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담하게 기록하는 죽음을 앞둔 아빠의 삶 '엔딩노트'

in #aaa5 years ago (edited)

무슨 영화인지도 잘 모른 채 혼자 영화관에 들어갔다가, 너무 긴 여운이 남아, 또 얼굴에 남은 흔적을 없애려 한참 자리에 앉아 있으며 엔딩크레딧이 모두 올라가기를 기다렸던 그런 영화입니다. 그리고 나서 며칠 뒤 이 영화를 보러 다시 한번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혼자서 같은 영화를 두 번 보러 영화관에 찾기는 처음이었죠.

그렇다면 이 영화가 대놓고 사람을 울리려는 영화인가. 그렇진 않습니다. 말기 암 선고를 받은 아빠의 마지막 생애를 영화감독 딸이 영상으로 담고 있지만, 시종일관 차분합니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아빠의 태도도 담담합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아버지는 한국의 비슷한 나이대와 사고방식이 비슷합니다. 산업화 시대의 역군이었고, 부지런히 가족을 부양했습니다. 보수적이고, 다른 가치관을 잘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감정 표현에 서투릅니다. 늘 자민당을 뽑아왔습니다.

그런 아빠가 은퇴하고서 여유있게 살아보려 했더니, 온 몸에 암이 퍼져있다는 진단을 받죠. 그리고 나서 그는 하나하나씩 죽기 전에 해야 할일들을 정리하고, 실행해 봅니다. 살면서 무엇이 중요한지를 되돌아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이기도 합니다.

신을 믿어보기, 손녀딸들과 신나게 놀기, 생전 처음 야당에 투표하기, 장례식장에 올 손님들에게 초대장 보내기 등등. 살면서 잘 안 했던 일들을 해보기 시작합니다. 특히 미국에 사는 손녀딸들이 죽기 전에 한번 더 놀러와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이 너무 인상적이었습니다.

두 세달 뒤에 죽는다면, 그 남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런 질문을 자기 자신에게 던져보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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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yeongjoongyoon님 곰돌이가 2.0배로 보팅해드리고 가요~! 영차~

저도 이 영화 기억납니다.
일본의 이야기지만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을 보여주는것 같더군요
죽기 직전까지 아들과 장례식 초대 명단을 체크하는 모습이 기억나네요

네 죽음을 받아들이는 자세도 인상적이었요.

리뷰만으로도 뭉클하네요. ㅠ

고맙습니다 ㅠ

으... 너무 슬퍼요...ㅜㅜ
어느 울적한 날에 맘 먹고 울고 싶을 때 봐도 될까요?
그런 너무 우울해질려나요?
아무튼 꼭 챙겨 보겠습니다.

생각만큼 우울해지진 않습니다. 담담하면서 먹먹한 영화에요

3달뒤 죽는다면 저는 뭘 해야 할까요 ㅎ생걱하게 만드는 영화네요

전 그냥 가족들이랑 쭈욱 보낼거 같아요.. 일 안하고 ㅎ

벌써부터 눈물이 날 것 같습니다ㅠㅠ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아리네요
아버지에게 전화 한 통 드려야겠어요

님아 그 강을 건너지마오 같은 느낌이려나요? 궁금하네요.

제가 그 영화를 못봤습니다;; 저도 궁금하네요

꼭 한번쯤 생각해야 할 일인데..
왠지 그 이야기를 꺼내면 불쑥 다가올것같아 쉽게 꺼내지못하는말..
그 말이 나의 죽음인거같아요..ㅜㅜ

예전에 어떤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유서 써보기'를 해봤는데, 느낌이 색다르더라구요.

리뷰만으로 울리기 있으시기 없으시기? ㅠㅠ
참 나이들수록 눈물샘만 더 커지나봅니다

그랬군요.. 리뷰론 영화의 정수를 반의반의반의반도 표현을 못한듯.. 꼭 한번 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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