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소율을 재우는 일.

in #baby7 years ago


소율을 재우는 일

1. 소율은 이제 100일을 넘겼다. 남들은 100일의 기적이라며 통잠을 이야기하는데, 소율은 오히려 70일 무렵부터 통잠을 자다 요즘 퇴행기가 왔는지 잠드는 것이 더 힘들다. 과거에는 엎어서 재우면 그래도 잘 잤는데, 한 시간 이상 이제 7kg에 달하는 소율을 안고 재우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107일이 된 어젯밤, 하도 악을 쓰며 울어대서 재우다 포대기에 넣어서 작은 집 안을 거닐며 소율을 재웠다. 그리고 소율이 좀 더 어린 시절, 좀 더 소율을 재우기 힘들었던 예전 생각이 났다.

호랑이같은 소리로 악을 쓰며 우는 소율


2. 조리원에서 막 나왔을 때는 12월이었다. 새벽에 두세번씩 깨는 건 물론이요, 재우는 과정이 엄청나게 힘들었다. 올해 겨울은 유독 추운 겨울이다.  날씨가 추워 밖에 나갈 수도 없으니, 결국 집안에서 이런저런 방법을 쓸 수 밖에 없었다. 

우선 아이를 안고 좀 흔들어보는데, 아기는 어김없이 호랑이처럼 어흥 어흥 하고 자지러지게 운다. 그래서 바구니 카시트에 앉히고 카시트를 흔들어보면 잠시 조용한데, 카시트를 내려놓자마자 다시 온통 악을 써 댔다. 

이런저런 방법으로도 아기가 울음을 멈추지 않으면 포대기에 아이를 ‘넣고’ 30평대 아파트의 거실을 빙글빙글 100바퀴도 넘게 돌기도 했다. 불꺼진 거실의 좁은 공간을 등에 아이를 업고 계속계속 돌다 보면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곤 했다.

언젠가 회식이 끝나고 술을 많이 마시고 들어온 새벽, 장모님과 아내는 완전히 지쳐버린 표정으로 멍하니 나를 쳐다보고 있고, 아이는 또 호랑이처럼 울고 있었다. 그래서 ‘여러분 걱정마세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라고 외치고 장모님과 아내를 방으로 보낸 뒤, 아이를 포대기에 넣고 거실을 도는데, 돌다 보니 포대기란 녀석이 배를 조이기도 하고, 등은 따습고, 돌다 보니 어지러워서, 아이를 업은 채로 화장실에 가서 좀 토하고 나서 다시 돌기 시작했다. 그나마 처가라 30평대 아파트여서 다행이지, 거실이랄 게 딱히 없는 우리 집이었다면 거실을 돌 수도 없었을 것이다.

소율아 미안. 그래도 너 그때 잘 자더라.  

3. 아기의 울음소리는 아무리 봐도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니다. 아기는 보통 배가 고프면 '응애, 응애' 울고, 잠이 자고 싶거나 피곤하면 '아악, 아악' 운다고 하는데, 특히 저 '아악, 아악'소리는 정말 귀를 쨍 하게 울리는 소리이고, 조금만 듣고 있어도 정말 가슴이 아프기도 하고 짜증스럽기도 하고 그렇다. 아내는 자주 들어서인지 울음 소리가 좀 더 친숙한 것 같기도 한데, 나는 아직도 아기 우는 소리를 듣는 것이 쉽지 않다.

4. 몇 시간이고 악을 쓰고 우니 이게 어디 아픈 건 아닐까 걱정이 되었는데, 그래서 새벽에 아이를 감싸안고 차를 타고 병원에 가다 보면 차 속에서 아이가 스르륵 잠이 들었다. 이녀석 잠투정이었군... 그래서 이후부터는 이런저런 방법도 듣지 않으면 차를 태웠다. 문제는 차를 탄다고 해서 아기가 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고, 차 속에서 잠이 들었다 해도 집에 데리고 오면 다시 깨서 아악아악 울어댄다는 점이다. 위에서 말한 포대기의 경우도 마찬가지인데, 포대기로 감쌌을 때는 잘 자지만 내려놓으면 다시 울어대기가 다반사다. 그렇다고 밤새 업고 있을 수도 없다. 

5. 지금 생각해보니 그 과정을 어떻게 지내왔는지 싶다. 물론 나는 겨우 아이를 재울 때까지 역할일 뿐, 새벽에 아이가 몇 번씩 깨어날 때는 모르고 잘만 잤으니, 아내는 밤새 잠을 자는 것 같지도 않았을 것이다. 출근할 때 아내와 소율이 똑같은 자세로 지친 새벽에 못 이룬 잠을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 안쓰럽다는 감정과, 뭔가 숭고한 존재를 보는 것 같은 감정이 동시에 들었는데, 이런 감정도 아기를 가지고 처음 알게 되는 감정 중 하나이다.

얌전히 있는 소율은 정말 사랑스럽다(고슴도치 아빠)

6. 소율을 포대기에 넣고 20평대 아파트의 동선을 최대한 이용하여 빙글빙글 돌자, 예전 그 힘들었던 시간들이 다시 생각이 났다. 그래, 그 때에 비하면 지금은 살만하다. 아이는 분명 조금씩 자라고 있고, 조금씩 더 큰 행복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는데, 그 순간 기뻐하면서도, 조금이라도 나를 힘겹게 하면 다시 견디기 힘들 정도로 피곤한 것이다. 이런 식이면 나중에 얼마나 기대하게 되려나. 지금 이 순간을 느끼자. 지금 이 순간의 소율을 인정하고, 이 순간을 즐기자.

