 어벤저스3를 위한 예비지식으로서의 위치 : MCU 10년의 집대성인 어벤저스3의 직전 영화가 블랙팬서. 어벤저스3의 사건 배경을 원활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블랙팬서를 감상해야 함


이러한 사전 작업을 통해 흑인이건 나발이건 블랙팬서는 무조건 봐야 하는 이유를 마블과 디즈니는 묵묵히 만들어낸 것입니다.


PC는 기존의 문화의 경향성을 극복하여, 이야기의 기반이 되는 문화 요소들을 심는 작업이기 때문에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중하고 진득한 밑작업이 필요한 것입니다. 영화 블랙팬서를 위한 마블과 디즈니의 작업처럼 말이죠. 기존의 문화요소에 대한 분노와 반감만 가득찬 PC 작품은 그 문화적 뼈대가 허약하기 때문에 결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스타워즈, 고스트버스터즈, 매스이펙트 같은 최근의 PC 진영의 연속 자폭 쇼와 블랙팬서의 PC는 바로 이 진중한 인내심의 차이 때문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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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중 "흑인"을 "여성"으로 바꾸고 "미국"을 "한국"으로 바꾸면 우리나라 대중문화에의 시사점을 직접적으로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그랑 데부트가 되시길 바라며!! 축하드립니다!!

뉴비 구조대 감사합니다. ㅠㅠ

넷플릭스에서 나온 루크 케이지의 배경도 흑인 사회죠.

네. MCU는 코믹스의 화두였던 인종적, 성적 평등을 영상매체에서도 실현시키기 위한 훌륭한 플랫폼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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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버스터즈가 좀 심했죠.
실망한 표정으로 영화관을 나오던 친구들의 모습이 기억나네요.

팔로우했습니다.

아무리 PC를 위해서라도 기존 문화 자산을 respect 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요. PC주의자 중 어떤 부류는 그것이 어려운 모양입니다.

팔로우 감사합니다. ^^

대단한 통찰력이십니다... 저도 정말로 의미있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과찬이세요. ^^;;

한국분량은 부산에서 부분 촬영했습니다^^

"MARBEL"의 어벤져스가 밟고 간 그 집 말씀하시는 거군요. ^0^

글을 쓰고 나면 보상이 일주일 뒤에 들어오다보니 그때까지는 스팀달러가 없는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살짝 느껴보시라고 0.2달라 보내드립니다.


0.1달러는
스팀달러를 전송해보자

위 링크를 참고해서 girina79 님께 0.1달라를 보내보세요. 현재 보육원 아이들을 후원하고 계십니다 .
세 명의 아이를 후원합니다. 보팅으로 지원해 주세요 !!!!!


다른 0.1달라는
스팀달러를 스팀파워로 바꿔보자
이걸 따라해 보세요. 어느정도 사용법을 익히기 위해 소액으로 미리 해보시는것이 좋습니다.


원래 스팀달러 가치는 1달러정도(1100원 정도) 였지만 요즘처럼 만원가까이되는 경우에는

스티밋 메뉴 항목 활용하기 (환전/송금)
위 포스팅 내용과 댓글을 참조하여 바꾸시면 이익을 극대화할수 있습니다.

오옷 적선과 꿀팁 감사합니다!!

적선은 아니고...전송시 사고가 종종 있어서 소액으로 미리 테스팅 해보시라고 보내드린겁니다. 의도는 그런것이 아니니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기분 상하다뇨~. 보내주신 혜택을 조금 재밌게 표현해본 겁니다. ^^;; 정말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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