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황산벌 / 이준익, 2003

in #aaa5 years ago (edited)

제 인생영화 5편을 걸라하면 저는 황산벌을 꼽겠습니다. 물론 시간이 너무 많이 지나버려서 이제 보면 처음만큼의 감동은 덜하지만요. 황산벌은 기본적으로 좀 유치합니다. 이 영화는 욕과 사투리라는 소재로 모든 것을 말합니다. 욕과 사투리는 각각의 성격, 중시하는 것, 문화, 그리고 동시에 그것으로 상대의 문화와 태도의 차이점을 비꼬는 식의 갈등까지도 보여줍니다.

역시 사투리의 향연이 가장 재미있는 요소입니다. 사투리를 주요소재로 쓰는 컨텐츠들이야 너무 많지만 사투리라는 동서갈등의 대립요소를 역사적 경상도-신라, 전라도-백제 구도로 배치시켜서 절묘하게 작용합니다. 그래서 사실 이 영화는 두 사투리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에겐 그렇게 감흥을 주지 못했다는 설도 있더군요. 전라도나 경상도 사투리를 구사하는 사람들에겐 상당히 빵터지는 대목들이 많죠.

고구려, 백제, 신라 그리고 당나라가 한 자리에 앉아서 4자회담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황산벌은 실제 외교관계의 속내를 잘 연출했다는 느낌이 확드는데요, 물론 우스꽝스럽습니다. 왕들이 직접 나옵니다. 당나라 황제(고종)이 신라편에서 백제와 고구려에 순종하기를 종용하는데 연개소문은 당나라보다 훨씬 오래된 역사를 이야기 하며 콧방귀를 뀝니다. 무열왕은 당편을 듭니다. 의자왕이 갑자기 고구려편을 듭니다. 무열왕은 발끈해서 내 딸(고타소)을 죽인걸 벌써 잊었냐며 의자왕에게 화를 냅니다. 의자왕도 버럭하며 대꾸하죠.

“너희 신라 이 **놈들 554년 옥천땅에서 우리 고조할아버지 성왕을 죽여서 어따 묻었어? 지난 100년동안 느그 조상하고 우리 조상하고 전쟁하면서 있었던 일 함 씨부리보까?”

황산벌이 다루고 있는 소재인 사투리는 사실 전쟁과 갈등을 가리키는 상징입니다. 사투리를 따라가다보면 최전선에서 죽음과 삶, 그리고 강대국에게 기대거나 반대로 버티는 약소세력들의 태도와 결정도 보여주죠. 황산벌에서는 모든 조연들이 자세하게 조망됩니다. 사실 조연이 따로 없죠.

또한 계백진영에 결사대를 보내는 김유신의 진영에서 화랑 관창과 반굴의 이야기도 명예를 위해서 “니 짐 죽으면 천년을 산대이”라고 말하며 가기 싫다는 아들들을 기꺼이 사지로 보내는 비정한 아버지들의 이야기로 그려냅니다. 그리고 그 아버지들은 관창아버지 김품일과 반굴의 아버지 김흠순의 은근한 경쟁으로도 이어집니다. 아들이 사지로 가는 길에 경쟁이라니 저는 이 영화의 연출이 역사의 기록보다 훨씬 현실적이라고 여겨지더군요.

20살이 안된 어린 화랑들이 끊임없이 속수무책으로 성문앞에서 죽어가고, 김유신은 미쳐야만 할 수 있는게 전쟁이라고 말합니다. 계백은 말없이 쌓여가는 시신을 바라보는 눈빛에서, 그리고 마지막으로 남편에게 죽임을 당하는 계백의 아내의 말에서 영화 황산벌은 전쟁을 다루면서도 끊임없이 퍙화와 반전의 메시지를 투영한다고 하겠습니다.

좀 다르지만 그래도 소통이 되는 언어를 쓰면서 각자 다른 나라로 나누어져서 대결하던 동서갈등은 과거의 한 순간일 뿐만 아니라 지금으로 치면 오늘날 현재진행형인 남북간의 관계를 다른 구도로 보여주는 거울이겠죠. 그럼 당시 신라와 손잡은 당은 지금의 미국일까요. 좀 묵은 영화. 황산벌이었습니다.


황산벌

Once Upon A Time In A Battlefield
이준익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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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사투리의 역할이 그런게 있었군요.
얼마전 보았던 봉오동전투에서도 사투리가 가지는 의미가 조금 있더라구요.

역시 보는 눈이 다르시네요!! 전 그냥 구수한 사투리로 하는 욕만 기억나는데...

전 티비 채널 돌리다가 살짝 봤는데 사투리가 제대로더라구요. ㅎㅎ 시간날때 처음부터 다시 봐야겠습니다.

저도 정말 재미있게 봤어요~
역사적 사실에 유머 요소도 적절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몇 번을 봤었네요^^

사투리를 모르던 저도 굉장히 재미있게 봤습니다^^

당과 손잡은 신라... 지금이라면 미국, 일본 뭐 아무라도 권력을 잡으려고 동맹했겠죠. ㅎㅎ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오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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