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배창호 감독님과 오랜만의 만남

in #baechangho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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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월요일 배창호 감독님을 만났다. 감독님이 9월7일부터 11일까지 닷새 동안 울주군에서 열리는 제3회 울주세계산악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으면서 인터뷰를 하게 된 것이다. 오랜만에 전화를 드리니 감독님께서 특유의 웃음소리를 내며 씩씩하게 말씀하셨다. "하하, 김 기자 인터뷰하기 전에 만나 밥부터 먹자." 그렇게 아차산역 1번 출구에서 만나 근처 초밥집으로 이동해 밥을 함께 먹었다. 감독님의 데뷔작 <꼬방동네 사람들>(1982)이 최근 한국영상자료원에서 디지털로 복원돼 블루레이로 출시된 얘기, 한 대학원생의 졸업 논문에 도움을 주었다가 살짝 기분이 상한(?) 얘기, 따님 유학 얘기, 얼마 전 배우 박중훈 선배의 어머님 장례식장 얘기 등 안부를 서로 주고 받았다. 식사를 마치고 근처 카페에서 인터뷰를 했다.

배창호 감독님을 만난 건 약 5년 만이다. 5년 전 부산영상위원회(오석근 영화진흥위원장이 당시 영상위원장이었다)의 지원을 받아 플라이(FLY) 프로젝트를 취재하기 위해 필리핀 다바오로 간 적 있다. 부산영상위원회가 아시아 각국의 영상위원회와 함께 설립한 아시아영상위원회네트워크(AFCNET)가 아시아 각국의 재능있는 학생들에게 영화를 교육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게 플라이 프로젝트다. 당시 배창호, 이준익 감독, 방준석 음악감독이 다바오에 갔고, 스무 명이 넘는 아시아 각국의 학생들이 단편영화를 찍는데 도움을 주었다. 그때 배창호 감독님을 만난 건 두 번째였는데, 여전히 대하기가 어려웠다. 1980, 90년대 충무로 최고의 흥행감독이 아닌가. 배 감독님 앞에서 쭈빗쭈빗 설 때마다 그는 먼저 말을 건제주었는데 그게 그렇게 고마울 수 없었다. 당시 배창호 감독님은 부모처럼 엄격하게, 또 때로는 인자하게 학생들을 가르쳤던 기억이 난다. 출장을 다녀온 뒤 오석근 위원장, 배창호 감독님과 함께 종로에서 따로 밥을 한 번 먹었다. 이후 명절 때 추석영화 흥행사 같은 특집 기사를 준비하기 위해 배창호 감독님을 섭외할 일이 있었는데 그는 자신의 영화에 대해 다시 이야기하는 것을 한사코 거절하셨다. 이번에 함께 식사를 하면서, 배 감독님은 "자신이 만들었던 영화를 한번도 마음 편히 본 적 없다"고 말씀해주시기도 했다. 포근한 인상과 달리 완벽주의자인 그다운 강박관념(?)이다. 끄응. 어떻게 지내시나 무척 궁금했는데 감독님이 영화제 집행위원장을 맡게 돼 참 잘됐다 싶었다. 신작만 생각할 게 아니라 집행위원장도 하고, 가끔 편하게 충무로 나들이도 하셨으면 좋겠다는 말은 입밖으로 꺼내지 못했지만.

배창호 감독님을 가장 처음 뵌 기억도 생생하다. 무려 10년 전인 2008년도였다. <씨네21>에 입사하자마자 @fuggy 선배와 함께 충무로국제영화제 데일리를 만든 적이 있는데 그때 할리우드 그 유명한 영화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 상영이 끝난 뒤 관객과의 대화를 취재했다. 배창호 감독이 관객들에게 추천한 영화였는데 웬만한 영화기자보다 더 영화를 잘 소개하시는 거다(그때 썼던 기사 쉬운 이야기, 사회성 짙은 메시지, 절제된 촬영이 매력이죠). 기자가 된지 얼마되지 않은 까닭에 중요한 말을 못 들어서 관객과의 대화가 끝난 뒤 쫓아가서 근처 커피숍에서 다시 물어보고 저 기사를 쓸 수 있었다. 배창호 감독님은 경력이 일천한 신입기자에게도 친절하게 대해주었던 기억이 아직도 난다. 어쨌거나 감독님이 오래오래 건강하셨으면 좋겠다.

참, 인터뷰가 거의 끝나갈 때 황마담(@hwangmadam)이 <낮은 목소리> 제작비 모금할 때 배창호 감독님을 찾아간 이야기100피트 회원과 배창호 감독님에 대한 기억!에 대해 물어보았는데 배창호 감독님은 그날 정확하게 기억하고 계셨다. 역시 특유의 웃음소리로 "하하, 소액 모금에 참여했을 뿐이야"라고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배창호 감독 인터뷰는 지금 마감하고 있는 <씨네21> 1171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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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짱맨 출석부 호출로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다시 봐도 훌륭한 영화들입니다.

건강해 보이셔서 좋네요...좋은 소식 감사합니다...🌹

네, 최근에 안 좋은 소식도 있었는데 오랜만에 뵈니 건강해보이시더라고요. 특유의 웃음소리도 여전하시고.

제 마음 속의 영원한 우상이신 배창호 감독님!
이렇게 사진으로라도 뵈니.. 무지 반갑네요. 😍

근데 그 옛날의 일을.. 감독님께 물어보셨다니..
부끄부끄러워욧!!! ^^;;;;;

너무나 생생하게 기억하고 계셔서. ^^ 어딘가로 전화 걸었던 건 기억이 잘 안 나신대요.

그게 벌써 20년이 넘은 일인데요...
저야.. 아주 어린 햇병아리에..
도움을 받는 입장. 이었으니... ^^;;;;ㅋ

이런 기억들은 많을수록 좋더라고요. 계속 얘기할 수 있으니. ^^

그렇긴 하죠~ ㅎㅎㅎ

잘 읽고 갑니다~~~~

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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