7.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중에 소율은 잠이 들었다. 그리고 포대기를 내려놓자 잠깐 깨어났지만, 입에 쪽쪽이(공갈젖꼭지)를 물려주자 다시 스르르 잠이 들었다. 그래, 오늘은 통잠을 자지 못하더라도 괜찮아. 그래도 엄마 아빠의 지속 가능한 사랑을 위해 통잠 한 번 부탁한다. 잠든 소율의 모습이, 그 언젠가의 소율보다도 더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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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키우는 일 중에서 또 재우는 일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요.
저도 쌍둥이 100일 전, 100일 무렵이 생생하게 떠오릅니다. 혼자서 해결하기는 참 어려운 일이었어요. 먹고, 자고, 싸고만 잘하면 무럭무럭 큰다는데 재우는 일은 정말 곤욕스러웠습니다. 쪽쪽이를 물리기 전에는 안아 흔들어 재웠습니다. 시어머니와 남편 저 셋이서 돌아가면서 안았다가, 내려놓으면 깰까 싶어 내려 놓을 수도 없고 안긴 채로 재우고... 그렇게 안고 있는게 저는 쉬는 시간이었지요.
잠덧을 하면 저도 미쳐버리는 것 같았습니다. 새벽에 일어나서 출근해야 하는 신랑은 오죽했을까요. 그때부터 우리 남편이나 저나 아이 우는 소리를 들어내기가 정말 힘듭니다. 어쩜 그렇게 고막을 찢어내는 듯이 우는 것 같은지... 저도 그 울음소리 듣고 어디 아픈거 아닌지 고민한 적이 많습니다. 숨이 넘어가게 우니까요. 산후도우미 이모님이 가신 뒤로 혼자 아이 둘을 돌 볼 때, 둘 다 동시에 그렇게 울면 저도 그냥 같이 울어버렸습니다. 동시에 안을 수가 없으니 방법이 도무지 없더라구요. 어깨 위에 하나 걸치고, 무릎 위에 올려 흔들고 하니 동시에 재워지긴 했지만 그것도 몇 번 써먹으니 안되는거 있죠.
쪽쪽이를 사용하고 부터는 어떻게해서든 눕혀서 재웠는데 생각보다 스르륵 잠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쪽쪽이 만든 사람에게 공로상을 줘야 한다며 소독할 때마다 생각했습니다.
내 몸이 아프면 아이를 보고 있는게 짜증나는 일이 되는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는 한결같은 사랑을 주어야 하는데... 내가 힘들면 아무것도 안 보이지요.
곧 저도 아이들 이야기를 포스팅 해야겠습니다. 댓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cyanosis 님께서 감동적인 댓글을 달아주셨다고 감사 인사를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댓글 추천에 당첨되어 보팅합니다. 축하합니다.

어머나. 그런 이벤트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너무 감사해요! @cyanosis님 감사합니다! 육아로 소통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쁘답니다!^ ^

항상 글 잘 읽고 있습니다ㅎㅎ 아이 한명도 이리 힘든데 쌍둥이라니 상상도 되지 않습니다ㅠ

아이재우는게 참어렵죠 저희아들은 6개월쯤지났는데 아직도 통잠을안잔답니다ㅜㅠ큭 저희아인 희안하게 제배위만올라가면얌전해져서 그렇게 재우네요.

ㅠㅠㅠ 곧 통잠 자게 될 거라 믿어봅니다! 저희 아이는 제 배를 싫어해서 배재움은 포기했습니다. 배에 엎어두면 엄청 귀엽던데 부럽습니다...

이제 만 11살된 저희 애도 밤마다 안자려고 해요 ㅎㅎ

ㅠㅠㅠ 헉 아이 재우기가 아직도 10년도 넘게 남은건가요.ㅠㅠ

희망을 꺾어서 죄송합니다...

아가언어 번역기가 있었음 좋겠어요 ㅎㅎ
곧 기적이 찾아와 통잠자기를 기원할께요~

ㅠㅠ 감사합니다 로보시티님! 오늘은 꼭 통잠자길!!!

^^ 즐거운 스티밋!!!
짱짱한 레포트^^ 한번 보세요 으쓱으쓱~
https://steemit.com/kr/@newiz/2256t9

감사합니다 바이러스님 헤헤

에구... 아기마다 성향이 달라서 재우는거 쉽지 않죠. 등센서도 있고요. 자동차 느낌나게 진동 바운서도 활용해 보세요~

집이 워낙 작아서 진동 바운서 놓을 곳이 없습니다.ㅠ 아기가 뒤집기 시작한 뒤에는 수동 바운서에도 잘 앉지 않으려 하네요(정확히는 곧 몸을 비틉니다...) 그래도 요즘은 공갈젖꼭지를 물려주면 자는 경우가 꽤 있어 다행입니다... 오늘은 꼭 통잠을!!

곧 애기가 생길 예비엄마로써 참 현실적이고 생생한 글이네요...! 그리고 또 부모님의 사랑이 글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져서.. 뭔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어렴풋이 미리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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